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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


BY 한미진 2006-12-07

저 어제 너무 감동했어요.  아이 셋 키우면서 그렇게 눈물나게 고맙고 기뻤던 적이 또 있을까 싶네요. 어제 무척이나 아팠거든요. 오후부터 으실으실 춥기 시작하더니 저녁때가 되자 온몸이 쑤시고 만사가 귀찮아지는 거예요. 아이들 저녁만 간신히 차려놓고 남편은 조금 있다가 먹는다기에 방으로 들어와 이불을 덮고 누워 버렸습니다. 그런데, 제 몸도 이때부터다 싶었는지 열까지 나기 시작하면서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는 거예요. 한참 동안 있다가 남편이 들어오더니 밥 안차려 주냐고 하더군요. 나 너무 아파서 움직일 수 없으니까 알아서 챙겨먹으라 했죠. 문을 닫고 나간 남편 왈  "너희들 엄마 많이 아프니까 텔레비젼 그만 보고 밥먹어"

그러자 저희 큰딸 하는 말"아빠 엄마 많이 아파, 어디가 아픈데" 그러더니 방으로 쪼르르 들어와 제 이마를 짚어보더니 "와 정말 엄마 열 많이 난다"그러면서 엄마는 가만히 누워 있으라더군요. 자기가 다 한다면서요.  마침 남편이 테니스를 치러 나가야 된다면서 저녁만 먹고 설거지도 대충대충 해놓은체 나가더군요. 그때부터 저희 큰딸이 동생들 군기잡기가 시작되었답니다. 7살, 3살 동생들에게 매를 들어보이면서" 이제 누나말 잘들어. 엄마 많이 아프시니까 우리가 도와야 돼" 그러는 거예요. 그러면서 동생들에게 일을 나눠서 시키더군요. 너는 저기가서 책정리 너는 저기가 장난감 정리. 자기가 벗은옷은 스스로 개어 놓기. 누워서 그 모습을 보는 제가 얼마나 놀랬던지. 항상 욕심많고, 동생들하고 싸우기 잘하던 우리집 큰딸이 맞나 싶었죠. 그러더니, 동생들을 데리고 욕실로 데려가 씻겨주고 이닦아주고. 평소에 이 닦지 않겠다고 징징대던 3살된 막내도 순순히 이를 닦구요. 저는 그러다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남편이 저를 깨우더군요. 11시가 조금 넘어 있었어요. 약사가지고 왔다면서 약봉지를 내밀었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제 옆에서 잠들어 있고, 얼마나 열심히 정리했나 싶어 거실로 나가보았죠. 두 아이가 해놓은게 틀림없었습니다. 의자가 씽크대 앞에 있는걸 보니. 설거지는 깨끗하게 되어 있고, 거실에 먼지 하나 없이 청소해놓은 거 있죠.  눈물이 나올정도 였으니까요. 얼마나 대견하고, 항상 어린아이로만 생각했는데, 이제 다 컸다는 생각도 하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