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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긋지긋했던 가난


BY 속터진만두 2007-08-23

가난을 생각하면 지긋지긋하다

언제 부모님이 울고불고 싸울지 모르고

폭력적인 아버지

아빠 빨리 돌아가시라고 너무 무서워서

어린 난

책상에 칼로 그었었다

죽어!

 

가난했기에

난 어린나이에 방치되어 (부모님은 직장)

가난한 달동네에서

동네녀석들에게 성추행 성폭행을 당했고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고

 

가난했기에

아파도 병원한번 가지못했고

이가 썩어도 치과에 데려가신 적도 없으며

 

가난했기에

밥은 늘상 내가 혼자 차려먹었고

아님 빵이 있으면 삼*빵을 먹었으며

 

가난했기에

학원한번 가본 적도 없고

참고서도 제대로 못사서 짝꿍것 보다가

눈치보여서 미안했고

 

가난했기에

우유급식을 반아이들 반이상이 해도

난 할수가 없었기에

배고파서 얼마나 얼마나

먹고싶었는지 모르며

 

가난했기에 수업료 밀리는건 다반사요

 

가난했기에

남들 다 야자시간에 도시락 싸오거나

나가서 분식사먹는데

난 굶거나 제일 싼 빵을 먹는 날은

그래도 운좋은 날이었다

 

가난해서

돈번 것은 다 엄말 드렸는데도

(용돈 십만원 빼고)

결혼할 때 비용대주신다던 엄만

막상 결혼 할 때되니

너무 아까워하시는 모습이 역력했다

 

신행비도 한푼 안보태주셔서 서운했다

 

다 남편의 돈으로 간셈이다

 

그래서 어릴 때 생각했었다

가난한게 챙피한 시절도 있었다

 

왜 날 부모님은 낳으셔서

왜이렇게 힘들게 하시는건가

 

가난만이 문제가 아니라

늑대처럼 무섭고 폭력적인 사람이랑 사는게

얼마나 무서운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리라

 

그게 바로 돌아가신 아버지랑

살아있는 작은오빠

 

지금은 가난했던 시절도

그래도 가난했지만 행복했던 순간도 있기에

즐거웠던 순간도 있기에

세월 속에 가려져있지만

 

지금도 가끔 친정가보면

답답해서 십년묵은 밥이 다 올라올 것같다

 

정말 입술을 깨물고

열심히 살았다

 

지금도 친정가면 여전히 그렇게 산다

 

볼일 봐도 잘 내려가지 않는 변기

 

도대체 물을 먹으려고 해도

물컵하나 제대로된게 없고

 

현관문도 고장난지 오랜데

열쇠가 고장나도 고치지 않고

 

세면기도 물이 시원하게 내려가지 않고

 

다 쓴 물건은 싹싹 버려야하는데

집에다 책이며 물건을 쌓아놓아

 

집이 좁고 먼지투성이고

 

금전적으로 도움을 주는데도 항상

 

밑빠진 독에 물붓기

 

욕심도 없고 잘살아보려는 의지도 없구

 

....

 

큰오빠가 우울증이 심한데

오늘 가보니 배가 임산부마냥

너무 살이 쪄있었다

 

엄마가 그러신다

둘다 두끼밖에 안먹는단다

그래도 아픈사람이니

점심을 간단하게라도 차려주라고 했다

 

점심을 굶어도 살찌는데

먹이면 얼마나 살찌겠니

 

난 굶으니까 더 살이 찌는거라고 했다

 

너무 고지식한 엄마와 큰오빠

 

엄마도 이제 당신몸도 늙어서

 

사회랑 격리된 오빠 치닥거리 하기도

지쳤다는 거 모르는거 아니지만

 

너무너무 답답하다

 

지금은 작은오빠가 주는

 

작은돈으로 생활하는데 (다시 합쳐산지는 얼마 안됐음)

 

온갖유세와 짜증으로

 

(원래 냉정하고 싸가지가 없음 독신주의)

 

늙으신 노모를 더 힘들게함

 

젊었을 적엔  남편에게 노예처럼 살고

 

늙어서는 돈이 뭔지 (생활비도 겨우 삼십만원)

 

싸가지 아들

 

눈치보며 사는 엄말 생각하니

 

가슴이 콱 막혔다

 

 

 

얘,

얼마전에 친굴 만났는데 글쎄

지갑을 안가져갔지 뭐니

(나랑 만날 때도 지갑 안가져오신다

난 개의치 않는 딸이지만)

 

그래서?

 

그친구가 밥사주고 차비 만원 빌려서

집에 왔어

 

엄마, 아무리 친구라도

갈 때 확인을 해야지 친구에게 그러면

친구도 싫어하지.

다음부턴 잘 챙겨서 다녀.

 

오늘은

백화점 구경을 가자신다

 

엄마는 여전히 그냥 구경만 하시지

뭘 잘 안사신다

 

집에 있는 오빨 생각해서

내가 순대를 샀다

 

순대 사지마

왜?

오빠 주려고

 

사지마 살찌면 어쩌려고 그러니?ㅜㅜ

 

그래도 샀다

 

엄마 옥수수 좋아하지

옥수수 잡술거야?

 

이거 옥수수가 왜 하얗지 않고 누래요?

 

점원

색깔이 가지가지죠 찰옥수수 틀리구요

 

언제나 뭐좀 사드리려면

엄만 직원에게 무안주기 일쑤다

중국산 타령하시면서

 

아무튼 내가

가난이 너무너무 싫었기에

이악물고 돈 벌고 모은결과

지금은 가난하고 멀어졌지만

(오빠 병원비도 내가 지불하고있다)

 

나도 자식이 둘이나 생긴 엄마라

여자로서 엄마인생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안다

 

그러나 너무 고지식한 엄말 볼 때면

답답해서 가슴이 콱 막힐 때가 많다

 

누구에게 말할 수도 없고

 

아무튼 결론은

친정 잘살아서 친정엄마랑

쇼핑도 하고

가끔 엄마에게 뭐 사달라고 하는 딸보면 무지 부럽다

 

난 어릴때부터 너무 없이 살아서

감히? 엄마아빠에게 뭘 사달라고 해본적이

두번 밖에 없다

 

초등 1학년 때 고구마가 속에든 핫도그랑

 

그림이 너무 이뻤던 안데르센 동화모음책이다

 

그래서 그런가

임신해서도 엄마에게 뭐 먹고싶단 적이 한번도 없다

 

애교가 많은 딸은 아니다

 

그런데 요즘엔 친정식구들 맛난거

사주고픈 마음에

수박도 배달시켜 드리기도 하고

 

전화로

엄마, 과일 뭐 먹고싶은거 없어?

엄만 없다하신다

 

재미없다

 

도대체 엄마마음이 뭘까

 

시부모님은 뭐해드리면 부모로서 당연한듯 받으시던데

 

엄마도 좀 당당해지시면 좋으련만

 

미안해서 그러실까

 

 

엄만 아마 모르실거다

 

내가 돈을 열심히 모으는 이유가

엄마 노후가 걱정되서

 

그리고

아픈 오빠가 걱정되서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