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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올케언니가 아픈 오빠보다 더 불쌍하다....ㅠ.ㅠ


BY 능소니 2006-09-20

어제 아침, 큰오빠가 뇌출혈로 중환자실에 있다는 연락을 받고 기겁을 하고 놀랐습니다.

큰오빠 이제 겨우 40...... 아직 한창일 나이에 멀쩡히 출근을 했다가 병원에 실려갔다는 것입니다.

놀란 엄마와 올케언니만큼은 못하겠지만 저 역시 놀라고 정신이 없어서 한참을 멍한채로 있었습니다.

저녁 늦에 들어온 남편을 닦달하듯 끌고 병원으로 달려갔죠.

낮에 가고 싶었지만, 사실 우리 셋째가 많이 아파서 닝겔을 맞아야 할 정도로 심했거든요.

그래서 아픈 아이를 데리고 막 돌아다닐 수가 없었습니다.

저녁까지 기다렸다가 수술 들어간 후에 대기실에 있는 올케언니를 만났는데,

이제 겨우 31살인 올케가 너무 불쌍해보였습니다.

친정붙이 하나도 없이 홀홀단신, 오빠 하나만 믿고 시집와서 고생하고 사는 올케인데

이제 아이들이 7살, 9살의 어린 나이인데........ 아파 누워있는 오빠가 미웠습니다.

친정엄마도 애들 보느라 병원에도 못 와보고 집에 있으면서,

"너희 오빠야 정신 잃고 누워있으니까 그 놈이 뭘 알겠냐만은,

피붙이 하나 없이 혼자 그 짐을 안고서도 내색 한 번 안하는 너희 언니가 불쌍하다."

며 우시네요. 그 소리를 듣고 저도 울었습니다.

같은 여자로서, 아픈 오빠보다 올케언니가 더 걱정이 되고 안됐더라구요.

그나마 다행인건, 오빠가 두통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병원을 찾은 덕에

뇌도 많이 손상되지 않고, 또 혈관들이 다 팽창해서 터진것이 아니고

동맥 하나가 부풀자마자 터져서 다른 부분이 하나도 손상이 안됐다는 의사의 말이었습니다.

얼마나 다행인지..........

뇌동맥파열 환자중의 1/3이 죽고, 1/3이 식물인간이고, 나머지 1/3이 후유장애가 심하다는데,

우리 오빠는 그 1/3 중에서도, 3%에 해당하는 정상적인 사람으로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나이 어린 올케의 얼굴이 하루사이에 반쪽이 되고 눈밑에 기미가 잔뜩 끼었습니다.

수술 후 아직도 중환자실에 있는 오빠를 두고 새벽에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혼자 오빠 병간호를 하며 힘들어 할 올케가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오는 내내

마음이 짠하고 아팠습니다.

시누이라고 하나 있는 것이, 늘 살갑게 대해주지도 못하고 그것이 미안한 마음입니다.

부디 우리 오빠나 올케언니가 이 시련을 잘 이겨냈으면 싶습니다.

님들도 아프지 마세요...... 남편들도 아프지 마세요.....

건강한 것이 정말 얼마나 큰 복인데요.......

울 오빠 저렇게 아프고 나니, 그동안 잘못한 게 그렇게 많아도 이제는 언니가

오빠한테 그 화풀이를 할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오빠가 더 미웠습니다.

잘못은 오빠가 다 해놓고 언니만 고생시킨다구요......ㅠ.ㅠ

괜히 우울한 얘기 올려서 또래맘들 맘 상했으면 미안합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 내 몸을 챙겼으면 하는 맘입니다.

그리고 항상 지금 있는 내것이 가장 소중하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저도 그렇게 생각하렵니다.

항상 행복하고 힘내세요.....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