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면 당신은 일을 하지 못하고 당신이 일을 하지 못하면 우리집 경제에 많은 타격을 입게 되지만 그래도 새벽에 창문을 열었을때 부슬부슬 비오는 상황이 내게는 너무 좋은 이유는 꼭 당신이 내곁에 있어 주면 좋을것 같아서 일거야. 얼마전 세째를 낳았고 다행이 아들이어서 며느리로서의 부담감은 덜어 버리고 지내고 있지만 그래남들이 흔히 말하는 산후우울증이 내게도 찾아 오고 보니 언제나 당신이 그리워 진다. 동갑내기 내 남편. 왕짜증의 아내인 나를 언제나 꾹꾹 참아 가며 어루고 달래어 주는 고마운 사람. 혹시나 불안한 내 맘에 다른 맘을 먹지 않을까 안절 부절 하며 하루종일 내 표정과 감정을 샆피는 당신임을 알지만 그 맘을 뒤로 한채 난 나의 감정만을 더 앞세우며 오늘도 당신을 괴롭혀야 했지. 구석에 박혀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훔치고 있다. 누가 나를 욕한일도 없는데 누가 나를 때린 일도 없는데 난 자꾸 눈물만 난다. 그런 나를 애처로히 바라 보던 당신은 낡디 낡은 잠바를 주섬 껴 입고는 아무 말없이 훌쩍 나가 버렸지. 화가 나서 나간줄 알았어. 내 꼬라지가 보기 싫어서 화가 나서 나간 줄 알았어. 밤 늦은 시간 세 아이는 새근새근 잠을 자고 있고 나는 애써 당신에게 전화도 걸지 않은채 당신을 기다린다. 10시가 다 되어 가니 한손에는 작은 휴지통을 한손에는 니트 소재의 두툼한 가디건을 들고는 와서 환하게 웃으며 나보고 입어 보라고 했다. 얼마전 아이들을 데리고 마트에 갔다 와서는 나 줄려고 옷을 보았는데 너무 비싸 못샀다고 하더니만 오늘 기어코 사오고야 만것이다. 정작 자신의 8년된 잠바는 색이 바래서 입기가 곤란한데 또 자신이 아닌 나에게 돈을 쓰고ㅑ 말았다면 핀잔을 주었지만 그래도 내 착한 남편은 예쁘다면서 "좋지" 하고 딴전을 피운다. 착한 사람이다. 내 마음의 굴곡을 언제나 달래어 주는 고마운 사람이다. 이 사람이 아니 였음 지금의 내 삶도 참 복잡할거라 생각한다. 이혼을 해도 벌써 했을것이고 망가졌어도 벌써 망가져 버려 참 복잡한 인생을 살지 않았을까 싶다. 무건운 당신의 잠바가 내 마음을 무겁게 한 시간. 폭신폭신한 니트가 나를 속없이 만들게 한 시간. 내 우울함이 이제는 무기로 변해 버려 당신을 아프게 하지 않겠다고 다짐해. 그리고 이제는 내가 당신의 따스한 오리털 잠바가 되기로 결심해. 사랑해. 석아. 아주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