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휴지는 물론 나쁜 기억들 - 싸운 일 눈 흘긴 일 원망한 일 후회한 일 자책한 일
등 -들을 맘먹고 버리려 다짐을 합니다.그래서 [삭제]를 눌렀더니 또 [휴지통에 버리
시겠습니까?] 하여 (예, 아니오) 중에서 (예) 를 누르니, 그 쓰레기들이 휴지통으로 옮
겨 갑니다.
그러나, <휴지통?>으로 옮겨간 [쓰레기들]이 오늘까지 휴지통에 그대로 있었습니다.
며칠을 그대로 두다 보니, 벌써 몇달째 그대로 있었던 것입니다.
악취나는 그것들이 눈앞에만 안 보인다고 <휴지통 비우기>를 잊어 버린 것입니다.
그러다 바로 오늘 우연히 <휴지통>으로 들어가니, 쓰레기들이 철철 넘칠 정도입니다.
악취가 심하게 나는군요. 참기가 힘이 듭니다.
그래서 얼른 <휴지통 비우기>를 시도하려 합니다.
그러나, 모두 다를 선택해서 비우려던 마음을 바꿉니다.
왠지 미련이 남아섭니다.
그래서 파일 하나하나 폴더 하나하나를 선택하여 <휴지통 비우기>를 시도합니다.
그런데, 또 그때마다 묻는겁니다. [(이러이러한 쓰레기를) 삭제하시겠습니까? ]고요.
그 순간 나는 잠깐 멈칫하면서 망설이다 쉽게 (예)를 누르지 못합니다.
분명 더럽고 썩은 내가 진동하고 두번 다시 보기 싫은 쓰레기임에도, 그것마저도 나의
분신인 것만 같은 것일까요? 아뭏든 난 잠시동안 망설이며 쉽게 (예)를 못 누릅니다.
나의 시간과 노력에 생각과 행동과 그로 인한 흔적과 상채기가 고스란히 스며 있는 그
쓰레기들이 날 쳐다 봅니다. 그리고 묻습니다. (어떻게 하실 꺼냐고?) 나는 조금 미련이
남은 몸짓을 그들에게 보여 줍니다.
그러다 결단을 내립니다. (예)하고.
그런 다음부터 짜증이 나 버린 나는 나머지 쓰레기를 몽땅 치워버릴 작정을 합니다.
남은 파일 모두를 선택하여 <휴지통 비우기>를 시도합니다.
그랬더니, 또 [91 개의 파일과 폴더를 모두 삭제하시겠습니까?]라는 친절한 질문멘트
가 또 뜨는군요.
그래서 또 다시 잠시 망설입니다.그걸 다 비우고 나면 내게 남는 것은 무엇인가? 하고.
[휴지통 비우기] 분명 쉽지 않은 작업입니다. 그것은 눈에 보이는 쓰레기 뿐만 아니라, 우리가 버려야 할 고집, 불신, 오해, 불안 등 눈에는 보이지 않는 정신적 쓰레기를 버리는 일도 그에 해당되는 듯하여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건강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 [휴지통 비우기]인 것만 같아 바로
이 순간부터 부지런히 시도해 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