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오랫만에 여고동창에게서 전화가 왔네요.. 아직 미혼인 친구하나가 다음주말에 결혼한다는 소식이 통화목적이었지만, 오랫만이라 너무 반가워서 이런저런 얘기로 한참을 수다 떨었는데.. 끊고나니 묘한 우울함이 찾아 옵니다.
서른넷.. 고1때부터 친했으니 거의 이십여년지기 친구들이 몇 있습니다.
제가 우울한 이유는 결론적으로 제가 젤 못살기(경제적으로만..) 때문이죠.. 속물이라 해도 할말 없지만, 결혼하고 애낳고 살아보니 물질적인 가치로만 삶을 판단하게 되더군요.
저는 큰애 6살, 둘째 3살.. 큰애는 구립어린이집 보내고(월 17만원) 작은애는 집에 데리고 있습니다. 아까 전화한 친구는 7세 5세 두 아들을 영어유치원에 넣었다고 하면서, 뭐 애들이 발음이 다르다는둥.. 집에서 영어로 말한다는둥 하네요..(월 150씩 든답니다. ) 우리 큰애 이제 겨우 한글 읽고 제 이름석자 씁니다. 물론 영어는 완전 모르구요..
그 친구 일산신도시에 40평대 삽니다. 남편 연봉 1억이상되는것 같구요..(남편 나이는 좀 많네요.. 41세..)
저, 서울 변두리 방두칸 짜리 다세대 주택에 세들어 살지요.. 남편 연봉 4000도 안됩니다. 뭐 우리남편은 나랑 동갑이니 아직 팔팔하다고 자위해봐도 기운 빠지네요..
다음주 결혼한다는 친구는 남편이 의사 랍니다. 강남 s 호텔에서 한답니다. 뭘 입고 가야 하는지부터 벌써 머리 아프네요.. 애들을 두고 갈까 데려갈까 별의별 생각들이 들고 다른 동창들도 올텐데 어떻게 꾸미고 가야하는지 갑자기 짜증이 밀려 옵니다.
늦게 결혼하면서 어디서 그렇게 괜찮은 신랑을 잡았는지.. 여튼 재주들도 좋네요..
저, 다른 친구들보다 일찍 결혼하면서, 아무것도 없는 동갑내기 대학동창과 살림꾸릴때만해도 세상부러운것 없었고 돈좀 없으면 어떠랴 했는데, 이젠 완전 속물로 변했습니다.
삶이 나를 속일지라도 두려워하거나 노하지 않으려 했는데.. 이젠 두렵고 노엽네요..
몸건강한거.. 애들 이쁘게 크는거.. 남편 건강하고 성실한거.. 내가 행복할수 있는 이유가 아무리 팔랑거린다 해도, 오늘밤은 좀 우울합니다. 그치만 오늘밤만 우울하고 낼 아침부터는 또 신나게 살아볼랍니다.
앗싸.. !!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