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양구에서 근무하는 동생 면회를 다녀오면서 우리 가족은 제4땅굴을 다녀왔다. 처음 땅굴에 가본다는 생각에 즐거움에 마냥 들떠 있었지만 돌아왔을 때의 마음은 처음과는 사뭇 국방의 소중함을 새삼 깨달았다.
좁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한시간 가량 달려 마침내 제4땅굴에 도착했다.
기념 촬영을 마치고 안내병의 안내로 안보교육관에서 ‘지하의 전쟁’이라는 비디오를 시청했고. 교육 전에 땅굴이라 하면 그냥 ‘아! 북한이 우리나라에 몰래 넘어오기 위해 파다가 들킨 구멍!’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비디오를 보면서 제1·2·3땅굴과 제4땅굴의 엄청난 길이와 규모, 서울을 목표로 한 기도, 발견 당시 사회 상황 등을 알게 되면서 북한의 남침 도발이 얼마나 한결같고 음흉한지 알 수 있었다.
비디오 시청을 마치고 안내를 받아 땅굴로 들어갔다. 북측이 파 놓은 땅굴을 향해 지하로 300여 미터 내려갔더니 이제껏 사진으로 설명만 들었던 땅굴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보기에도 땅굴의 길이가 엄청났고 땅굴 위에 놓여진 레일이 더욱 나를 놀라게 했다. 안내병의 설명을 듣고 나니 우리의 지역까지 북한군이 들어왔고 우리는 그 위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생활했다는 사실에 땅굴 속의 한기와 함께 온몸에 섬뜩한 기운이 돌았다. 그 외에도 작업 능률을 올리기 위해 땅굴 안에 써 놓은 선전문구와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하기 위해 뚫어 놓은 장전공 등을 보면서 통일을 향해 가는 화해 무드 속에서도 ‘결코 우리 군인들만큼은 끝까지 긴장감을 늦춰서는 안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돌아오는 길,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많은 산들을 보면서 ‘저기 어딘가에 제5의 땅굴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고, 북한이 50년을 넘어 60년을 떨어져 살아가고 있는 영원한 우리의 반쪽이긴 하지만 민족 공조의 안대에 가려 따뜻한 눈으로만 북측을 바라봐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 4땅꿀을 보며 분명히 남북 대치 상황에 대한 나의 안일한 시각을 교정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고, 국가안보와 국방 의무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줬다. 그래서 국가안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을 느끼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