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889

결혼.. 도피하고 싶어요..


BY 고민녀 2006-11-24

휴..

요 며칠 정말 많이 울었어요.

그러다 문득 이 게시판이 생각나서, 결혼하신 선배님들 조언을 구해봅니다.

 

(읽다보면 제 자랑으로 느끼실지도 모르겠지만,

그런것 아니니 넓은 맘으로 읽어주세요..ㅠㅠ)

 

저는 32살 여자이고, 서울 중상위권 대학을 나왔습니다.

제가 번 돈으로 외국 연수도 다녀오고, 외국에서 회사 생활도 했었고,

어릴 때 사업(전공 관련 예능 학원 - 물론 제가 번 돈으로요)도 해봤고

대학원은 안갔지만, 외국에서 전공(직업)과 관련된 공부도 많이해서,

결과적으로 많이 돈을 벌진 못했지만 시집갈 돈 정도는 당연히 있습니다.

 

외국생활을 좀 해봐서 세상보는 눈도 좀 커졌다고 스스로 느끼기도 하구요..

지인들은 모두 제가 스케일이 크고, 대범하다고들 합니다.

어릴때부터 똑똑하다고 동네 소문날 정도였고,

키는 165cm, 날씬하고, 디자이너라서 스타일 좋다는 말은 항상 듣습니다.

얼굴은.. 상대에 따라 다르게 느끼겠지만, 제 생각엔 보통 정도의 얼굴인 것 같은데,

메이크업이나 패션 감각이 있으니 웬만해선 보통보다 좀 이쁘게 봐 주시는 것 같아요.

(아,, 넘 제 자랑같이 민망하고 욕하실 것 같네요...ㅠㅠ)

 

대인관계가 좋아서 사람대하는 일에 거부감이 없다보니 성격은 활달하고,

식구많은 집에서 자라서 어릴때부터 애교가 많습니다.

울 집에서 유일하게 엄마에게 "사랑해~알랍뿡~!!" 이런 말도 하고,

엄마를 자주 안아주고, 전 오랫만에 만나는 친구들도 종종 안아줍니다.

이럴 정도이니, 남자를 만나면 애교가 더 발동하고,

동네 아줌마들도 저를 다들 이뻐해주십니다.

 

그런데 문제는요......

제가 나이가 많다는 것을 이유로 엄마는 걱정이 태산이고, 맨날 한숨이세요.

여자가 너무 잘나도 남자복이 없다는 말도 하신적이 있고,

실제로 제 친언니는 고졸에 살림 잘하고 야무진 성격인데,

적당한 나이(27)에 선봐서 공무원 형부 만나서 넘 행복하게 살아요..

 

제가 어릴 때 연애했던 남자들은 유학가서 외국서 공부하거나,

아님 장가갔거나 그것도 아니면 인생 안풀려서 별볼일 없이 살거나.. 그러고,

저는 한창 나이에 연애를 했어야 했는데 공부하고 일하는데 매달려서

눈뜨고 보니 32살이네요. 곧 33살이죠..

 

**씨는 눈이 너무 높을 것 같아서 맞는 남자가 없어..라는 말도 많이 듣지만,

주변에서 소개를 무척 많이 해줘요.

그런데 참 서글픈게..

제가 맘에 들어하는 남자(직업, 학력, 체격 좋은 남자-얼굴은 안보는데 체격은 봐요)들은,

저보다 더 어리고 예쁜 여자들을 찾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를 맘에 들어 하는 남자들은,

직업이 좋으면 체격이 외소하고, 체격이 좋으면 학벌이 낮고.. 등등..

꼭 뭐 하나가 빠져요.

항상 그렇더라구요.

그간의 시행착오는 이쯤에서 생략하구요....

 

얼마전에 공무원과 선을 봤어요. (엄마 아는 분 아들)

그쪽에서 제 출신 대학과 키를 묻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최소한 남자쪽이 좋은 대학과 큰 키를 가졌구나 했죠.. 

저는 사실 공무원이 좋은 직업이고 다수가 선호하는 직업임은 인정하지만,

제 취향은 아니거든요. 넘 안일하고 야망 없어 보여서 말이죠..

제가 요즘 자신감을 많이 잃었기에..

남들 다 좋아하는 공무원인데 만나보자 생각하고 만났는데..

