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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런 생각을...(작은 아이에 대해)


BY 지나다 2006-01-14

아이가 하나 있었을 때 그 아이는 내게 전부였다.

시집살이를 겪고 있었고,남편은 항상 일로 바빠 12시를 넘기는 일이 거의 대부분이었던 나는 정말 아무도 함께할 사람이 없었다.친정도 지방이고.

그 아이만이 유일하게 나와 대화할 수 있는 상대였다.물론 애가 말로써 대화를 할 수 있기전까지 거의 내가 말하고 내가 받고 했지만.

어느 부모가 그러지 않겠느냐만,정말 정성을 다해 키웠다.끝까지 모유를 먹였고,이유식을 직접 만들어 먹였고,간식도 자연식으로 해주었고,두돌이 될때까지 바깥 음식은 먹이지도 않았다.외출시엔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녔다. 그 이후에도 하루 세끼 반찬을 영양소 따져가며 그것도 매끼 다른 음식으로 해줬고 밤에 잠자리에 들때면 내일은 뭘해 먹일까 무엇을 하며 놀아줄까 계획을 세우고 잤다.

아이에게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해,임신때부터 시작에 낳아서도, 나의 나쁜 생활습관이나 버릇을 스스로 고치려고 부단히 노력했고,말씨 하나도 조심하고,아이의 표정을 읽어가며 아이가 표현하고자 하는걸 언어로 표현해주었다.

아이와 지키지도 못할 약속은 아무리 작은거라도 하지 않았고,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켰다.

놀이를 할 때,충분히 어지를 수 있게 하고(물론 놀이 후엔 엄마와 함께 정리했다), 엄마가 깊게 관여하지 않고 아이 자율성에 맡겼다.물론 아이가 도움을 요청할 땐 처음엔 힌트를 주었고,아이가 노력함에도 도저히 아이의 힘으로  안되겠다고 판단될 때만 도와줬다.그리고,시간이 걸리더라도 아이가 할 수 있다고 판단될 땐 재촉하지 않고 말없이 기다려줬다.

책을 장난감처럼 갖고 노는 걸 막지 않았고,어느 책이든 아이가 가져오면 아이의 수준에 맞게 읽어줬다.아이가 중간이 보기 싫어하면 억지로 보이지 않고 책을 덥었고 아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책을 원하는 만큼 읽어주었다.

그리고,아이와 함께 노래를 많이 불렀다.

엄마의 표정은 아이의 표정을 결정 짓는다고,좋은 일이 없어도 항상 웃고 다녔다.원래 무표정이었던 나에겐 이것도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었는데,어느 정도하니 습관이 되었다.

아이가 넘어졌을 때 크게 다치지 않았다면 동요하는 표정이나 말을 하지 않고,못본체하며 아이 스스로 일어나게 했다.그리고 아이가  울지 않고 일어났을 땐,정말 씩씩한 행동이라고 칭창해주었다.생각보다 아이가 아파서 울 때에는(아이는 평소에 항상 웃는 표정이라 이런 경우는 굉장히 아플 때만 일어난다) 그 대신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위로해주었다.

충분히 뛰어놀게 했고,7세까지는 소위 말하는 공부는 시키지 않았다.대신 많이 놀아줬고,많은 걸 보여줬고,정말 나도 아이와 함께 동화되려 노력했다.

기타등등 기타등등.......

그리하여 지금 큰 아이는 붙임성 있는 성격에 넉살좋고  성격 시원시원하고 매사에 자신감이 있어 혹시 못하는게 있어도 남하고 비교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고,다른 사람의 말을 귀기울여 들을 줄 알고 사랑이 많고 아주 밝은 표정을 가진 아이가 되었다.

건강하고 음식도 가리지 않고 아무거나 잘 먹는다.

상상력과,창의력과 표현력이 풍부하고 책은 거의 매니아 수준이고, 어려서 공부를 안 시켰지만 지식에 대한 욕심이 많아 스스로 공부를 찾아서 할 줄 아는 아이가 되었다.그것도 즐겁게.하지만 노는 것도 얼마나 열정적으로 노는지 모른다.

아직까지 우리집 첫째 아이는 그렇다.

그런데......

둘째 아이에겐 그 만큼의 공이 안 들어간다.아이가 둘이 되고 나서부턴 그게 힘들어진 것도 사실이지만,그런 열의도 큰 애때 만큼 안 생긴다.아니 큰 애 때의 10분의 1도 못 하는거 같다.

그래서인지 작은 아이는 큰 애와는 너무 다르다.

겁도 많고 소심하고 짜증내거나 잘 울고 식성도 까다롭다.큰 아이에 비해 호기심도 없고 조금해서 안되면 엄마한테 해달라고 한다.

큰 아이보다 말이 빠르긴 했으나 웬지 큰 아이보다는 모든 면에서 모자라 보인다.

나는 요즘 가끔 생각한다.지금 작은 아이의 모습을 닮은 나의 어린 시절을.영재라 불리었던 오빠 밑에서 바보취급 당해야 했던 나를(난 비교적 상위권 성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만약 작은 아이가 지금과 같이 자라서도 큰 아이와 많은 차이를 보인다면 그건 전적으로 내 책임이라는 생각이 든다.어려서부터 엄마가 오빠한테는 충분히 공들였지만,나한테 그러지 않았고 자신감만 잃어가 결국은 아무것도 못하는 바보가 되었다는 사실이 상기되면서 작은 아이도 나와 같은 처지가 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복잡하다.

하지만,쉽게 바뀌질 않는다.작은 애가 열등감을 느끼지 않도록 다독이고 더 신경을 써야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