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74

도대체 줄기세포가 뭐고, 왜 이 야단인데?


BY 뭔데? 2005-11-30

황우석 교수의 연구 실적에 관한 논란이 연일 지속되는 와중에 다들 도대체 그게 뭔지 궁금하고 헷갈리실 겁니다. 잠도 안오고 그래서 써봤습니다.

잠이 안오는 이유는?

황교수의 연구실적이 몽땅 구라라고 판명되면 어쩌나하고 걱정을 하다가 그래 되었습니다. 다행히 완전 구라로 판명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이는 군요. (MBC는 어쩌나.. 큰일났네..)

그러면 이 글을 쓸만한 전문지식은 있는겨?

당연히 없습니다. 이 글은 오로지, 전문 지식이 좀 있어 보이는 친구들과의 대화, 그 대화를 기반으로 한 인터넷 검색질, 그리고 약간의 유추능력이 발휘되어 작성된 것입니다. 따라서, 이 글에 제가 언급한 사실을 가지고 어디가서 우기다가 틀려서 피해를 입으셔도 저는 배상할 준비가 전혀 안되어 있으니 알아서 하시기 바랍니다. (준비가 안되었을 뿐더러 배상할 생각도 없습니다. ㅎㅎ)

그러면 뭘 쓸려고 그러는겨?

그냥 요즘 여기저기서 많이 들리는 복잡하고 헷갈리는 어휘들을 좀 쉽게 간단히 설명하고, 그 설명을 통해서 저도 좀 생각을 정리해 보려고 쓴 겁니다. (사실은 잘난척 하려고 그런거지 뭐..)

어떤 개념을 설명할 건데?

1. 줄기세포란 뭔가?
2. 배아줄기세포와 성체줄기세포의 차이점
3. 황교수의 성과는 무엇인가?
4. 박세필 교수의 연구가 있는데 그건 또 뭔가?
5. 도대체 그러니까 뭐가 문젠데?

등등입니다. 최대한 쉽고 평이하게 설명하고자 노력할 예정이니, 스크롤의 압박 정도는 참아 주시고, 틀린거 있으면 가열차게 지적하시고, 대략 알아 듣겠다 싶으면 잘 기억해 뒀다 어디가서 잘난척 하실때 써 먹으시고, 잘 모르겠다 싶으면 그냥 넘어가 주시기 바랍니다.

1. 줄기세포란 뭔가?

우리 몸에 있는 세포는 다들 뭔가 역할이 있는 세포입니다. 쉽게 얘기해서 뇌세포는 뇌에만 있는 거라는 거죠. 근데 아시다시피 사람은 수정란, 단 한개의 세포에서 발전된 생물체 아닌가요? 그러니까, 뇌세포건 근육세포건 머리털 세포건 애초에는 하나의 세포에서 분리되어 증식된 거라는 거죠.

쉽게 얘기해서 백지세포가 원래 있는거고, 이 백지에 어떤 설계도를 그리면 그게 어딘가에 쓸 수있는 유용한 도면이 되듯, 세포도 어떤 특별한 세포로 발전할 수 있는 기본 세포가 있다는 겁니다. 그게 줄기세포라는 얘기!

이 줄기세포가 중요한 것은, 줄기세포를 가지고 어떤 특정 조건만 맞추어 주면 원하는 조직의 세포로 발전 시킬 수 있다는겁니다. 즉, 원하는 세포의 덩어리, 즉 사람을 구성하는 부속품들을 만들 수 있다는 거죠.

사람이 걸리는 병이라는게 뭡니까? 어떤 특정 기관이 못쓰게 되서 병에 걸리고 죽어 가는거잖아요. 그러면 아주 단순하게 생각하면, 그 기관을 사람이 임의대로 만들어 낼 수 있으면, 그리고 갈아 끼워서 정상적으로 몸의 일부가 되게 할 수 있으면 모든 병을 고칠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물론 쉽지 않은 일이고 면역거부반응이라거나 뭐 그런 복잡한 일들이 많으니 힘들겠지만, 줄기세포는 이렇게 사람의 모든 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방법을 만들 수 있는 기초 아이디어가 된다는 겁니다.

무슨 고구마 줄기 같이 사람도 잎사귀 같은 팔다리 세포 말고 줄기가 있어서 그 줄기를 구성하는 세포가 아니라는 말씀!

