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인기리에 MBC에서 드라마 '주몽'이 방영되고 있다. 그런데 역사적인 사실과 약간 다른 설정과 상상적인 구성으로 많은 불평들이 나오고 있는데,
이 글에서는 '드라마 주몽 바로보기'라는 제목 아래 정리를 해보기로 한다. '주몽' 홈페이지에 들어가보았다. 드라마 주몽의 시나리오를 짤 때 한민족 고대사에 대한 이야기가 적기 때문에
상상적으로 구성한 부분이 많았다고 하였다. 막상 드라마를 좀 보니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어서 놀랍기도 하고 실망스럽기도 했다. 예를 들어, 고구려를 창건하신 주몽이란 인물은 불과 대여섯살 먹어서 스스로 활을 만들어 쏘고,
인물이 출중해서 붙인 이름이 다름 아닌 '주몽'아닌가? 고주몽이 어린 시절 동부여에 있을 때,
활을 잘 쏴서 ‘선사자위주몽(善射者謂朱蒙)’이라는 말이 생겼다. 활을 잘 쏘는 자를 주몽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드라마에서는 나이 20이 되도록 활을 고사하고 칼한번 들어보지 못한 겁쟁이로 나온다.
재미있게 하기 위한 '현대적 구성'이라 해도, 그것이 후에 어린이들의 정신에까지 박힐 수 있음을 생각하면,
후세에는 '역사왜곡'이란 아름답지 못한 이름으로 되돌아 올 수도 있는 것이다. ◇ 고대 인물에 대한 잘못된 인식 사소한 것을 짚으면 많겠지만, 이 글에서는 보다 굵직한 잘못된 역사맥 전체 틀을
짚고 가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첫째로 고대 인물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다. 드라마에서 그렇게 유치하게 고주몽이란 인물을드러내는 데는, 고대 인물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나온다.
우리 역사의 폐단은 지나치게 정치사, 전쟁사로 역사를 몰아가는 것이다.
물론 나라의 강역이나 흥망사가 역사 기술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의 하나이긴 하지만,
그것은 그 당시의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았는가 하는 것에 비하면 부수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학문 풍토는 옛사람들의 정신의 맥을 밝혀서 그것을 오늘날 되새겨보고자 하는 노력보다는,
권력과 재물을 둘러싼 야비한 다툼만을 부각시켜서 드러내는 것이다.
그간에 TV 역사극의 주된 소재로서 권력을 둘러싼 암투같은 것은 오랜 방송계의 습성이라
그런가보다 했지만, 삼국시대 이전 시대에 대해서도 그런 식으로 그리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고대의 인물들도 지금과 똑같은 방식으로 생각하고 살았을 것이라는 생각은 참으로 잘못된 발상이다. 역사에는 이런 말이 전해 온다. '금불여고(今不呂古)', 즉 옛날에는 지금과 같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또 흔히 사가들이 말하기를, 역사의 흐름은 '황제웅패이적금수(皇帝雄覇夷狄禽獸)'의 순으로
점차 혼란스러워진다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지금은 금수 세상에 다 떨어졌다. 더 갈 데가 없다. 반면에 고주몽의 시대는 황제의 시대에서 웅패의 시대로 넘어가는 분기점이 되는 시대라 할 수 있다.
고주몽 성제는 그 무렵 천명을 받고 세상에 나타난 인물이다. 우리가 다 아는 이야기가 있지 않는가? 주몽이 영특하고 대범하고 영웅적인 기개가 있으니까,
동부여국 왕자들이 주몽에게 왕위를 뺏길까봐서 주몽을 죽이려고 한다.
그래서 주몽의 어머니, 유화부인이 부여를 떠나라고 한다. 주몽이 도망을 가는데 엄리대수(淹利大水),
즉 지금의 송화강에 다다랐다. 강을 건너야 되는데, 뒤에서는 동부여 군사가 주몽을 잡아 죽이려고 막 쫓아온다.
