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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일동 이마트에서 생긴 일


BY 내가바보 2005-07-31

한 달 전에 있었던 일을 하나 소개할까 해요.

그땐 마음이 너무 아파 아무에게도 말을 못했지만,지금은 좀 나아졌거든요^^

 

근처에 이마트가 있어서 특별히 살 것은 없어도 가끔 들르곤 했었지요.

'그 일'이 있던 날도 역시 아이들을 데리고 이것저것 구경을 하다가,

작은 녀석이 배가 고픈지 칭얼거리길래 수유실에(아직 젖먹이라)들러 젖을 먹였지요.

아기가 잠이 들길래,저녁 시간도 됐고 마음은 급해 아기 깰세라 재빨리 가져간 유모차에 눕히고,얼른 수유실 밖을 빠져나왔답니다. 한바퀴 돌리면 잠잠해지니까요.

한바퀴 돌다가 수유실 앞에 있는 아기 용품코너에서 이것저것 구경을 하는데,

갑자기 생각이 나서 보니 가방을 놓고 온 거예요.

정신없이 수유실 안으로 달려가니 다행스럽게도 가방이 있더군요.

안에는 애기엄마가 한 명 있었구요.

가방이 있다는 것에만 안심을 해서 그 안은 확인도 안 하는 바보같은 실수를 저질렀지요.

 

안도하면서 가방을 집어들고 나와서는 이것저것 쇼핑을 한 후,

계산을 하려고 지갑을 꺼냈어요.

그런데.. 넣어두었던 현금6만 얼마가 감쪽같이 사라진 거예요.

상품권도 그대로 있고,카드며 뭐며 다 그대로 있는데,현금만 쏙 빼간 것이지요.

현금은 잘 가지고 다니지도 않았는데,그날따라 왜 챙겨나갔는지..

집 나가기 전에 빨리 쑤셔넣느라 지갑 밖으로 좀 삐져나왔었거든요.

순간 머리가 하얗게 되고 손이 떨려서 캐셔가 주는 영수증을 받는 둥 마는둥 하고는 입구의 직원에게 달려갔지요.

직원의 말은 수유실 안에는 감시 카메라가 없고,밖에는 있지만,가방을 통째로 들고 나간 것도 아니고 돈만 빼간 거라면  확인하기가 어렵다는 얘기였어요.

하지만 제가 비운 시간은 길어야 2~3분,그리고 그 안에 있던 사람은 단 하나였고(수유실이 그렇게 번잡하게 드나드는 사람이 많은 것도 아니고),

제 기억에 제가 나오기 전에도 있었던 사람인 것 같아(짧은 대화도 잠깐 나누었거든요)한 번 확인해 달라고 했다가 저도 제 기억에 자신이 없어 그냥 돌아서 나오고 말았답니다.

 

그날,참 제 자신이 바보같고,세상이 참 무섭다는 걸 느꼈지요.

퇴근한 남편에겐 너무 미안해서 말을 못했답니다.

물론 한 달이 지난 지금도요.

어찌되었던 돈을 빼간 도둑은 애기에게 젖을 먹이던지 기저귀를 갈던지 하려고 들어온 애기엄마일텐데,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는지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 돈으로 기저귀를 샀는지,분유를 샀는지,유행인 볼레로를 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그 애기엄마의 정말 순간적인 실수였기를,마음으로 아파하며 다시는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래 봅니다.

덕분에 저도 매사에 한 번 더 챙겨보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답니다.

여전히 실수는 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