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지? 통화 목소리 들어보니 감기는 다 나은 것 같더라. 이번 겨울은 춥지 않다고 해서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어. 어느덧 네가 입대한 지도 일 년이 다 돼가네. 그동안 참 지루하기도 했지만 여러 가지 추억도 만든 것 같아서 나쁘지만은 않은 한 해였어.
네가 입대한 후, 나도 항상 군대 관련 뉴스에 귀를 기울이게 되더라. 입대하기 전인 2005년에는 논산훈련소 인분사건이나 경기도 연천 GP총기난사 사건 때문에 마음을 졸였는데.
그 사건들 때문인지 이후에는 몇 번의 병사 자살사건을 빼놓고는 아주 큰 사건은 없었어. 자대배치 받은 후로는 통화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고. 예상했던 것보다는 편한 곳이라고 했지? 그래도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힘들어했던 모습이 떠오른다. 워드 잘못해서 괴로워하던 표정이 생각나네.
29일 노무현 대통령이 군 복무 제도 개편에 관한 의지를 밝혔어. 혹한기 훈련하고 있는 너에도 달콤한 이야기로만 들렸을 것 같아. 어차피 개선되더라도 넌 제대한 뒤니까 너무 기대하지는 마. 그래도 나중에 자식이나 동생들이 군대에 갔을 때는 조금이라도 더 개선된 환경에서 복무하는 게 좋겠지?
사실 2년이라는 시간, 특히 취업이니 뭐니 해서 경쟁력 쌓는 데 골몰해야 할 나이에 억울한 감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 남는 시간에 영어 단어 하나라도 외우려는 게 다 그런 생각 때문 아니겠어? 그래서인지 학제도 함께 변경한다고 해.
얼마 전에는 국방부에서 군대 내에서 병사 상호 간에 개인적인 명령이나 지시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입법예고 하기도 했지. 수직적인 위계질서 빼면 뭐가 남을까 싶지만, 병영문화를 긍정적으로 개선하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것 같아. 게다가 제대 군인을 위한 지원책도 2011년까지 마련한다니. 조금 일찍 개선했으면 좋으련만, 참 만감이 교차한다.
병영문화를 개선하고 군 복무 제도를 개편하는 일이 인분 사건이 있었던 논산 훈련소에 비데를 설치하는 것처럼 간단하게 해결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 지금처럼 꾸준히 병영문화를 하나하나 개선해 나간다면 빛이 볼날이 올 거라고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