그 때 주몽이 수신(水神)에게 말하기를, “아시 천제지자(我是天帝之子)”,
나는 천제의 아들이다, 이렇게 외쳤다. 이 말은 “나는 천제 즉, 상제님의 아들이다, 나는 하나님의 아들이다,
나는 천자다.” 이런 뜻이다. 그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상제 문화가 살아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주몽이 그렇게 하늘과 땅을 아울러 그렇게 부를 수 있었던 것은 하늘과 땅에 대한 지극한 체험에서 나오는 것이다.
주몽이 불과 대여섯살에 활을 쏘면 백발백중이었다는 것은, 그가 천지와 하나된 일심세계에서 사는 인물이었다는
증거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호태왕 광개토열제의 비문에도 우리 고주몽 태조께서는 "천제지자(天帝之子)"요,
"황천지자(皇天之子)"라고 자랑스럽게 쓸 수 있었던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말은, 그 때까지만 해도
하나님의 진정한 아들만이 왕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넓게 자리잡고 있었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시의 싸움, 전쟁이라는 것은 단순히 왕의 욕심에 따라 세력을 넓히기 위한 싸움이었다기 보다는
재세이화(在世理化)하라는 하느님의 천명에 따라 대광명의 도를 세상에 펴서
홍익인간(弘益人間)하기 위한 길이었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이것이 중국인들의
역사 인식이 다른 것은 물론이고, 같은 한민족의 나라에서도 시대가 흘러 도정(道政)이 문을 내린 뒤에는 다른 문제이다. ◇ 잃어버린 한민족사의 고리, 부여사 그러면 구체적으로 드라마 주몽의 역사적 사실의 옳고 그름에 대한 내용을 이야기해보기로 하자. 첫째로 부여사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등장인물간의 인척관계가 대단히 잘못되어 있다. 예를 들어, 정확히 말해서 고주몽은 해모수의 둘째 아드님인 고진의 손자, 불리지(일명 고모수)와
유화부인 사이에서 태어난 분이다. 그런데 드라마에서는 유화부인의 남편을 해모수라 하는데, 유화부인을 시증조할아버님과
관계를 맺은 것으로 만들었다. 유화부인이 실제 살아계시다면 참으로 면목없을 것이다. 둘째, 드라마에서 주몽이 태어난 나라를 부여라고 한다. 여기서 부여에도 북부여, 동부여, 대부여, 졸본부여, 서부여, 남부여 등 부여의 흥망사에서
수많은 부여가 있다는 사실이 간과된 채, 부여 하나로만 인식하고 때문에 역사가 매우 왜곡되어 있다.
주몽이 태어난 나라는 동부여이다. 그러나 주몽의 아버지는 북부여의 건국자인, 해모수 단군의 황손이다.
광개토열제의 비문에 '황천지자(皇天之子)'라고 했던 것은 이를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이것을 우리는 잘 모르고 있을까? 그것은 중국의 역사가들에 의해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역사왜곡으로 인한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여기서 다 언급하기 힘들지만, 중국은 한무제 때 사기(史紀)를 쓴 사마천 이후로
동방의 스승의 나라, 조선(朝鮮, 고조선)을 역사에서 지우기 위해서 역사에서 일부러 자세히 기록하지 않았다.
조선은 세상에서 아는 것과 달리 수많은 제후국을 거느리고 있는 대제국이었다. 그러나 '조선'이란 이름을 거명하지 않고, 단지 제후국의 이름만 거론하면 조선은 역사 속에서
오리무중으로 사라지게 마련이다. 후세의 김부식과 같은 우리의 역사가들은
중국인들이 써준 역사를 베끼기에 급급했던 탓으로 우리의 역사의 뿌리,
조선사는 실체는 없는 신화로만 남게 되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자. 조선사를 역사 속에서 지우는 가장 쉬운 방법은 부여사를 역사에서 지우는 것이다.
조선의 역사 계승은 부여를 거쳐서 열국시대와 사국시대(고구려,백제,신라,가야),
남북국시대(대진국신라)로 해서 고려, 조선에 이르게 되는데, 부여를 역사 속에서 지우면
뒤에 난 국가들은 고조선과 전혀 관계없는 역사의 미아가 될 것이라는 것을 중국인들은 간파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