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20개월된 작은애 업고, 다섯살짜리 큰애 손잡고 소아과 다녀오는 길이었죠..
제법 쌀쌀한 날씨에 오후가 되니 절로 옷깃을 여미게 되고, 저도 종종걸음치면서 애들 데리고 오다가 신호등에서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제 손을 잡고 있던 큰애가 갑자기 <엄마! >하고 부르길래 봤더니, 노숙자 한분이 웅크리고 앉아 있데요.. 헝크러저 떡진머리.. 어디서 주워 입었는지 누더기를 겹겹이 껴입어서 산만해진 몸집에, 지저분하기가 말할수 없는데, 누군가 먹고 내다논.. 중국집 그릇에서 찌끄러기를 잡숫고 있드라구요.. 그 추운 날씨에.. 식어빠져서 기름이 둥둥 떠다니는 짬뽕그릇에서, 그 시커먼 맨손으로 건더기를 건저서 허겁지겁.. 입속으로 넣는데.. 보면서 참.. 그렇드라구요..
내가 당장 어찌해 줄수 없으니, 상관할수는 없겠지만, 이 추운데.. 어디 따뜻하게 쉴곳은 커녕 얼마나 허기가 졌으면.. 참 마음이 그렇네요..
큰 애가 자꾸 그 아저씨는 왜 그러느냐 묻길래, 그 아저씨는 어릴때 엄마말 잘 안들었나 보다고 그냥 얼버무려 줬는데, 애도 좀 충격받은것 같고, 저도 자꾸 그 모습이 생각나서 맘이 괜히 별롭니다..
뭐, 무슨 사연으로 그리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일안하고 노숙자 된 사람들 욕합니다만, 이런저 저런거 다 떠나서 요즘같이 추운때 그러고 있는거 보니 안됬네요..
에효..
그 아자씨 오늘은 이 추운데 어디서 잘끄나..
참.. 별걱정이죠? 노숙자들은 겨울을 어찌 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