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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넣은 슛~~ 골!!


BY 만년소녀 2005-09-10

목련 (ahrfus70) 05.09.10 19:23
우리 남편은 별명이 동글이다.
 
남달리 동글동글 한 데가 많아서 내가 붙여준 또 하나의 이름이다.
 
그 동글이 남편 유난히 동글한 공하고 놀기를 좋아하니 그 이름하고도 딱 어울린다.
 
오늘 그 동글이 남편이 토요일마다 나가는 축구 모임에 간다고 한다.
 
그 동안 삶이 힘들어서 나오지 못했던 단원들도 오랫만에 다 나와 시합을 하기로 했단다.
 
오전 아홉시부터 세시간 빌리는 데 잔디구장을 이십만원에 계약했다고...
 
그 사람들 모이면 배고플텐데 김밥이라도 싸가면 좋겠네여.
 
우리 남편 이달에 차 바꾸면서 현찰을 많이 줘 돈이 없다고 손사래를 친다.
 
비 많이 올때 또 비오면 뭐해여. 가뭄에 단비가 얼마나 좋아여?
 
돈 있을 때 백만원 내 놓으면 뭐해여.  꼭 필요할 때 쓰는 돈이 진짜잖아여.
 
울 남편 나랑 수퍼 가서 김밥용 부식 사고 카드 내 밀었대요.
 
오댕국이랑 끓이려니까 무우랑 다시마도 사고...
 
아침 일찍 일어나 동글이는 썰고 난 말고 욜씨미 맹글어서 싸서 차에 실어 가져가고
 
한참 있다가 들려오는 핸폰소리 "다들 니 이야기만 한다. 귀 안가렵냐? "
 
누가 나 좋다는 소리 듣고 싶어 했간디... 모인 사람들 배고프지 말라고 했재.
 
그래 백번 잘했지? 고것이 정말로 돈 쓰는 재민겨~  일년에 한 번씩만 할까?
 
울 남편 골기퍼라고 하면서 맨날 지길래  골키퍼 있다고 골 안들어 가나 하고 놀렸는데
 
오늘은 김밥 덕분인지 세 팀에서 일등했다고 하니 정말 김밥 자주 싸 줘야 할까보네요.
 
우리 동굴이 남편과 축구하는 동료들도 일이 잘되어 자주 얼굴도 보고 우리 남편 언제까
 
지 골 안들어가도 좋으니까 공격수라는 명칭을 가지고 달렸으면 좋겠습니다.     

아랫 글은 작년에 축구를 막 시잘 즈음에 쓴 글입니다.

 

공격이나 당하지 마슈!  

 
우리 남편 나이는 올해 4학년 6반이다.

오늘은 토요일이라 오후에 회사동료들과 축구를 하는 날.
동료들은 거의가 다 3학년 몇 반이라서 자기보다 훨~ 젊은이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 남편 어느 날 내미는 축구 부 명단에 공격수란에 이름이 올라있다.
내 눈을 의심하고 다시 쳐다보아도 정말로 수비수가 아니라 공격수란이다.

내가 배꼽을 쥐고 웃었더니 남편도 따라 웃는다.
"아니 공격이나 당하지 말고 와!"
"마누라한테 공격은 잘하면서 거기서는 공격만 당하지?"

그 이후로 남편의 축구화랑 옷을 챙겨 줄 때면 공격당하지 말고 오라는 말이 인사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그 배에 안고 있는 당신 축구공도 던져버리고 오라고... ^^*


우리 남편 맨 날 의자에만 앉아서 일하다가 처음 축구 하러 갔던 날 폼 나게 공을 차려다가
쥐가 나서 공 한 번 차보지 못하고 앉아서 구경만 하고 왔었다는 말을 듣고 "그럼 그렇지...
공은 아무나 차나?" 하고 내가 놀려 댄 기억이 생각난다.

자기가 골키퍼를 하던 날엔 육대 빵으로 자기편이 졌다는 이야기, 온몸에 흙으로 범벅이 되
어 오던 날엔 자기를 잘 따르는 거구 동생이 자기 위로 넘어져서 죽을 뻔했다는 이야기...

공을 차려다가 넘어져서 엉덩방아 찧어서 축구를 못했다는 말에 땅한테까지 공격당했다고
놀려대서 날 잡으러 다니던 이야기.

이렇게 날마다 공격당하고 오는 이야기들로 가득한데도 아직까지 변함없이 오늘처럼 눈이
많이 내린 날에도 커피 끓일 주전자와 버너까지 챙겨서 가지고 나간다.

핼스클럽은 답답해서 싫다고 산에 오르는 것만이 운동으로 아는 우리 남편이 평소에 하는
운동은 정말 숨쉬기 운동 빼고는 하는 게 없는 것 같은데 그렇게나마 축구라도 하러 나가니
그나마 다행이다.

아마도 우리 남편이 축구를 하고 있는 날 동안만큼은 삶에 대한 희망과 열정이 식지 않을
것 같다.

요즈음 직장의 동료들이 하나 둘 자리를 비워 가는 어려운 때에 그렇게 공격을 당하더라도
좋으니 언제까지나 아기자기한 웃음을 자아내는 축구장으로 달려나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생에 영원한 공격수가 되기를 빌면서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