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남편이 유난히 밉다.그렇다고 오늘 보통때보다 특별한 일이 일어난 것도 아니다.
그냥 남한테는 간도 빼줄 듯이 친절한 남편이 마누라는 종부리듯 하는 일상도 싫고,애 혼내면 날 잡아먹을 듯 하면서 막상 애 하는 짓이 밉다 싶으면 애 잘못 가르친다고 나 잡는 남편도 싫고,벌어온 돈의 4분의 1은 남편이 쓰고 나머지 4분의 3중의 반은 저축하는데도 남편은 통장에 왜 돈이 그것 밖에 없냐고 하는 것도 싫고(자기가 무슨 떼돈 벌어오는 줄 아는지),집에는 밤 11시 넘게 들어와 아침 8시에 나가는데 어지르는건 하루종일 애들이 어지르는 것보다도 더 많이 어지르는 남편도 싫고,기회가 났을 때 내가 집 사자고 했는데 그런 헌집 누가 사냐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강력히 반대하더니 결혼 10년이 넘도록 전세 살면서 2년마다 이사다니고 지금은 그집이 그때의 5배까지 올랐는데 왜 그때 강력하게 안 밀고 나갔냐고 오히려 큰 소리치며 내 탓만 하는 남편도 싫고,우리 집 식구들 남편밖에 단감 먹는 사람 없는데 20kg짜리 한박스 감보내서 애들이 안 먹으면 버릇을 잘못 들였네 왜 감을 싫어하냐 정말 니네 이상하다 이러는 시엄니도 싫고(남편외에는 먹는 사람 없는 줄 알면서도 해마다 줄기차게 20kg씩 보내서 나 이상한 사람 만드는 시엄니도 싫고-그렇다고 시엄니 당신 가족외의 사람에게 뭐 나눠주는거 죽기 보다 싫어하는 사람인데 시엄니 몰래 이웃과 나눠먹으면서 죄책감 갖고 눈치보는 것도 싫고),맨날 집은 개판 오분전으로 만들고 자기 손으로 변기 물 하나 안 내리면서 싱크대 하수구가 더럽네 냉장고좀 닦아야겠네 잔소리 하는 남편도 싫고,모기 때문에 잠 못 자겠다고 불 켜놓고 신경질 부리는 남편도 싫고,내가 멍청하고 만만해 보이는지 보험 아줌마나 외판원 도에 관심있으세요 하는 사람들 줄기차게 자꾸만 꼬여드는 것도 싫고...
모든 일상이 짜증이 난다.그래서 나 지금 술 한잔 하고 있다.
정말 바람과 같이 사라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