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구영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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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일 한국P&G의 '위스퍼' 생리대에서 발견된 애벌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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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전시내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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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에게 인기가 높은 한 생리대 제품에서 살아 있는 애벌레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전시내씨는 "위스퍼 생리대를 펼쳤는데 애벌레가 나왔다"며 "처음엔 죽은 애벌레인 줄 알았는데 지금까지 살아 있다"고 밝혔다.
전씨는 "위스퍼 측에 전화를 했더니 대수롭지 않다는 태도를 보여 정말 화가 났다"며 "청결성의 중요함을 잘 알아야 할 생리대 회사에서 이렇게 성의없는 태도를 보여 실망스럽고 배신감마저 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살아 있는 애벌레가 나온 문제의 생리대는 한국P&G에서 생산하는 '위스퍼 오버나이트'다. 전씨는 위스퍼 생리대를 14년간 애용해왔다.
"애벌레가 생리대 위를 기어 다녀 소름 끼쳤다"
'생리대 애벌레 사건'은 지난 10일 일어났다. 신혼인 전시내씨가 생리대를 쓰기 위해 제품의 봉투를 뜯고 생리대를 펼치자 애벌레가 발견된 것이다. 전씨는 "밀봉된 생리대 안에 애벌레가 죽어 있는 것 같았다"며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는 "(증거로) 사진을 찍기 위해 생리대를 다시 열었는데 죽어 있다고 생각한 애벌레가 생리대 위를 막 기어 다니고 있었다"며 "다시 봐도 소름이 끼친다"고 말했다.
그는 "14년 동안 좋다고 위스퍼만 써온 내게 화가 나고 회사에 배신감이 든다"며 "청결하게 만들어야 할 제품을 어떻게 이런 식으로 만들 수 있나"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그는 "그 이전에도 벌레가 한번 나왔지만 그때는 집에 있는 벌레인 줄 알고 그냥 지나갔다"며 "하지만 이번에 결혼도 하고 애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생각이 달라져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를 더욱 화나게 한 것은 '애벌레 사건'을 통보받은 뒤 업체 측이 보인 무성의한 태도였다. 위스퍼 측은 그의 전화를 받고 택배기사를 보낼 테니 애벌레가 든 제품을 본사로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어떻게 일처리를 그렇게 할 수 있나? 그 얘길 듣고 '장난하냐'며 항의하니까 그때서야 직접 찾아오겠다고 했다. 전혀 신뢰감을 주지 않은 업체측의 태도에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한국P&G 측은 지난 14일 전씨의 휴대폰에 다음과 같은 사과 메시지만 남겼다.
'저희 위스퍼를 사용하시면서 경험하신 언짢음에 대해 어떻게 사과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내일 연락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연락을 준다는 한국P&G 측은 15일까지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았다.
전씨는 "미안하다는 말만 하고 아무런 대책이 없다"며 "나는 심각하게 생각하는데 회사 측은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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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스퍼 생리대를 홍보하는 홈페이지. 한국P&G는 지난 1989년 흡수력을 대폭 향상시킨 위스퍼 생리대를 출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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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위스퍼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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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P&G 측 "제품을 회수해 조사하겠다"
이에 한국P&G 측은 16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택배회사에서 주문을 잘못하는 바람에 일 처리가 늦어졌다"며 "이후 고객이 계속 전화를 안 받아서 직접 방문을 못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국P&G 측은 "생리대에서 애벌레가 발생하는 경우가 가끔 있었다"며 "애벌레는 성충이 되기 위해 안전한 곳으로 들어가는 습성이 있어 애벌레가 비닐을 뚫고 들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P&G 측은 "제조공정상이나 보관중에도 애벌레가 들어갈 수 있다"며 "이렇게 경로가 많기 때문에 제품을 회수해서 조사를 해야 하는데 아직 제품을 회수하지 못해 조사를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P&G 측은 "빠른 시일 내에 고객을 방문하고 제품을 회수한 뒤 해충처리업체인 세스코 등에 조사를 외뢰해 결과가 나오면 고객에게 통보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P&G는 지난 1989년 기존의 부직포 제품과 달리 생리혈이 피부에 묻어나지 않는 위스퍼 생리대를 처음 출시했다. 한국P&G는 생리대와 함께 샴푸(비달사순), 염색제(웰라), 탈취제(페브리즈), 기저귀(큐티), 주방세제(조이), 비누(아이보리), 화장품(SK-II), 과자(프링글스) 등을 생산·유통해오고 있다.
한국P&G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인 여성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이민지씨(가명)는 "위스퍼는 여성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생리대"라며 "대학 다닐 때 생리대에 있던 살아 있는 벌레가 몸 속으로 들어가서 자궁에 염증이 생겼다는 괴담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예린(가명)씨도 "가장 위생적이어야 할 제품에 살아 있는 벌레가 나왔다는 것은 큰 문제"라며 "최소한 보상은 물론이고 그런 일이 아예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한 제품 관리 등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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