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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그리고 삶


BY 라헬 2006-09-12

나이 마흔이 시작되고부터

나는 슬금슬금 세월을 되접기 시작합니다

예쁜 벤치위에서 찍은 사진도

이제는 네겹까지 접어

작지않은 상자에 차곡차곡 넣습니다

하나 둘...셋!

소리에 맞춰 포즈를 취하던 나는

이제 그런일에 서툴러집니다

낙엽도 마흔이 되면

더 이상 윤택하지 않아요

 

나이 마흔이 시작되더니

나는 누구에게도 묻지않고 빠른걸음만 합니다

예쁘게 적어 보낸 사랑한다는 엽서도

왠지 소중해지지 않아서

나는 다만 숙연해진 목덜미만 떨구고 있습니다

손가락 끝의 차가움도

더 이상 낯설지 않아요

 

나이 마흔이 시작되더니

금새 나는 마흔을 잊어버리고

눈물겹도록 슬픈 쉰을. 서너 강나루 끝에 걸어놓고

아...그렇게 모질게도 나를 밀어넣습니다

까닭을 알수는 없지만

저항없이 순순히 밀려지는 허깨비같은 다리가

정말 내 몸둥이에 붙어서

나처럼....함께 떠밀려가요

 

나이 마흔에서 아마 몇개를 떼어내니

ㄴ자만 남았습니다

고독했습니다.쓸쓸했지만 행복했다고 미쳐 말할수는

없습니다.고독할수록 생에 대하여

더 진지할수는 있었다고

그래서...마흔의 외로움에도

결코 슬퍼하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