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든 둘.
3년 전, 남편처럼 속얘기 털어놓던 손자가 군대간다는 말에 충격을 받아
치매가 왔지요.
네 아들 중 셋째 아들이 모시고 사는데 그 셋째 아들의 아들(손자)이 군대 간 후,
식구들은 정신이 없으므로 구박을 해도 감정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지
어머니께 마구마구 소리지르고 난리쳤습니다.
보다 못한 형제들은 요양시설을 알아보고 있어서 제가 모셔왔지요.
아침 먹고 산책하고 들어와서 차 한 잔에 사과 반쪽을 긁어드리고(틀니도 잇몸이 오그라들어서 불편하다고 안하셔서)
잠시 있다가 점심을 드렸지요.
오후에 차 타 드시라고 보온병에 더운 물과
들깨(변비가 있으셔서)차가 들어있는 찻잔을 밥상에 놓아두고
출근을 했습니다.(학원강사라서 오후에만 일을 함)
저녁에 돌아와 같이 밥 먹고 다시 산책......
산책하면서 <큰 이모 이름은? 엄마네 엄마 이름은?....>
해가면서 많은 대화를 했지요.
돌아가시고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모셨지요.
이렇게 하고 나니 정신이 맑아지셨습니다.
가끔 용변을 보시고 뒷처리가 미흡해 변기 부근에
눈꼽만큼의 변이라도 묻히는 날엔
퇴근해 돌아와 문열었을 때 냄새 장난이 아닙니다. 냄새의 출처를 한참 찾을만큼
정말 눈에 잘 띄지도 않을 정도의 적은 양인데 냄새가 어찌그리 온 집안에 가득한지요.
저랑 사는 동안 약을 반으로 줄였습니다.
당뇨약, 변비약, 수면제, 혈압약, 소화제 등등.
병원에서 처방해 주는 약을 그대로 드시게 하면 안될 것 같아서
일단 하루 세 번 먹던 소화제, 다음엔 수면제, 다음엔 변비약을
(변비약을 안드셔도 되도록 한약에 들깨차에 야채 등등 애를 많이 써서)
차례로 끊었지요.
그리고 몇 달 후 다시 셋째 아들집으로 가셨습니다.
기다리던 손자 제대하고 복학해서 졸업반.
요즘 이력서 내느라 바쁩니다.
어머닌 많이 심해지셔서
용변이 나오는 걸 못느끼시는지
이불에 자주 실수를 하신다고 못모시겠다고
새언니 난리를 치는데
저는 그 때 보다 상황이 안좋아져서
집도 절반 크기로 줄였고,
직장에서 일도 늘었습니다.
원래 건강한 체질도 아닌 사십대 후반 나이로 아이들과 씨름하다
퇴근해 오면 많이 지쳐 잠시 누웠다가 저녁을 먹을 정도입니다.
어머닌 100% 성한 사람같진 않아도
사람도 알아보고(웃음을 잃었을 뿐) 집에만 계셔서 쓰지 못하는데도
돈 드리면 좋아하고 이러는 분을 노인요양시설에 맡기지도 못하겠고,
그렇다고 제가 모시자니 제 몸도 감당이 안되고....
형제들 다 간신히 밥만 먹고 사는 형편이라
훌륭한 요양시설에 당당하게 모실 형편은 안됩니다.
차라리 그럴 수 있다면 그게 더 효도인데.
그걸 못하고 허름한 곳에 모실 수밖에 없으니 마음만 아픕니다.
어찌하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정신이 아주 없으면 조금은 편하게 그런 곳을 제안해 보겠지만
그것도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