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이 시아버지 기일이었습니다.
항상 그렇듯이 며칠전서부터 장을 조금씩 보아 두고, 아무래도 생선은 재래 시장이
크고 물좋은 것들이 많기 땜에 , 단골 집에 전화를 해두었다 일요일 남편과 같이 가서
장을 마저 보았지요.
월요일 낮에 일찌감치 어머니 댁으로 가서 제사 음식 장만을 하고 있으니, 서울에서
큰형님 내외가 오시고 , 다른 동서도 오고 해서 모처럼 세 동서가 만나서 도란도란
신랑들 흉도 보고 하면서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근데 저녁밥을 먹고 차 한잔씩 마시려던 차에 얘들까지 올사람 다왔는데, 난데없이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깜짝놀라 나가보니, 세상에나 알콜중독 치료 병원에 입원중
이었던 시동생과 웬 낯선 남자가 서있는 겁니다.
알고보니 그 남자는 택시 운전 기사인데 택시 대절비 15만원을 내라고 하더군요.
그 병원은 환자 맘대로 왔다 갔다 할 수 없다는데 시동생이 몰래 택시를 대절해서
타고 온거였어요.
우린 모두 너무 기가 막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어안이 벙벙해서 서있는데
아주버님이 일단 돈을 주어 택시 기사는 돌려 보내고 시동생은 집안으로 들어왔지요.
오늘이 아버지 기일이라 왔다며 시동생은 계면적인 웃음을 지었지만, 이미 오다가
어디선가 술을 먹고 온것 같았어요. 잠시 모두가 침묵하고 있는데 시동생이 방바닥에
덜석 주저 앉더니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며 주먹을 쥔 손으로 방바닥을 내리쳤어요.
왜 나만 빼놓고 형들하고 어머니는 아버지 제사 모실 생각을 하냐며 아버지가 나를
얼마나 이뻐하셨나며, 한바탕 통곡을 해대자 시동생 얘들도 지 아빠한테 메달리며
같이 울어대는 것이었어요.
참 눈뜨고는 못보겠대요.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우시고 평화로웠던 집안이 왜이리
된것인지.. 남편 얼굴을 쳐다보니 붉그락 푸르락 어쩔줄을 모릅니다.
그리도 좋은 말로 설득해서 겨우 입원해 병 고치라며 얘들까지 우리 집으로 데려와
돌봐주고 있건만, 모든게 도로아미 타불이 되어버린 것인지..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남편과 아주버님은 정말 대책이 없다는 얼굴이었어요.
내가 처음 결혼해서 유학중인 아주버님 내외를 대신해서 시집에 들어가 살았을때,
시동생은 고등학생이었어요.
아침마다 도시락 두개씩싸가지고 학교갔다오면 슬그머니 내 손에 쵸코파이나 호떡
같은걸 쥐어주곤 하던 미소년이었지요. 내 앞에서 늘 수줍어하며 이런 얘기 저런 얘기
곧 잘하던 시동생이 어찌 저런 모습이 되었는지 정말 가슴이 아프다 못해 찢어지는것
같습니다. 이제 그렇게 뛰쳐나와서 다시는 병원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며 어머니 집에
머므르고 있는데, 참 어찌해야 할지 난감하지요
얘들도 겨우 안정을 되찾아 학교 잘 다니고 편안해졌는데 지 아빠가 저러고 있으니
다시 풀죽고 큰놈은 고민이 많아 보이는 얼굴입니다.
우리가 억지로 지 아빠를 나쁜곳에 가뒀다고 생각하는지 말도 잘 안하고 방에서 나오지
도 않고 정말 속상해요.
정말 산넘어 산, 그 산넘으니 또 산이 버티고 있네요
오늘이 딸아이 수능일인데 이래 저래 심란스러운 마음에 글올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