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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쉬는 날은 반드시 싸우는 날


BY 더위사냥 2006-08-05

남편과 나는 둘다 직장에 다닌다.  5일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남편도 나도 이 주에 한번꼴은 토요일 일요일 함께 보낸다.

원래 여행하고 구경하는 걸 즐기지 않는 나로서는 밀린 집안일 하고, 또 일주일치 반찬하고, 책도 보고 낮잠도 자고 뭐 그러는 휴일이다.

문제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부터 싹튼거 같다. 아이는 끊임없이 찡얼대면서 내 품에 파고드는데, 남편은, 쇼파에 비스듬하게 누워서 티비에 완전 잡아 먹힌듯이 정신이 빠져서 입으로는 끊임없이 "아이고 피곤해. 아이고 허리야. 아, 왜 이렇게 머리가 아프지. " 되내이며(완전 입버릇이다), 혼자 이리뛰고 저리뛰고 집안 일 하는 내 옆에서 그렇고 있었다. 참지 못한 내가 폭발하면 '야, 아빠한테 와." 한마디 한다. 아이가 가나? 재미있게 놀아줘야지 아빠한테 가지. 절대 안가고 내 다리 가랑이 사이로 기어들어오면 '쟤가 날 안좋아하잖아. 안오는데 어떡해" 이렇고 앉았다.

첨에는 원칙을 따져가면서 (남녀 평등이 어쩌구 저쩌구) 정색을 하고 이야기하자 했더니, 자길 가르치려 드는거냐면서 되려 화를 낸다. 자기만큼 집안일 하는 남자가 어딨냐면서..(설겆이 가끔하고(것두 내가 딴일땜에 도저히 밥먹은 설겆이 못할때,) 청소한도 가끔한다 (일주일에 한번정도 한다) 그래서 나중에는 원론적인 거 빼고 "설겆이 할래, 얘 목욕시킬래?" 이런 식으로 했다. 집안 분위기는 훨씬 부드러워졌으나 내 맘에 분노를 점점 쌓여갔다.  아이가 한참 사람손을 타고 힘들게 할 무렵, 돌지나 두돌까지는 정말 남편이라는 인간이 죽여버리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이젠 아이가 다섯살이다. 제법 컸다. 난 이제 휴일이 시작되기 전에 남편으로부터 벗어날 방법을 궁리한다. 일부러 직장에 나가기도 한다.(밀린 일이 있다고). 친정도 간다.(남편은 혼자 잔소리 안듣고 오락하고 티비볼 수 있어서 엄청 반기는 눈치다.) 절대 남편하고는 집에서 하루종일 있지 못한다. 그러면 우린 틀림없이 싸운다. 남편은 여전히 하루 종일 티비 앞에서 허접한 프로를 봤다가, 플레이 스테이션을 이용해 하루 종일 오락을 했다가, 입에 버릇처럼 들어있는 피곤해 소리를 연방 날리며 코를 뭣같이 골며 낮잠을 한 세시간 잔다. 아이는 아빠에게 놀아달라 애원한다. 남편에게 아이와 노는 것은 돈들여 놀이동산에 가는 것이다. 동네에서 아이데리고 산책을 하거나, 놀이터에서 같이 놀아주거나, 자전거 타는걸 봐주거나, 혹은 집안에서 아이와 노래부르고 놀아주는 그런건 죽어도 못한다. (피곤하고 머리 허리 어깨 온몸이 자기는 아프니까). 보다보다 내가 아이를 데리고 놀이터에 나가고, 산책을 한다.

남편은 새벽 2,3시까지 한자리로 앉아서 꼼짝도 안하고 오락 참 잘한다. 그때는 절대 아픈곳이 없다.

토요일. 오늘도 일찍 나왔다. 그리고 머리를 굴린다. 아이 데리고 어디를 갈까? 남편과 어떻게 하면 낼 하루 얼굴 안보고 지낼 수 있을까? 가끔 생각한다. 내가 왜 이 사람이랑 살아야 하나? 내가 어쩌다가 이 사람하고 살게 되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