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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을 끓이며...


BY 맏며늘 2005-09-09

비가 부슬 부슬 내리는 오전... 시엄니. 시아부지 두분이

 

오셨다.. 막내녀석 응가하다말고, 화장실로 고개내밀곤

 

"아녀하시여 ..."꾸벅 인사하고 구여운 고추를 달랑이며

 

할머니,할아버지 볼에 뽀뽀도 한다...

 

미운정, 고운정 다 들었는지 요즘 내 맘속에 일렁이던

 

파도는 온데 간데 없고, 잔잔한 물결에 햇살이 쏟아진다.^^

 

예전엔  우리집에 오신다면 그전날 마트가서 미리 미리

 

반찬준비하고, 속으론 " 에구 귀찮아 죽갔구만,, 왜 오고

 

난리야.." 투덜투덜거리면서 살았다..

 

늘상 " 있는반찬에 그냥먹자,, 라면먹자" 편하게 하라는

 

시어른 말씀에도 " 어떻게 라면을 끓여요.." 하면서

 

투덜투덜 상을 차리곤 했다.. 매일 매일 집에서 회사업무를

 

병행하다보니.. 나도 이젠 예전처럼 가식없이 살기로 했다.

 

오늘 시엄니가 "라면묵자" 하시기에.. " 네 어머니.."

 

하고 끓였다.. 스페셜하게 당근, 호박, 파 거기다 계란

 

까지 풀어서 맛나게 끓였다.. 그것도 맛있게 드시는

 

시어른을 보면서,, 눈물나게 반성했다.. 부모님들은

 

자식에게 많은걸 바라지 않으신다는걸.. 나 스스로 불편해

 

하고, 나스스로 불평했던 모든일을 되짚어봤다..

 

바리바리 깜정 비닐 봉투에 옥수수 몇개, 호박 몇개

 

깻잎, 호박잎 가지고 오시던날도, 난 불평불만을 했고,

 

내가 힘들까봐서 바리바리 싸온 반찬만 놓고 가시던날도

 

전화하고 안왔다고, 속이로 시벌시벌..대곤했다..

 

내가 시엄니, 시아부지한테 준 사랑보다, 나에게 더많은

 

사랑을 베푸시는걸 어림풋이 알고나니.. 참 부끄러웠다.

 

한치앞도 알수없는 내 인생에서 가장많은 부분을 차지한

 

결혼생활을 이젠 좀더 행복하게 할수있을것같다..

 

남편이 외도했을때도,,난 세상이 무너지는줄 알았다..

 

아들 그모양으로 키웠다고 악다구니를 퍼부어 댔다..

 

삼년을 지옥같은 마음으로 살았고, 법원을 두번이나

 

내 화에 못이겨 들락 날락했다.. 나이를 먹었다는게..

 

참 중요하다. 많은 경험과, 실패속에서 내가 거듭나고

 

있었다. 지금에사 나는 이렇게 말한다 . 그래도

 

우리 시엄니, 시아버지가 젤 좋다고, 앞으로 남은 인생

 

행복하게 사는법도 알것 같다..^^

 

자식에게 다 내어주고도 또 줄것이 없나 살피시는 우리

 

어머니, 아버지에게 나도 뭘 줄게 없나 살피게 된다..^^

 

라면 하나로 내가 이렇게 철이 들게 될줄이야..ㅋㅋ

 

좀더 잘해 드려야 겠다.. ^^ 꼭 하고싶은 말이 있지만..

 

차마 말하기 부끄럽고, 쑥스러운 말을 여기서 하고싶다

 

" 엄니, 아부지 정말 사랑해요.. 존경하고 감사합니다..""

 

언젠간 아실까.. 무뚝뚝하고 애교없는 내가 엄니, 아부지

 

한테 이런마음을 갖고 산다는걸.. 언제쯤 부끄럽지 않게

 

말할수 있을까.. 사랑한다는 말을.. 그말을 자연스럽게

 

할수있는 그날만 손꼽아 본다..^^ 엄니, 아부지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