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차가운 겨울바람이 온통 사람들의 마음을 얼어붙게 하고 있어요. 할머니! 벌써 할머니가 저희 곁을 떠나신지 어느 덧 5년이 되어가네요. 지금 계시는 하늘나라에서는 고생하시지 말고 제발 편안하고 행복하게 사세요. 할머니도 기억하시죠. 제가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만 해도 저희 가족들은 비록 가난했지만 세상 어느 가족보다도 행복하게 살았어요. 하지만,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이듬해 어머니마저 심장병으로 돌아가시자 할머니는 저희 4남매를 책임지셔야 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할머니께서 늘상 하시던 말... "내 자식들을 내 가슴에 묻었는데, 너희들 만큼은 건강해야 한다" 라고 말씀하시면서 눈물을 글썽이곤 하셨습니다. 그 날 이후, 할머니는 어릴적 사고로 한 쪽 눈을 잃으셔서 당신의 몸도 불편하신데 저희 4남매를 위해 헌신의 노력을 다해 주셨습니다. 새벽부터 일어나셔서 어시장에 나가셔서 새우 다듬는 일에 남의 집 청소, 빨래, 삯바느질 등 세상의 온갖 힘든 일을 다하시면 서도 저희들에게 싫은소리 한 마디 안하시고 사랑으로 보살펴 주셨습니다. 저희들이 말썽을 피울때면 매를 때리시고는 홀로 밖에 나가셔서 하늘을 보시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시며 자신을 자책하시던 할머니. 그러나, 저희들은 할머니의 사랑을 알지 못하고 말썽을 피우기 일쑤였습니다. 동네아이들과 싸우다가 그 집 부모들이 저희들에게 욕설을 하거나 "부모없는 자식들"이라고 하면 우리 외눈박이 할머니는 든든하게 저희들을 지켜주시고 못된 어른들을 혼내 주셨습니다. 할머니! 할머니는 저희들의 부모요. 저희들 인생의 등대였습니다. 세상모든 고통과 아픔을 껴안으신채 저희 4남매 모두를 대학까지 졸업시키고, 올바른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끝까지 인도해 주셨습니다. 제가 시집가던 날. 할머니가 내 손을 꼭 잡고 전해주시던 내 이름으로 된 저금통장 하나. 거기에는 5백만원이라는 큰 돈이 들어 있었습니다. "시잡가서 잘 살아. 할미 걱정일랑 말고" 하시며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그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손자, 손녀들을 위해 저금통장까지 만들어 두셨던 할머니의 사랑에 저 또한 얼마나 울고, 또 울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할머니가 하늘나라로 가시는 길은 너무나 외롭고 쓸쓸해 보이셨습니다. 저희 4남매를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치시고 힘들어 외눈마저도 제대로 감으시지 못하고 그렇게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제가 나이가 들고, 자식을 키워 본 지금에야 우리 할머니의 사랑이 얼마나 큰 사랑이었는지, 할머니가 얼마나 소중한 분이었는지 알 것 같습니다. 비록 지금은 제가 할머니에게 효도를 다할 수 없지만 할머니가 저희들에게 그러셨던 것 처럼 저 또한 자식들을 올바른 인생을 살아가도록 가르칠께요. 할머니! 세상 사람들이 할머니에게 외눈박이 할머니라고 놀렸지만 저에게 할머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분이셨고, 세상에서 가장 큰 사랑을 실천해 보이신 분이었습니다. 부디, 하늘나라에서는 저희 걱정하지 마시고, 고생하지 마시고 행복하게 사세요. 할머니 정말로, 정말로 사랑해요. 할머니의 손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