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어머님께... 처음 인사를 드리러 온 날은 잊을 수 없네요. 두살 연하 남편을 만나 4년 열애끝에 처음 경북 영주로 어머님께 인사를 드리러 온 날, 흐뭇한 미소로 나를 반기셨던 어머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나이 꽉찬 며느감을 보시면서 탐탁지 않을 셨을텐데도 한집 식구로 선뜻 받아주시며 어머님은 제 손을 잡으시며 대견해 하셨지요. "우리 아들이 어디서 이런 참한 며느리감을 데리고 왔노"하시며.... 서툰 살림 솜씨지만 어머님과 함께 살면서 정말 열심히 배웠지요. 지금은 " 어멈아, 네가 내 손맛을 닮아가는것 같데이"하시며 흐뭇해 하십니다. 그래도 시아버님, 늘 키작은 며느리 보면 "네가 쪼메만 컸으면..."하는 서운한 속내를 내 비추곤 하시지만 그때마다 어머님 "뭐, 키 크다고 하늘에 별을 따는겨. 별 못따는건 다 똑같데이.."하시며 혹시나 며느리 맘 상할까봐 옆에서 시아버님 말을 막아 내곤 하셨지요. 함께 TV드라마를 보다가 슬픈 장면이 나오면 눈시울이 벌개져 함께 울기도 하고, 실없이 까르르 얼굴을 마주보며 웃기는 하는 어머님과 당신 며느리, 8년의 세월동안 참 많이 닮아가는 것 같습니다. 슬며시 TV를 보다 어머님 무릎을 베고 누워 버린 철없은 며느리. 토닥토닥, 어머님은 며느리 어깨를 두드려 주십니다. 함께 살다가 유성아빠의 일때문에 분가한지 이제 일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이사하던 날, 이제 너희 없으면 휑한 이집이 얼마나 적막하겠냐며 훌쩍거리시던 어머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늘 바쁘다는 이유로, 멀다는 이유로 자주 찾아 못하는것도 죄스러운데, 전화 한통에 너무도 반갑게 받아주시고 늘 "유성이 잘 키워줘서 고맙다'하시는 어머님을 대할때마다 오히려 제가 죄스럽기까지 하네요. 벌써 당신의 며느리도 나이 서른 여덟, 조금 있으면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하나 둘 늘어가는 새치를 보며 며느리인 저보다도 어머님께서 더 안쓰러워 하십니다. "어멈아, 니도 벌써 머리가 하얘진데이. 오늘은 염색 해주랴?" 하시며 며느리 흰머리를 뽑아주시다가 문득 염색을 해주시겠다며 염색약을 사가지고 오신 어머님. 매장 여직원에게 요즘 최신 유행하는 색이 어떤거냐며 꼬치꼬치 캐물어 사왔다며 그날, 정성스레 며느리 머리에 염색약을 발라주셨던 어머님이 어찌나 고맙던지요. 한가닥한가닥 머리결 정성껏 빗질해 가며 염색약을 발라주는 어머님의 손짓을 보며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에 마음 한켠에 싸해 져 옵니다. 갑자스레 지난 10월, 어머님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지셨을때, 정말이지 하늘이 무너지는것 같았지요. 두차례의 수술, 다행히도 조기에 발견해서 치료가 가능하다고 하니 그나마 위로가 되었지요. 서랍안에 수북하게 쌓인 약봉지를 보며 마음이 아프기만합니다 어머님. 식사 거르지 마시고 우리 걱정도 하지 마시고 약도 잘 챙겨 드시고 건강하게 올래 사세요. 효도하는것도 보시고 즐겁게 사셨으면 좋겠어요.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