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936

애들이 무섭다.


BY 지나다 2006-11-17

난 강남에 산다.전세로.강남 중에 아주 부자 동네는 아니고,강남치고는 좀 수수한 동네에 산다.

남편이 이곳에 이사올 때 그랬다.그래도 이곳은 사는 사람들이 자녀교육에 대해 관심도 많고 해서 크게 삐뚤어져 나가는 애들이 없다고.공부도 공부지만 그런 환경이 좋다고.

뭐 사람 사는데 다 그렇지 하면서도 강남지역에 청소년 범죄 발생률이 적은 걸 보면 그런가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하지만,어느 곳에 가던 별별 사람이 다 있다.

첨엔 말 많은 아줌마들 때문에 맘 고생이 많았는데,이젠 아이들도 무섭다.우리 아이(초등 1학년 여자 아이)가 좀 늦되서 분위기 파악 잘 안되고 고집이 있으면서도 막상 좀 파워 있는 아이가 소리 한번 지르면 꼼짝 못하고 따르는 애다.오늘도 또 한번 놀랐다.자기가 뭐 하고 있을 땐 누가 부르는거 싫어하고 대답도 하는 둥 하는 애가 오늘 어떤 아이의 말이 떨어지자 마자(이리와봐,하는) 그 애한테 간다.

오늘 같은 반 엄마와 전화통화를 했는데,반의 A,B,C라는 세 아이가 무리를 지어서 M 이라는 아이가 화장실 갈때마다 따라다니며 괴롭힌단다.발로 차고 협박하고.M 이라는 아이는 우리 아이처럼 좀 늦되고 사회성이 떨어지는 아이다.그 세 아이가 선생님께 말씀드리면 어떻게 한다고 협박을 한 모양인데,M이 자기 엄마한테는 얘기한 모양이다.

괴롭히는 아이중의 A는 애가 셋인 집의 막내인데,그 아이 엄마가 전직 선생님인데 큰 아이들한테 신경쓰느라 큰 아이들 사교육에 데려오고 가고 하느라 막내는 거의 방치하여 거의 집에 어른이 없단다(애들이 놀러가면 거의 그렇단다).전에 이 엄마랑 급식 한 적이 있는데,갠적으로 잔머리 굴리고 일 안하고 횡설수설 좀 정신없는 캐릭터다.

B는 이제 동생을 얻었다.동생이 돌도 안 되었다.이 아이 또한 휴직한 선생님 자녀다.엄마가 작은 애 때문에 많이 신경 못 쓰는 아이인데,같은 반 엄마들 말에 의하면,부모이 있을 때랑 없을 때랑 행동이 극과 극이란다.학교 행사가 있어 학교에 오는 엄마들은 이 아이가 아이들을 많이 괴롭히는데,담임이 같은 선생님끼리라고 너무 봐주는거 아니냐는 말도 있다.그런데,한번 부모가 참여하여 아이와 봉사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거기서의 그 아이의 모습은 아주 딴판이었단다.부모한테 그리 깎듯할 수가 없었단다.

C에 대한 정보는 없지만,이 아이는 학교 와보면 거의 운동장에서 놀고 있는데,옷을 빨아 입는건지 마는건지 항상 꽤죄죄하고 얼굴엔 상처 투성이다.

A는 전에 우리 아이의 물건을 빌려가서는 안 주고(잃어버린 것도 아닌데,안 준다) 내가 학교 갔을 때,좋게 타일러서 우리 00가 꼭 필요한거니까 내일 꼭 돌려줘 했는데,알았다더니 담날 우리 아이가 얘기하니까 안 준단다.

암튼 오늘 같은 반 엄마 전화를 끊고 아이에게 물었다.너희 반에 몰려 다니면서 애들 괴롭히고 때리는 애들 있냐고 특히 화장실에서 선생님 몰래 그러는 애들 있냐고 물었더니 그렇단다.누구냐고 물으니까 위의 A,B,C 외에 두명을 더 얘기하는데,그 중 한명이 오늘 전화통화한 그 집 아들이란다.또 한명은 엄마가 직장 다니는데,그 엄마는 사람 온순한 인상에 좋아보였는데 아들이 좀 장난꾸러기구나 싶긴 해도 아직 철이 덜 들어서 그러려니 했는데 걔도 그렇단다.이 전화통화한 엄마 아들도 보기엔 선해 보였고(선생님은 의외로 무리의 분위기에 쏠린다는 말을 하더라고 이 엄마는 말한다),크게 문제 있어 보이진 않았다,내가 보기엔.

혹 우리 애가 늦된 아이라 너도 맞은 적이 있냐니까,있단다.걔네들이 어떻게 때리냐 하니까 남자 애들이 여자화장실까지 쫓아와서 발로 가슴을 걷어차고 그런단다.

단순히 우리 아이가 좀 오버해서 생각하는건지(애가 때때로 별거 아닌걸 좀 오버해서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만,내가 오버한다는 말을 자주 했더니 어떨 땐 집고 넘어가야 할 일을 꾹 참고 당하는 경우도 있다,아직 똥인지 오줌인지 구별 못하는 아이다),A,B,C는 내가 보기에도 좀 안 좋아 보였고 소문도 그렇고 그 엄마들도 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우리 아이가 말한 두 아이는 내가 보기엔 엄마나 애들이나 크게 문제는 없어보였다.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어찌되었거나 초등 1학년때부터 학교 화장실에서 애들 때리고 협박하는 무리가 있다는 사실은 내게 너무나 충격적이었다.그리고,늦되고 분위기 파악 안되고 강한 애들한테는 말대꾸 한번 못 하는 내 아이가 너무나 걱정이 된다.

담임 선생님은 좀 무심한 편이다.애들이 그렇지, 필요하면 집에서 잘 봐야지, 담임이 그 많은 애들 어떻게 봐,그런 식이다.

어찌해야할지 모르겠고 마음만 복잡하다.애들이나 학부모들이 과민반응을 해서 얘기하는건지 아님 그들이 말하는 정도가 정말 사실인지...애들이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