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다 쓴 통장을 새로 바꾸려고 은행에 갔다가 직원의 안내로 난생 처음 펀드를
가입했다.
물론 매월 얼마씩 내는 간접식 상품이라 별로 위험 부담은 없다고 했고 직원이 너무 친절해서 매월 50만원 들어가는 걸로 신청하고 불입을 했다.
그런데 참 마음이 묘하다
아들이 대학가고 부터는 이런 생각을 하고 실천하고 있다.
이제는 저금 안할 거야 ! (물론 과거에 불입한 보험이나 개인연금은 계속 넣고 있다)
나를 위해 내 이웃을 위해 돈도 좀 쓰고 살리라 생각하고 올해부터 도우미 아줌마도
일주일에 3번씩 불러서 60만원씩 비용도 지불하고 그 시간에 나는 볼일도 보고 책도 읽는다. 내 나이 마흔 여섯살이 되어 시작한 일이다.
그동안 열심히 벌고 두 아이 키우고 해외여행도 바빠서 못 가고 살았고 저축도 엄청
열심히 했다.
그래서 나름대로 내 수준에 맞게 산다.
그리고 얼마전부터 홀로 되신 시아버지를 모시고 왔기에 스트레스를 안받으려고 집에 오는 아줌마에게 청소는 소홀히 해도 무조건 아버님에게만 잘 하라고 하고 돈으로 (?) 때운다
아버님이 밤에 불을 켜고 주무시든 손님이 많이 오든 생활비가 얼마가 들든 신경 안쓰고
참 팍팍 쓴다.
그래서 우리집에는 손님이 끊일 새가 없고 가까이 사는 동서가 오면 냉장고에 있는 무엇이든 찾아서시어머니 대신으로 주고 싶고 다 챙겨준다.
이제는 남편과 내가 번돈 그리고 약간의 다른 수입등으로 매월 넉넉하게 쓰니
생활에 어려움은 없다.
계속 이렇게 살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새롭게 저축을 하나 시작하고 나니 희한하게 아껴야 할 곳이 무지 많이 보인다.
실은 우리집은 큰 아이는 집에 없고 고등 학생 딸 밖에 없고 새집이라 별로 치울 일이 없지만 아버님 말동무 하시라고 중년의 아주머니가 오시는데 나는 급여외에도 시키지 않은 일을 해놓으면 보너스도 잘준다.
또 비는 날에 일부러 일을 만들어 한푼이라도 벌라고 우리 상가 청소도 시키면 60 이 넘은 친구와 같이 열심히 해주시니 또 10만원씩 잘 주니 홀로 된 그 아주머니는 내 집을 직장으로 생각하고 참 즐겁게 일하신다.
또 오시면 나는 얼른 나가 버리고 아주머니가 알아서 퇴근도 마음대로 하라고 하니 할일만 해놓으면 그리 오래 있을 필요도 없고 안 지켜봐도 잘하신다.
그런데 막상 생각해보니 일주일에 2번으로 줄여도 될 것 같고...
아버님이 덥다고 펑펑 트는 에어컨도 좀 줄이라고 해도 될 것같고...
얼마전 해드린 보약도 그좀 더 싼 것으로 해도 될 것 같았고...
또 놀러오는 조카들 다 데리고 나가서 사먹이는 것도 횟수도 줄일 걸
동생 집 도배도 좀 더 싼 걸로 해줄 것 등등...
야 참 사람이 치사하고 간사하다.
생각이 깊어질수록 번뇌도 늘어나네?
이런 것 등등을 줄이면 한달에 3배는 펀드에 넣겠네 하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그렇게 모은 돈 뭐할 건데?
별로 답이 없다
그리 큰 부자는 아니라도 직장이 있고, 건강한 남편과 열심히 공부하는 자식들이 있는데
더 뭐가 필요할까?
그리고 마음이 넉넉한 며느리와 함께 남은 여생을 보내고자 하시는 늙은 시아버지가 얼마나 마음이 팍팍해질 것인가?
그렇게 해서 빌딩을 사면 뭐할건데? 하는 생각이 들자 아껴서 모을수록 나는 마음이 가난해지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의 기준이 아닌 지금의 나의 기준에서 말이다
그래 즐거운 푼수로 살자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못 되어도 울타리는 되자 하는 생각이 들었고 다시 즐거워졌다.
과거 방 2칸에서 3칸 그리고 4칸까지 열심히 늘려 왔고 이제는 행복하게 누릴 시간이다.
더 이상 가질려고 애태우지 말자
더 이상 물질의 노예가 되지말고 아이들에게 너무 많이 남겨 주려고 하지말고
하나씩 얻어가는 기쁨도 아이들이 알게 해주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열심히 일하여 기본적인 뒷받침은 해 줄것이다.
장래를 보고 10년짜리 보험용 적금은 두 아이들 모두 다 들었다.
아이들이 받게 되는 것은 순수하게 엄마 아빠의 노력의 댓가이고 그것을 고맙게
받을 것이다.
나는 이 나이까지 사실 1번도 해외 여행 안갔다.
내 월급의 절반정도 받는 후배들도 다녀오고 우리 집에 세들어 있던 새댁들도 다 갔다.
물론 젊어서 여행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고 산 경험이다.
또 여행은 젊어서 하라는 말도 있고 물론 이는 정답이 없다.
하지만 나는 별로 가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무엇보다 멀리 가는 것을 싫어한다
태생적으로 우리의 산, 마을이 너무 좋아 같은 책도 두 세번은 다시 읽고 가 본 곳도
두 세번은 다시 가는 좀 희한한 성향에다 소설에 몰두하다 보니 그 장면에 나오는 곳은
진짜 많이 가봤다.
그리고 집을 비우는 것도 싫어한다.
내 손을 기다리는 화초, 동물들이 있어 같이 있으면 멀리 간 것보다 더 행복하니 어쩌랴
내가 행복한 대로 해야지
남을 따라가는 것은 싫으니 말이다.
작은 딸 아이가 2년뒤 대학생이 되면 딸과 진짜 신나는 해외 여행을 할 것이고 지금은 아름다운 우리 강산에 당일이나 무박코스로 갔다오는 것이 내게 더 좋은 삶의 활력소이다
오늘부터 더 아끼려고 하지 말고 우리 아버님께 더 잘해드리고 생긴대로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