여기서 한가지 오해하시면 안되는 게, 이렇게 쉽게 말하지만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기술은 여지껏 사람의 손으로 개발된 방법이 전혀 없습니다. 경험도 없고요. 수도 없는 문제점이 산적해 있고, 무슨 간단한 과제 하나만 해결하면 당장 내년 이맘때 쯤부터 모든 질병이 치료되는 상황이 아니라는 겁니다.

정확하게 얘기해서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법은 역사상 아직 단 한번도 시도된 적도 없고, 하는 방법도 모르는 상태입니다.


2. 배아줄기세포와 성체줄기세포의 차이점?

문제는 그 줄기세포가 구하기가 엄청 어렵다는 겁니다. 사람이 일단 성장해 버리면 뭐 새로운 조직을 만들 일이 없잖아요. 그러니까 줄기세포가 거의 만들어지질 않죠. 그러나 완전히 없지는 않습니다. 구할 수가 있어요.

하나는 배아줄기세포고, 또 하나는 성체줄기세포입니다.

배아줄기세포는 난자와 정자가 만나서 만들어진 수정란이나 그 직후에 막 세포가 분열되기 시작하는 시점, 그 근처에서 구할 수 있는 줄기세포입니다. 즉, 신체가 막 생겨나기 시작할 때, 구한다는 거죠. 당연히 그 때는 신체가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시점이니까 줄기세포가 와글와글 할거 아니겠어요?

성체줄기세포는 그 훨씬 뒤에 구하는 겁니다.

태반에서 구하기도 하고, 척수나 골수, 간에서 구하기도 합니다. 태반이야 뭐 수정란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동네니까 그렇다 치고, 나머지도 척 보기에도 평생 계속 새로운 세포가 만들어지는 동네 아닌가요?

척수야 뭐 뇌에 버금가게 중요하면서 신체를 구성하는 부분이고, 골수는 평생 피를 만들어 내는 곳 아닙니까, 간도 마찬가지고요. 의학에 전문 지식이 없어도 대략 눈치 챌 수 있는 얘기죠.

문제는 배아줄기세포를 구하기 위해선, 배아를 망가뜨려야 된다는 겁니다.

배아라는게 수정란이라 보시면 되는데, 이게 정상적으로 자라면 사람 되는거잖아요. 그러면 사람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나중에 사람될지도 모르는 놈을 하나 죽인다는 얘기를 할 수 있겠죠. 그래서 이 부분에서 윤리문제가 등장하는 겁니다.

하여간 그건 그렇고, 배아줄기세포는 그런겁니다.


성체줄기세포는 성인에게서도 구할 수 있는 거니까, 어떻게 해서든 병걸린 환자 본인에게서 줄기세포를 뽑아 낼 수 있다면, 그 환자를 위한 기관을 새로 만들어 낼 수 있겠죠.

이거라면 아무 문제 없겠죠? 그래서 미국이나 유럽에선 훨씬 어렵더라도 이 쪽을 중점적으로 하자고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겁니다. 지금 황교수님이 당하는 꼴 당할까봐 걱정되기도 하고 뭐 그렇겠죠.

3. 황교수의 성과는 무엇인가?

이 부분이 대단한 겁니다.

생각해 보세요. 아무리 줄기세포를 이용해서 새로운 장기를 만들어 낸다 하더라도 말입니다. 그게 남의 거라면 자기 몸에 이식이 되겠어요? 사람은 염색체(또는 유전자로 생각하셔도 됩니다. )라는게 있어서, 다른 사람과 확실하게 구분됩니다. 아무리 면역거부반응을 없앤다 해도 남의 장기를 내 몸에 이식하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런데 만약에 나랑 똑같은 염색체를 가진 줄기세포를 쉽게 구할 수 있다면? 대단한거죠. 모든 질병을 쉽게 치료하는 최종 목표를 향해 한발 크게 점프하는 겁니다.

성체 줄기세포 연구는 지지부진합니다. 왜냐면, 아까도 얘기했듯이 줄기 세포 자체를 구하기가 졸라 힘듭니다.

그렇다고 환자가 난자를 제공하고, 다른 사람의 정자로 수정시켜서(혹은 성별에 따라 반대로) 수정란을 만들고 그 배아로부터 줄기세포를 구한다 쳐 봅시다.

그래도 환자의 염색체와는 다른 염색체를 가진 줄기세포잖아요. 수정하는 순간 염색체가 짬뽕이 되어서 제3의 염색체가 나오니까요. 아버지와 아들이 염색체가 비슷하긴 해도 같은건 아니라는 사실은 아시죠? 같다면 유일하게 일란성 쌍동이가 같죠.