32살에 공무원(경찰직) 시험봐서 들어갔더군요. 현재 36살.

키는 보통이라 패스하고~ 넘 마르고 외소한 체격에 머리숫이 전체적으로 넘 적어서

(대머리 징조가 아닌, 걍 나이들면 전체적으로 머리숫이 적어지잖아요.)

뒷모습을 보면 꼭 50~60대 아저씨처럼 머리가 두상에 딱 달라붙어서 넘 놀랐어요.

앞모습은 그리 나이들어 보이지 않는데, 뒷모습 옆모습은 정말 아버지뻘 같아요.

그리고 더 놀란건 전문대 출신이더라구요. ㅠㅠ

무녀독남 외아들인데, 돈이 없어 대학을 못보낸 시절도 아니고..

공부를 못했단것 밖에 없잖아요.

저와 비슷한 정도의 학벌이거나 조금 낮은 것도 아니고.. 전문대라니.. --;;;

(물론 인격은 좋아보였어요. 착하고 점잖아요. 바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잘 만나보라고 하십니다.

그 이유는,

1. 안정적인 공무원이다.

2. 대학은 좋은데 안나왔지만 늦게 철들었는지 지금은 넘 열심히 공부하고, 진급이 빠른편이다.

3. 남자쪽 부모님은 아들 장가보낸 후 고향에 내려가 사실 생각이며 노후자금 충분하다.

4. 키는 보통은 되니, 살은 찌우면 된다.

5. 부모님 인성이 훌륭하시니, 그 자식도 됨됨이가 훌륭할거다.

물론 상대남도, 상대쪽 부모님도 저를 너무 맘에들어 하고 있어요.

저와 상대쪽 아버지, 어머니 두 분 다 통화를 해봤는데,

싹싹하고 목소리가 애교가 넘치고 이쁘다고 하셨답니다. (또 자랑.. 죄송해요ㅠㅠ)

 

이런말 하면 정말 재수없게 들리겠지만,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넘 아깝고, 내가 저 정도의 남자와 결혼하려고

이렇게 열심히 살았나 싶기도 하고.. 넘 서글프고 넘 슬퍼요..

 

지금 현재 저는 그저 나이 많은 노쳐녀일 뿐인가봐요.

제가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온 20대는 정말 아무도 알아주지 않나봐요.

여자는 그저 어릴수록.. 예쁠수록.. 그 가치가 있나봐요.

울 언니는 그래요.

세상이 그렇다고.

누가 뭐래도 여자는 나이들면 그 가치가 떨어지고 어쩔 수 없다고.

내년되면 33살이고, 완전 노처녀라고..

대학도 안나오고 평범한 직업의 어리고 이쁜 여자가

너보다 훨씬 더 경쟁력 있다고. ㅠㅠ

꼭 그남자와 결혼하는것도 아니고, 아무도 너 등떠밀어서 결혼시키지 않겠지만,

너가 원하는 조건을 갖춘 남자들은 너보다 더 어리고 이쁜 여자를 찾을거라고.

그러니 마음을 열고, 눈을 낮추고, 타협점을 찾으라고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는 가끔 걍 결혼 않고 혼자 살면 안될까?하면..

엄마는 머 쓰러지실 것 같은 표정을 지으시고..

언니는 말해요. [결혼을 통해 두 번째 세상의 문을 여는거고,

부부가 아이를 낳으면서 두번째 행복이 시작되는거라고.

그 행복을 너가 꼭 느끼며 살길 바란다고.]

 

님들 생각은 어떤가요?

전 정말 심장이 땡기는 그런 사랑.. 제가 존경할만한 사람.. 이젠 포기하고..

내 눈도 낮추고, 제 처지에.... 공무원 남편 정도면 적당한건가요?

 

간혹 거북한 제 자랑같은 표현.. 이해해주시구요..

정말 절실해요.

조언좀 주세요.

독신을 선언하느냐, 아니면 타협해서 저 정도의 남자와 결혼하느냐!

제가 원하는 남자는.. 이젠 더 기다려도 안올 것 같아요....ㅠㅠ

불쑥불쑥 눈물이 왈칵 쏟아집니다.

 

전 정말 결혼해서 딸을 낳으면, 25살부터 좋은 남자 골라줄거에요!!

아님 연애 열심히 하라고 하거나..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