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살줄은 멋모르고 살고
스무줄은 아기자기 하게 살고
서른줄은 눈코뜰새 없어 살고
마흔줄은 서로 못버려서 살고
쉰줄은 서로가 가여워서 살고
예순줄은 서로 고마워서 살고
일흔줄은 등 긁어주는 맛에 산다
철 모르는 시절부터 남녀가 맺어져
살아가는 인생길을 이처럼 실감나게 표현했을까
자식 기르느라 정신 없다가
사십에 들어서 지지고 볶으며 지내며
소 닭보듯이 지나쳐 버리기 일쑤이고
서로가 웬수 같은데 어느날 문득
머리칼이 희끗해진걸 보니 불현듯 가여워진다
서로 굽은 등을 내보일 때쯤이면
철없고 무심했던 지난날을
용케 견디어준 서로가 눈물나게 고마워질 것이다
쭈글 쭈글해진 살을 서로 긁어주고 있노라니
팽팽했던 피부로도 알수없었던
남녀의 사랑이기 보다
평화로운 슬픔이랄까 자비심이랄까..
그런것들에 가슴이 뭉클해지고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게 한다
사십대는 어디서 붙잡는이 하나도 없지만
무엇이 그리도 급해서
바람부는 날이면 가슴시리게 달려가고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미친듯이 가슴이 먼저 어딘가 향해서 간다
나이가 들면
마음도 함께 늙어 버리는줄 알았는데..
겨울의 스산한 바람에도 온몸엔 소름이 돋고
육체는 시간을 이기지 못하고 늙어가지만
시간을 초월한 정신은
또다른 세계로 자꾸자꾸 뻗어 오르고 싶어한다
나이를 말하고 싶지않은 나이
아니 솔직히 확인하고 싶지않은 나이
체념도 포기도 안되는 나이..
나란 존재가
적당히 무시 될수밖에 없었던 시기에
나도 모르게 여기까지 와버린 나이
피하에 축적되어 불룩 튀어나온 지방질과
머리속에 정체되어 새로워지지 않는 낡은 지성은
나를 점점더 무기력하게 하고
체념하자니 지나간 날이 너무 허망하고
포기하자니 남은날이 싫다하네..
하던일 접어두고
무작정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것을
하루 하루 시간이 흐를수록
삶에대한 느낌은 더욱 진하게 가슴에 머문다
사십을 불혹의 나이라고 하지...
그것은 자신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거라고
젊은날 내안의 파도를
그 출렁거림을 잠재우고 싶었기에
사십만 넘으면
더 이상의 감정의 소모 따위에 휘청 거리며
살지 않아도 되리라 믿었기에
이제 사십을 넘어
한살 한살 세월이 물들어 가고 있다
도무지 빛깔도 형체도 알수없는
색깔로 나를 물들이고
갈수록 내안의 숨겨진 욕망의 파도는
더욱 거센 물살을 일으키는데..
처참히 부서져 깨어질줄 알면서도
여전히 바람의 유혹엔 더없이 무력하기만 한데
아마도 그건 잘 훈련되어진
정숙함을 가장한 완전한 삶의 자세일뿐일것 같다
마흔 지나 이제서야 어떤 유혹에든
가장 약한 나이가 사십대임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회색빛 높이 떠 흘러가는 쪽빛 구름도
창가에 투명하게 비치는 햇살도
바람을 타고 흘러오는 코끝의 라일락 향기도
그 모두가 다 유혹임을..
창가에 서서 홀로 즐겨 마시던 커피도
이젠 누군가를 필요로 하면서 같이 마시고 싶고
사람이 그리워지고 만나고픈
그런 나이임을 솔직히 인정하고 싶다
결코 어떤것에도
만족과 머무름으로 남을수 없는것이
슬픔으로 남는 나이가 아닌가 싶다
이제는 사랑을 그리워 하면서 사는게 아니라
진심으로 사랑을 하면서 멋을 낼수있는
그런 나이로 진정 사십대를 보내고 싶다
사십대란 불혹이 아니라
흔들리는 바람이고
끝없이 뻗어 오르는 가지이다
(옮긴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