그래서 황교수는 기발한 방법을 씁니다. 정상적인 난자를 놓고, 그 핵을 제거한 후, 환자의 조직에서 핵을 추출하여 이식하는 겁니다. 이러면 원래의 난자는 정자와의 수정이라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하나의 수정란, 즉 배아가 된다는 겁니다. 특징은, 핵을 제공한 사람과 완벽하게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배아라는 거죠.

이 배아가 자라고 거기서 줄기세포를 추출하면, 환자와 완벽하게 동일한 염색체를 가진 줄기세포를 얻게 되는 거라는 말입니다. 브라보~

물론 이 아이디어를 황교수가 독창적으로 생각해 낸 것은 아닙니다. 진작부터 여러 생명공학자들이 도전을 했는데 기껏 얻은 결과가, 그런 식으로 핵을 치환(그냥 갈아끼웠다는 얘깁니다. 괜히 어렵게 쓰기는..)한 배아는 자라지 않는다는 거죠.

바로 이 내용이 복제 배아는 4세포기(정확한 용어인지 가물가물합니다만.)를 넘어 증식하지 않는다라는 얘기로 새튼교수가 보고한 연구논문의 내용이었었습니다.

뭔지 몰라도 뭔가가 안된다는 논문을 쓰다니..참 나약한 사람이죠? 그런거라면 나도 쓰겠다. 사람은 슈퍼맨이 안된다는 논문하나 쓸까요? 농담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제한을 황교수팀이 깨트렸다는 겁니다. 그런 식으로 핵을 치환한 배아를 잘 키워서 줄기세포까지 얻어냈다는 겁니다.

이러니 전 세계가 시끌시끌 한거죠. 이거 뭔가 광명이 보이네.. 잘하면 모든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먼 미래가 아니라 일이십년 안에 만들어 지는거 아닌가 하는 기대감 말입니다.

새튼교수는 자기 논문이 틀렸다고 정면으로 반박한 황교수팀에 끼고 싶어서 얼른 우리나라로 날아오게 되는 정도였던 거죠.

이거 진짜 어려운 얘기입니다. 오죽하면 이 성과가 몽땅 구라라는 의심을 하는 사람이 수두룩 하겠습니까? 우리나라에서도 학계 주류 인사들은 대부분 아직도 잘 믿질 못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저요? 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평생 속아만 살아 온것도 아니고 그냥 그대로 믿고 싶기도 하지만, 하도 말들이 많아서, 그리고 이 일이 하도 어려운 일이라서 그런 겁니다.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해서 논란의 불씨를 완전히 잠재웠으면 합니다.

이왕 만든 줄기세포 허브도 잘 운영되었으면 좋겠고, 그로 인해 고생하시는 많은 분들에게 그나마 작은 희망의 불씨라도 드릴 수 있어야 되는거 아니겠습니까?


4. 박세필 교수의 연구가 있다는데 그건 또 뭔가?

그런데 우리나라에 황우석 교수만 있는건 아니거든요. 물론 황교수와 공동으로 연구한 문신용교수도 있고, 또 나름대로 훌륭한 성과를 이미 가지고 계시는 박세필 교수님도 있습니다.

그 박세필 교수가 한일에 대해서는 못 들어 보셨죠? 민노당 사람들이 이분의 연구를 들이대면서 왜 참여정부가 황교수만 지원하고 박교수는 지원하지 않냐고 문제라고 하는 모양입니다. 그 분은 뭘 하신 걸까요?

이 얘기를 하려면 시험관 아기 얘기를 먼저 해야 합니다.

흔히 말하는 시험관 아기에 대해서는 어지간히들 알고 계실 겁니다. 불임부부의 희망이죠. 어떻게 해서든 부부의 난자와 정자를 채취합니다. 물론 난자와 정자의 생산 자체가 안되는 경우라면 남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구해야 겠죠. 그리고 그 난자와 정자를 몸 밖에서, 즉 실험실에서 수정을 시킵니다. 그리고 부인이 자궁 기능만이라도 정상이라면 부인의 몸속에 착상을 시도하죠. 그나마 자궁기능도 안 좋다면 대리모를 구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해서 아이를 갖도록 해주는 기술이 속칭 시험관 아기라는 겁니다.

저같으면 그럴바에야 입양을 하겠지만 그래도 또 자기 아이라는 특별한 감정도 있고, 사람마다 원하는게 다르기도 하니까, 꼭필요한 일입니다.

