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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제정신이 아니었다


BY 클로버 2006-03-30

애기가 돌이 지나면 좀 편할까 싶었는데

에구머니

애기가 돌이 되오는데 난 더 힘들다

정말

애기가 누워있을 때가 편했구나

우리딸은 이제 애기에서 탈피해서 작은

소녀 작은 유아로 자기주장을 할줄 아는 귀여운

이쁜이가 되가고 있는 중이다.

 

하루왠종일 날 따라다니면서

귀찮게 징징거린다.

이제 10개월 넘었는데

엄마, 아빠, 응가, 맘마 말고는 다 옹알이다.

눈치로 대충은 내가 때려맞춘다.

아침에 일어나서

우아하게 책을 들추면서

읽어달라고 칭얼대면서

양팔을 휘둥대며 칭얼대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또 시작이다.

하루종일 요구사항이 많다.

하루종일 한시도 가만있으려안하고

기저귀채우는 일도 전쟁이다.

하루종일 먹으려고 한다.

윽 대단한 식성이다.

 

맘마먹으면서 자기가 먹겠다고 숟가락을 뺏어가더니

반은 흘리면서 좋다고 손가락으로 밥알을 다  헤짚어놓는다.

 

엄마가 직장을 한달전부터 다니면서

난 너무 힘들다

그나마 급한 일 있음 엄마에게 맡기고 다녀오곤 했는데...

그래서

요사이 욱신거리는 치아도 치료못하고

한달째 참고있다

어쩌면 치과가는게 두려워서

또 돈나가는게 싫어서 이참저참 미루는지도 모른다.

 

오늘 엄마가 쉬는 날이라 죄송하지만

우리딸을 맡기고 치과를 갔다.

커플링을 끼고가려는데 결혼반지가 안보인다

오마나 내 결혼반지가 어디갔지?

삼십분동안 서랍을 뒤적인다.

(뭘 찾니?)

분명 엄마에게 얘길 하면 혼날 게 뻔하기에

못들은척

(아픈이가 급하니 집에와서 찾아야지... 마음먹는다)

 

호텔처럼 인테리어가 편안한 치과

그런데 난 두려워 떨고있다

도대체 견적이 얼마나 나올지 ,

도대체 애 맡길 데도 없는데 치과를 몇번이나 와야할지...

엑스레이를 찍는다

사진나올 때까지 티비를 틀어주는데

그나마 다행이다. 티비라도 볼 수 있으니...

(떼우자고 하면 뭘로 한다고 하지? 급은 한개당 28만원?

만일 두개를 떼워야한다면 60만원꼴...

근데 왜 여긴 아말감이 없을까?....혼자 별생각을 다한다)

드디어 의사가 와서 설명한다

사랑니가 썩은거라 뽑으면 된단다.

예전에 한번 사랑니가 위치가 잘못되서 뽑은경험이 있다.

그래서 휴 살았다 사랑니라 다행이다 싶었다.

 

집에 오니 엄마는 지쳐있었고

방은 개판오분전이었다.

역시 울딸래미의 에너지는 대단하다.

홍길동처럼 기어다닌 흔적은 셀 수가 없다

치과갈 땐 울 것처럼 하더만

잠에서 깼는지 안아달라고 두팔을 벌린다.

(엄마, 나때문에 쉬지도 못하고 빨리 가셔...)

난 엄마에게 국 끓여잡수라고 고기한근을 건넨다.

 

다시 결혼반지가 생각났다.

난 미친듯 서랍을 다시 뒤지기 시작한다

어릴 때부터 뭔가를 잘 잃어버려서

시계도 몇개씩이나 잃어버리고 다녔다.

도대체 난 왜이럴까 애낳고 건망증이 더 심해졌다

도대체 기억이 안난다 반지를

서랍에 두는데 반지가 왜 없지?

생각을 더듬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작년 송년회 때 끼고 간 기억밖에는...

맞다

구정 때였다  방송에서 귀중품은 어쩌고 했던 기억이다.

그래 내가 결혼반지를 숨긴다고 숨겼는데

혹시 도둑들까봐 숨긴다고 숨겼는데

도대체 어디에 숨겼지?

내가 숨기고도 못찾겠네...

미치고 팔짝 뛸 노릇

집안 치워야하는데 ... 머리속이 하얘진다.

 

도대체 내가 반지를 어디에 두었을까?

휴~~~~~~~~~~~~~~~~~

딸아이는 신이나서 서랍을 뒤지고 물건을 하나씩 다 꺼내본다.

작은 조각만 발견해도 입에 넣어버리는 딸아이...

으악 내가 미친다.

그렇게 한시간을 반지만 찾았다

방바닥은 난리도 아니었다

그런데 꼭 꼭 숨겨두었을 것같은 반지가

얼토당토않은 곳에 있었다.

바로바로 애기기저귀가방 주머니에

있었던 것...

내가 중요물품을 외출 했을 때 찾기쉽게

가방 주머니에 넣는 습관이 있다

아마도 송년회 때 걸리적거려서

넣었는 모양이다.

참 근 사개월가량을 결혼반지를 기저귀가방에다 넣고다녔으니

난 까마귀처럼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만일 기저귀가방을 잃어버리기라도 했으면

아마 내 반지를 도대체 왜 잃어버렸는지

내머릿속의 전설이 되어버렸겠지.

 

휴 감사할 일이다

다행이다

오늘 감사할 일이 두개나 되네.

이를 뽑게 되어 돈굳은거랑 결혼반지를 그나마

하루사이에 찾게된거

난 너무 기뻐 한숨을 돌리는데

우리딸이 엉덩이 춤을 추며 이쁜짓을 한다

그래 고맙다 딸아 너의 엉덩이가 이렇게 작고 이쁘구나...

너의 윙크는 나의 마음을 녹여주는

캬라멜같구나... 너무 달콤하다.

 

그런데 딸아, 아무리 엄마가 좋아도

제발 엄마 얼굴좀 갑자기 손으로 떼리지 말고

배도 아직도 출렁이는 엄마배를

갑자기 격파하지 말 것이며

제발 화장실만은 좀 따라오지 않으면 안되겠니?

 

엄마 너무 힘들다

늙은 엄마가 에너지 팍팍 넘치는 널 키우는게

늘보같은 엄마가 홍길동같은 널 키우는게 왜이리 힘드냐...

이제 내일이면 내 이빨의 통증도 끝나니

동화도 더 많이 읽어주고 내가 더 이뻐해줄게...

 

이제 양치도 더 잘하고

정신차려서 정리정돈도 열심히 해야겠다

오늘 너무 긴장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