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합니다.
아내의 마음을 헤아리는데 이리도 오랜 세월이 걸린 것은 나의 게으름 때문이었습니다.
바쁘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모든 걸 나중으로 미루어 온 지난 날들이 후회스럽습니다.
더위에 지친 남편 먹이려고 늦은 밤에 맛있는 걸 포장하여 사다 준 당신...
하나도 남기지 않고 맛있게 먹고난 담에 별 일도 아닌 것 가지고 밤에 짜증은 왜 냈는지...
다음 날 내내 미안했습니다.
미안하다는 전화를 할까말까 망설이고 있는데 아내한테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어제 미안했다고 하더군요.
"아니야...내가 잘못했어"라고 해야했는데 그만 그 말을 못하고 말았습니다.
이제부터는 아내의 깊은 마음을 가볍게 여기고 쉽게 생각하는 습관을 버리겠습니다.
고백합니다.
여자의 몸을 아는데 이리도 오랜 세월이 걸린 것은 나의 쓸모없는 자신감 때문이었습니다.
"그까짓...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알아지겠지 뭐..."하며 방심한 세월이 너무 길었습니다.
아이들이 이만큼이나 크도록 여자의 몸을 모르면서도 그건 당장 중요한 게 아니라고만 생각
했습니다.
아내의 짜증 80%가 나의 여자 몸에 대한 어이없는 무지 때문이었음을 알게 된 며칠 전 그날
밤의 일을 잊을 수 없습니다.
남편 이마의 땀을 닦아주며 고맙다면서 꼬옥 끌어 안아주던 그 날 밤의 아내 표정은 평소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그날 밤, 나는 아내에게 남자였고 아내는 저에게 여자였습니다.
항상 익숙해져 있던 상대가 아니라 쑥스럽고 부끄러워 새롭고 신선한 느낌이 오는 상대였습
니다.
부부간에는 이렇게 가슴 두근거리는 날이 오지 않는 걸로만 알았는데...참 이상했습니다.
너무 놀라운 일이어서 왜 그랬을까 하고 누운 채로 생각해보니 의외로 단순한 생각이 계기가
된 것이었습니다.
그 날따라 나는 여자의 몸이 궁금해졌고 그런 남편의 동작에 아내가 잘 따라준 것이 시작이었
습니다.
여자의 몸...
결혼한 남자가 말하기엔 부끄러운 얘기지만 그 미묘하고 신비로움을 어느 정도 알고나니 조
물주의 섭리 앞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여자 몸의 30%도 모르면서 아내 몸이 녹슬도록 무관심했던 시간들이 어리석었습니다.
오랜 세월, 외로움에 숨어 흐느끼며 남편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던 아내의 몸은 그 날 밤
남편의 손 길을 받자마자 복받쳐 오르는 설움을 감추지 못하고 오래도록 떨고 있었습니다.
지난 세월, 그 숱한 밤을 피곤하다며 옆으로 누워 자는 남편 얼굴을 내려다보며 아내 혼자 얼
마나 아파했을지...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아내가 무엇에 기뻐하고 무엇에 외로워하는지...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여보...
그동안 미안했어.
지금까지 난 내가 살아 온 방식이 제일인 줄로만 알았어.
지금까지 난 세상 모든 일이 당신을 안아주는 일보다 더 중요한 줄 알았어.
그런데 이제 와 생각하니 당신을 안아주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는 것 같애.
나 앞으로 당신한테 잘 할께.
힘들었던 날들 참으며 살아와 준 당신...고마워.
이젠 나 몰래 돌아서서 눈물 흘릴 일 없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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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내...여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