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겨우 9살인 저희 딸이 꿈이 없답니다.
이맘때 쯤이면 정말 되고 싶은거 많잖아요.
작년까지만 해도 엄마 난 하고 싶은게 되고 싶은게 너무 많아,그러던 애였습니다.
저희 아이는 머리가 좋은 편입니다.아이큐가 150 가까이 되고 책도 많이 읽어 다방면에 상식이 풍부하고 작년 담임 선생님께서도 이해력과 창의성이나 상상력이 풍부하다고 그랬었습니다.아직 초2지만 지금까지는 그런대로 공부도 잘 하고 있습니다.학교 들어가기 전에도 요즘 웬만한 애들 배우고 들어간다는 한글,영어,한자,연산을 아무도 시키지 않아도 일찌감치 자기 스스로 놀이 삼아 익히고는 학교에 들어갔습니다.내심 기특하다 생각도 했구요.
하지만 아이에게 공부를 잘 해야 한다거나 뭐가 되라고 한 적은 없었습니다(아빠가 농담삼아 뭐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아이에게 한마디 건내긴 했지만 그리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구요).
문제는 아이가 작년부터도 그랬지만 학교 생활에 잘 적응을 못 했습니다.사회성이 좀 떨어지고 눈치가 없습니다.하는 짓이 그 또래 애들보다 좀 어립니다.
그래도 작년 선생님은 안 그러셨는데 올 선생님은 이런 아이의 행동을 하나하나 지적하고 넘어가시는 분이어서 아이는 학교에서 안 혼나고 오는 날이 없을 정도였습니다.그래서 아이들 사이에서 무시를 당하고 아이는 자신감을 점점 잃어갔습니다.자기가 아주 잘 하는 부분이 아닐 경우에는 실제로 못 하지는 않는데 자기는 그걸 못한다고 아예 단정지어 버립니다.
다른 애들처럼 학원을 많이 다니는 것도 아니고(피아노 학원만 다닙니다),다른 애들보다 공부를 많이 시키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아이가 꿈이 없답니다.자기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잘 하는게 하고 싶은게 없는거 같다고 합니다.그래서 자기는 엄마처럼 집에서 살림하고 살거랍니다.
하지만 어찌어찌 하여 살림만 하며 집에 있는 제가 남편 눈치보며 돈 타 쓰는 생활을 하다보니(남편이 돈 관리를 해서),제 딸만은 무엇이 되든 직장생활을 꼭 했으면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대단한거는 아니더라도 자기가 잘 할수 있고 좋아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고 평소에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똑똑하지만 제가 큰 욕심 안 부리는건,영재 소리 들으며 자라났던 저희 친정 오빠가 추락하는 걸 보면서입니다.그저 바르게 그저 자기 일 가지고 살아가기만 바랄 뿐입니다.저 스스로도 아이가 뭐가 되면 좋겠다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도 없구요.그저 잘하고 좋아하는 일 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다만,집안에서 저처럼 살림만 하며 집안에 머물기는 바라지 않습니다.
잘 하는게 없어서 집에서 살림만 하고 살겠다는 아이,아이에게 아무 것도 못 하는 사람은 집에서 살림만 하는거구나,이런 식으로 비춰진건가요?
아닌게 아니라 아이에게 멋진 삶의 모델이 되어주지 못한데 대해 항상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참 슬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