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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하는 남자, 내가 사랑하는 남자


BY 무스칸 2006-01-04

제가 좋아하는 남자가 있어요. 그와 저 둘다 스물 여덟이고요.

대학교 1학년 때 한 달 남짓 사귀다 헤어지고 6년간 소식을 모르고 지내다 제작년 우연한

기회에 다시 만났어요.

참 편하더라고요. 왜 이런 사람이랑 헤어졌을까 싶을만큼 속도 깊고 편하고 가정적이고.

부모님께도 잘하고, 능력있고, 자기 일도 열심이에요.

그는 대전에 있고 저는 서울에 있어 한두달에 한번씩 얼굴보며 연락하고 친구처럼 

지냈는데 그가 좋아지더군요. 아, 이런 사람과 결혼을 해야되겠구나. 

내가 결혼을 한다면 이 사람이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 역시 헤어졌던 사람과 다시 만나 이렇게 편한건 처음이라고 했고,

그와는 집안도 비슷하고, 무엇보다

서로의 어린 시절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는 게 사람을 참 순수하게 만들더라고요.

친구로 지내다 제가 먼저 고백을 했지만 저와 다시 사귀는 걸 생각해 본 적이 없다더군요.

물론 스킨십도 전혀 없죠. 함께 있으면 둘다 즐겁고 유쾌하긴 하지만.

그러면서 자신의 어릴 적 친구들을 만나는 자리에 저를 데리고 나가 친구들에게 소개를

시켜주고,제가 일 때문에 대전에 내려가자 연구실에 있는 사람에게 또 인사를 시키더군요.

그의 친구들과는 술자리도 함께했고 죽이 맞아 친해졌죠.

일하다 제가 새벽에 문자라도 보내면 바로 전화해 걱정해주고.

조금이라도 무거운 건 그가 다 들어주고, 요즘엔 일주일에 서너번씩은 통화하고

가끔은 30분 넘게 전화로 수다를 떨기도 하고. 옷 사는 것 좀 도와달라며 같이 쇼핑을

가자고 하고.(그는 공학관련 연구원이고 저는 패션관련 일을 하거든요.)

사귈 생각 없다더니 고백 후엔 더 둘 사이가 애매해졌어요.

연인도 아닌 친구도 아닌.

그는 결혼할 여자를 찾고 있어요.

저 역시 열렬히 그를 사랑하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친구처럼 연인처럼 따뜻하고 말 안해도 지켜봐주고 이해해주는 관계가 좋아요.

결혼은 이런 남자와 해야되는 것 아닌가요?

여자는 자기가 사랑하는 남자보다 자신을 사랑해주는 남자를 만나야 한다는데

정말 그런가요? 

제가 아무리 노력해도 그와는 그저 친구로 밖에 머물 수 없는걸까요?

노력을 한다해도 이미 알고 지낸 세월이 몇 년인데 이제와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고,

그 역시 저에게 어느정도 호감은 있는 건 알지만 제가 밀어붙여 만약

잘 된다 하더라도 과연 행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에요.

다시 헤어지고 싶지는 않아요. 절대로.

다른 사람과 사귀기도 해봤지만 그럴수록 저에게 맞는 사람은 그라는 생각이 더 드네요.

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지, 늘 나는 어긋나기만 하는지,

인연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아닌지 참 어렵기만 하네요.

 

결혼하신 님들,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