이 과정을 좀더 살펴보면, 부인에게서 난자를 한개만 달랑 구하는게 아닙니다. 그렇게 확실하고 완벽한 기술을 구현할 수는 없습니다. 십여개의 난자를 채취하고 남편에게서 채취한 정자로 모두 수정을 시킵니다. 사실 한번 시술로 더 많은 난자를 채취할 수록 성공 가능성은 높아지겠죠?

그리고 부인의 자궁에 서너개의 수정란을 이식해서 착상을 시도합니다. 이것 역시 성공확율을 높이기 위한 꽁수입니다. 다 성공해 버리면 이란성도 아니고 삼란성, 사란성 쌍둥이가 태어나겠죠. 그 중에서 한개라도 잘 자라서 출산하게 되면 시술은 성공입니다.

이것을 위해서 난자 채취 기술은 일찍부터 개발되어왔고 이제는 거의 일반화된 기술입니다. 이번에 황교수 사건으로 난자 채취 과정이 더욱 일반에게 알려져 버렸고, 그 과정이 여성에게 해가 되느냐 안되느냐, 부작용은 있느냐 없느냐 하지만 그렇게 위험한 시술은 아닙니다.

물론 그렇다고 헌혈하듯이 쉬운 시술도 아닙니다. 제 느낌으로는 그냥 아무런 댓가없이 기증하기에는 좀 껄쩍지근한 정도가 아닌가 싶다는 겁니다.

하여간, 위의 과정에서 눈여겨 보시면 뭔가 이상한 데가 있죠? 십여개의 난자를 채취해서 수정시켰는데 자궁에 이식하는 건 서너개.. 남는거 열개쯤은 어디로 갈까요?

그게 바로 "냉동 잔여 배반포기 배아"라는 겁니다. 말은 되게 어렵고 길지만, 이미 수정된 수정란이 남아서 냉동시켜놓은 거라는 거죠.

어렵게 채취해서 수정까지 시킨 수정란이니 버리지 않고 냉동시켜 놓는 겁니다. 불임 시술이 실패하면 재시도할 때 쓸 수도 있지만 성공해 버리면, 거의 갈데가 없어지는 존재들이죠.

박세필 교수는 여기에 집중하는 겁니다. 물론 황교수와 공동연구하던 문신용 교수도 이 분야를 연구했었다고 합니다.

이 수정란을 해동시켜서 다시 배양하고, 성숙 시켜서 줄기세포를 얻어내는 방법입니다. 박교수는 이 방법으로 논문을 발표하고 특허까지 신청해서 황교수보다 앞서서 특허까지 받아낸 상태입니다.

박교수에 앞서 이 방법을 성공시킨 팀은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팀이 초기 냉동배아를 이용해서 한번 했고, 호주-싱가폴 팀이 한번 해서, 박교수가 세번째 입니다. 물론 특허는 그 과정에 적용된 보다 앞선 기술들에 대해서 난 것이고요. 냉동 수정란을 해동하는 과정이라거나 뭐 그런 방법들에 대한 특허를 낸 거고, 또 성공할 확율을 큰 폭으로 높였다 합니다.

문제는 미국은 초기 냉동배아, 그러니까 냉동 시키자 마자 한거고, 호주팀은 아얘 냉동 안시킨 신선배아로 한 겁니다.

제 생각에는 이 분야가 오히려 더 윤리적인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비록 그 부모가 포기한다 하더라도 완전히 인간의 난자와 정자가 만나서 수정된 수정란을 실험재료로 쓰는거 아닌가요?

거기다가 또다른 기술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얻어낸 줄기세포는 환자와 염색체가 다르다는 거죠.

그러나 이 방법은 황교수가 겪고 있는 난자를 구하는 과정상의 문제가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오로지 불임시술을 위해 구해진 난자가 시술후 불필요하게 남았을 때 사용한다는 장점이 있을 뿐이죠.

이에 반해 황교수의 방법은 난자를 구하는 과정의 문제가 하나 있고, 거기다가 난자의 핵을 치환, 쉽게 얘기해서 복제 배아라는 겁니다. 일단 "복제"라는 단어가 나오면 생명공학 관계자들은 모두 일제히 "움찔"합니다. 복제인간이냐? 이거죠.

또한 결정적으로 황교수의 방법이 더 앞선 것입니다. 일단 다들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것을 성공시킨 것이고, 또 하나는 항상 따라다니는 골치아픈 면역거부반응 문제를 처음부터 없애고 간다는 겁니다.

