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친구 나는 새로 만난 친구의 향내에 도취해서 이미 내 육신처럼 익숙해져 버린 오래된 친구를 가끔 잊어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오래된 친구에게서 향내를 맡을 수 없는 것은 그에게 향내가 없음이 아니라 내가 이미 그에게 도취되었기 때문이며, 거기 오래전에 길이 들어서 내 것인지 그의 것인지 구별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오래된 친구에게 무심해 진다는 것은 어떻게 생각해도 슬픈 일이다. 새로 사귄 친구가 나를 잠시 설레게 할 수는 있지만, 오래된 친구처럼 내 아프고 쓰린 눈물을 닦아줄 수는 없을 것이다 - 이향아의 "하얀 장미의 아침"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