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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같았던 하루


BY 도배사 2006-10-31

초보 도배사들의 진도는

어제까지 각종 연장 점반대 쇠주걱 풀비 도배비 터치풀붓........

열일곱까지 공구를 받아서 이름쓰고 날카로운 부분을 둥굴게 공굴려서

내손에 익숙하게 만들고

보수초배지 재단하는것까지 배왔에요.

일하는사람들 따라가면 한이틀이면 다 알아먹을것 같은것을

지금 한달째 하고 있지요.

 

지난주에는 회식두 했시요.

배우는사람중에 저기 장충동 에스 호텔 일식조리과장이었던분이 퇴직하고

수유리에 스시 오뎅집을 채리셨대거든요.

일만원씩 걷어갖고 가서 정통일본식 오뎅우동에 스시. 눈꽃이 바삭바삭하게 피어난

각종튀김에 어떤이들은 맥주까지....

맛있게 먹었고요

아침부터 오후한시까지 교실바닥에 쭈구리구 앉아 종이를 짤르네 뻬빠질을 하네

움직거리다보니 허기가 들잖에요.

그때에 누군가 싸들고 온 간식을 내놓으면 인기가 만땅이야요.

그런데 그냥 먹기 미안한 어떤한사람이 꼭

'아이고 우리집에 고구마 쪄놓구 안갖구 왔네.

 아이고 우리집에 쥐포 구워 놓구 안갖구 왔네..' 그래요.

그러다 어떻게 됐냐구요?

 

ㅎㅎㅎㅎ

혼났죠. 뭐.

"아, 집에 금송아지가 있으믄 뭐해.." 이러구요..ㅎㅎ

 

 

사실은 오늘은 도배얘기는 말구 동생얘기가 하구 싶어서요.

착하디 착한 마흔살 여동생이 애 셋낳구 시어머니한데 곰살곰살

잘하구 사는동생이 있는데요.

이 남편시키 성질이 지랄이야요.

지 심사가 편치가 않다 싶으면 공연히 마누라한테 소리를 벅벅 지르고

스트레스를 푸는데요

오죽하면 근처에 사는 시어머니두 아들 없을때만 살짝 와서 손주들보구

놀다가는 저녁때되면 얼른 돌아간다능만요.

이시끼가 그제저녁에도 십멫년동안 돈벌어다 다갖다 줬는데 왜 이것밖에

못모았냐. 시어머니가 아들몰래 동생한테 준돈을 왜 받았냐. .....

말대꾸도 못하게 악을악을 써재끼며 승질을 부리더니 통장 카드 현금을 다 뺏어가더래요.

그래서 그럼 앞으로 니가 돈살림해라 하고 다 던져 줬다고 얘기를 하길래

잘했다. 뭐라뭐라 하거든 죽기살기루 대들어라.

너 이혼해도 살수 있다. 돈 이억만 받아나와두 모자가정 기초생활비에

학비 안들어가고 오천짜리 연립주택에 살고 이자하고

너 마트나가서 채소다듬어 오십만 받아도 먹고 사는데 지장없으니

걱정두 하지말구....대차게 대들어라..

여차하믄 언니한테 전화해라. 단숨에 쪼차가서 메가지를 잡아흔들테니...

이러구 내내 일렀어요.

 

멫번멫번 전화해서 오늘저녁에 또들어와서 광질하거든

눈을 똑바루 쳐다보구 목소리에 힘을 주어서

 

니눈엔 내가 사람으루 안보이냐?

 나 너랑 도저히 못살겠거등.

 너혼자 잘 살아봐.

 

이렇게 말하구 애들 가방이랑 옷가지 싹 싸들고 나와서

니네 시어머니 집으루 들어가. 시어머니랑 협동을 해서 메칠 연락두절하고

애들학교두 거기서 보내 그 승질머리를 고쳐보라구.

이러구  여러차례 일러놓구두 화가 안풀려서

애들아부지랑 밥먹으면서 마구 언성을 높혔어요.

'그런시끼는 이담에 늙어서 빨개벳겨서 내쫓아야돼.

 아주 밟아버리구 싶어.'

이러구 열을 올리는데......

저녁 아홉시는 되서 전화가 왔어요.

 

"언니. 애들만 먼저 밥주구 나가자구 그래서 같이 나왔어.

대학로야. 스테키먹구 지금 한잔하구있는데 미안하다구

승질 고쳐본다구 그러네. 나 지금 화장실와서 전화하는거야.

끊어.걱정하지말구."

 

이럽니다.

 

내가 다른사람보다 더 열이 뻗치는건

다른게 아니라 내가 그러구 살아와선가봐요.

나두 이날이때까지 그 지맘대로 벅벅 질러대는 승질 비위맞춰가며 살았잖에요.

인제 오십을 바라보니...기운이 빠졌능가 마누라 눈치두 좀 슬슬보구

마누라가 버럭 소리지르면 입을 꽉 다물기두 하는데

 

동생이 그것을 아직두 당하구 산다하니

내남편때문에 솟아오르는 열불까지 다 합세를 해서

어제 하루는 버얼건 용광로속에 살았답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