이 차이는 굉장히 큽니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방법이라는 매우높은 산을 정복하기 위해서 황교수의 방법이 가장 위쪽 까지 올라가는 방법이라는 겁니다. 십년이상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방법이죠.

5. 도대체 그러니까 뭐가 문젠데?

이제 대략 지금 벌어진 논란이 어떤 과학기술에 관한 것인지 약간은 이해가 되셨을 겁니다. 사실은 과학이라기 보다는 기술인데요, 왜냐하면 과학적인 아이디어는 이미 전에 모두 나온 것들이고 기술적으로 구현되지 않았을 뿐이라는 거죠.

문제를 얘기하자면 여기서부터는 좀 어려운 얘기가 필요합니다.

이 정도면 알건 다 알았으니 문제는 니가 알아서 해결해라 하시는 분들은 그만 읽으셔도 됩니다. (이왕이면 끝까지 같이 가시죠~)

메타 사이언스 라는 것이 있습니다. 과학 자체가 아니라, 과학자들이 과학을 연구하는 목적과 방법, 뭐 그런것들을 연구하는 과학을 말합니다. 별거 다 있죠?

놀랍게도 이 방법론에서 역시 좌우가 극명히 나뉜다는 겁니다. 어떤 글을 보니 그 글에는 그 구분이 현재 한국사회에서 어떤 분포로 구성되어 있고, 그 구성원들이 이번 황교수 사건에 어떤 반응들을 보이는가에 대한 간략하지만 꽤나 정확하게 보이는 설명이 있는 겁니다.

다시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맨 왼쪽에는 모든 과학기술이 사회적인 개념에 따라 구성된다는 겁니다. 즉, 과학 자체가 자연계에 숨어있는 진리를 하나씩 찾아가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만들고 내고 있다는 겁니다. 좀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그런 측면이 분명히 있죠.

그 다음 입장은, 그건 좀 심했고 과학은 진리를 찾는게 맞는데, 기술은 사람들의 사회적 관계에 따라서 발전하는 거다라는 입장이 있는 거죠. 조금은 부드럽지만 그래도 왼쪽에 가까운 입장입니다.

더 오른쪽으로 가면 뭐가 있고 뭐가 있고 하다가 맨 오른쪽에는 과학기술은 그저 돈만 때려 부으면 다 알아서 좋은 쪽으로 발전할 거라는 개발 지상주의가 있게 되는 겁니다.

이런 모든 입장을 떠나서, 제일 중요한 것은 제가 엊그제 올렸던 바로 그 문제입니다. 과학기술자들은 도대체 자기가 만드는게 뭔지 알고나 만드는 거냐는 거죠. 핵무기를 만든 과학자들이 핵무기로 인해 죽은 사람들에 대해 책임이 있는거냐는 겁니다.

핵무기 같이 뚜렸한 존재는 지금 위에 구분한 메타사이언스의 좌우 구분과 전혀 관계 없이, 국제적인 힘의 논리에 따라 좌우되고 있죠?

그러나 황교수의 연구 같은 분야에서는 이 문제가 전혀 어떤 시스템으로 갈지 확립도 안되고 있습니다. 물론 제약 분야에서는 다국적 기업의 이해에 따라 거의 제국주의적으로 진행되고 있기도 합니다.

결국 유럽의 사조를 따라, 대략 윤리가 강조되는 경향이 있고, 그 결과 인간의 생명과 직접 관련된 생명공학 분야에서는 수십년된 헬싱키 선언을 지키는 등, 뭔가 앞뒤가 안 맞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기도 합니다.

여기서 조금 그래도 맘 편해지는 얘기를 한마디 드린다면, 현대사회의 과학기술이야 한 인간이 평생을 공부해도 다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복잡하고 어렵게 발전되어 있지만, 전세계에서 첨단을 달리는 윤리기준이나 메타사이언스 분야라 해도, 여러분들이 평소 무관심하던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제가 위에서 설명드린 내용정도만으로도 따라가서 같이 고민할 수 있다는 겁니다.

도대체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같이 고민을 좀 해보고 입장을 선택해 보시기 바랍니다.

황우석 교수의 입장은, 선의로 해석하자면, 어떻게 하든간에 하루라도 빨리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법을 완성해서 수많은 환자들의 고통을 치료해보자라는 쪽일 겁니다. 물론 부수적으로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첨단을 달리는 의료강국이 되어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면 더 좋겠죠. 자신의 부귀영화야 옵션에 불과합니다. 저도 듣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얘깁니다.

주절주절히 한 얘긴데...읽느라 욕보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