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못할 일화 하나.
중매로 결혼한 어느 50대 부부가 있었다. 부부금슬도 좋고, 자녀들도 잘 키운 안정된 가정을 가진 부부였는데, 남편은 직업이 판사였고 종교가 없었는데 비해, 아내는 평범한 주부이면서 독실한 개신교 신자였다.
그런데 아내는 결혼 한 직후부터 남편을 교회로 인도(?)하기 위해 무진 애를 썼지만 결혼한지 30년이 다되가는 그 때까지 교회 가기를 거부하는 남편의 고집은 요지부동이었다. 오히려 처음과는 달리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욱 완강하게 교회가는 것을 거부했다.
설득하다 지쳐 포기 지경에 이른 아내는 어느 날 아주 큰 교회에서 인품과 신망이 높은 원로 목사를 만날 기회가 생기자 '이 정도 신망을 갖춘 분의 설득이라면 혹시 남편의 마음을 돌릴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 분에게 남편을 만나서 설득좀 해달라고 요청했고, 그 원로 목사는 한 번 해보겠다고 했다.
마침내 ....남편이 쉬는 날을 잡아 부인은 그 원로 목사를 집으로 초빙하였고 역사적인 '목사와 판사'의 면담이 이뤄졌다. 그 자리에서 원로 목사는 남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았다. '부인이 그렇게 오랜 동안 간곡히 부탁을 해도 교회 문턱에 발도 안딛으려 하시는 이유가 뭐냐'고.
처음에는 그저 말도 하기 싫다고 대화 자체를 거부하던 남편은 이런 식으로 해서는 그 원로 목사가 계속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마침내...이런 말을 해주었다. (그리고 이 말이 끝난 뒤에 그 원로 목사는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떠났고, 아내도 더 이상 교회 나가자는 말을 안했다)
"목사님, 제 직업이 판사입니다. 그것도 지난 20여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서울과 지방을 오가면서 민사재판부만 맡아서 해왔습니다. 이 민사재판에는 강제력이 있는 판결을 내리기 전에 당사자 간의 화해와 조정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금까지 제가 맡은 재판의 절반 가까이가 그런 식으로 해서 성공을 했고 그 중에는 어제까지만 해도 서로 죽자사자 싸우던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맡았던 수많은 재판 중에 그 어떤 화해나 조정도 일절 안통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기독교(개신교)를 믿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제가 다른 경우 보다 몇배나 정성을 기울여보았지만 교회 내부 분쟁이나 교회 나가는 사람들 사이의 분쟁에서는 단 한 번도 화해나 조정이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어찌된 영문인지 이 사람들에게는 절대로 화해와 조정이 통하지 않더군요. 저 뿐만이 아니라 동료 판사들에게 물어봐도 그런 경우는 못봤답니다. 이런 일을 20년 동안 보아오면서 제가 과연 교회를 나가고 싶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