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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음만으로도 서러운 우리부모들을 너무미워하지는맙시다


BY 가는세월 2006-06-27

아컴에 처음들어온게 한달여..

게시판에 글올라온거 읽는재미가 쏠쏠해서 덜 심심하고 덜 외롭다.

그런데  가만히 읽노라니 거의 모든 며느리들은  시어머니를 싫어라 한다.

나또한 그런 글들을 보며 공감하는 부분도 많기에 한편으론 대리만족도 느끼며 즐긴다.

그러는 마음 한구탱이에서부터  모락모락 연기처럼 뭔가가 스며드는 생각이 있다.

인생에 대한 허망함과 쓸쓸함과 서글픔과 말로 형용키 어려운 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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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에 시집와서 어느덧 큰아이는 중2 둘째아이는 초5되었다.

결혼기간동안 3-3.5년 알바정도의 사회생활한것 빼고는 지금껏 전업주부다.

아이들 유아기때는 눈에넣어도 안아플만큼 이뿌기도 했지만 가끔씩  좁은집에서

아이들하고만 씨름하는 내 힘든 모습에 눈물도 많이 흘렸고  많이 지겨워하기도했지...

집안일에 소홀하고 한달이면 반을 술마시고 오는일로 지겹게 싸워대고 지겹게 말안하고..

이런게 결혼이라면 하지말았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와 절망으로

죽고싶은생각도 참 많이 했었지.

이제 내나이 44살.

아이들은 제 앞가림은 제법하는나이로 자라서 내손갈일은 반으로 줄고

남편또한 세월에 장사없다고 술도 반으로 확  줄고

가끔씩 시키지도 않았는데  빨래도 걷어서 개켜놓고 청소기도 밀어주고

욕조에 담가논 이불빨래도 외출한사이에 밟아 빨아 널어놓고....

옛날에 비하면 이게 바로 행복인데..

어느새 흘러버린 시간들이 나를 여기까지 오게하다니.

아이들도 제법 컷다고  가끔은  지네들 정신세계에서

엄마를 왕따도 시킨다.

서서히 젖어드는 인생의 외로움이여.

여기 게시판에서 대부분의 며느리입장에서 시어머니에 대한 불만을, 미움을, 토해내는걸

보노라니  나  아직 젊고 며느리볼날 많이 남았지만( 그래야 15년정도밖에 안남았네)

내 훗날의 시어머니된 모습이 오버랩된다.

벌써부터  미지의 며느리에게 그저 "시어머니"라는 이유하나만으로  눈치꾸러기 짐스러운 대접을  받을것을 생각하면(내가 잘하고 못하고와는 별개로) 벌써부터 울적해진다.

늙어서 자식들에게  기대지도,, 바라지도 않을능력은 되나

어?건  정신적으로라도  어느 어린여자(며느리)로부터  단지  "시어머니"라는 이유하나만으로  받아야할 적대감이 나를 더 쓸쓸하고 무상하게 한다.

내 양심에게  물어본다.

시어머니에게 특별히 잘해드린건 딱히 없지만  나는 이담에

더도말고 덜도 말고 그저  나만큼만,  나정도만 하는 며느리를 봤음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나이들면  보기에도 외모부터  초라해지고  불쌍하지 않나요?

우리도 이담에 늙은부모가 될텐데  웬만하면 그저  넓은 아량으로 참았으면 좋겠어요.

각각 사정을 들여다보면 시모 미워하는마음  모두 정당하고 절절한 이유도 있겠지만말이죠.

지금 같아서는 나쁜 시어머니는 되지말아야지 다짐해보지만.....

 

나이를 안먹는건 죽어도 불가능한일이고   서서히 나이는 먹어가고 서서히 늙어가고

늙어 죽는것은 두렵지 않으나  가는세월이 야속하고 서글퍼만 집니다.

도저히 인간같지 않은 시모 때문에 힘들어하고있는  며느리분들에게는

그저 지송스럽네요.

단지 저의 진심된생각을 몇자 적어봤네요.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