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대선 때 몇번 대선 관련 토론에 나갔다. 그럴 때마다 듣던 이야기가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 섭외하기 어렵다.’ ‘자신이 없는지 만날 거절이다.’ 방송국 쪽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나라당 지겠군’ 했다. 제 예측이 맞았다. 문제는 2007년 대선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지난 일요일(11월25일) KBS 심야토론을 지켜보다 경악했다. 다른 당에서는 다 나왔는데 한나라당에서는 불참한 것이다. 남편은 답답한 얼굴로 저를 쳐다봤다. 저 역시 기막혔다. 선거는 전쟁이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왜 링 밖 관람석에서 구경만 하나?”
기자나 정치평론가, 또는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의 글이 아니다.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11월27일 올린 글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에서 전의원 같은 이는 ‘마이너리티’인 모양이다. 이 글이 인터넷에 오른 이틀 후 한나라당은 또 MBC 100분 토론에 나오지 않았다. 1주일 전 BBK의혹을 주제로 한 100분 토론에 불참한 데 이은 것이다.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 캠프에선 최근 불협화음이 잦았다. 이후보의 부시 미 대통령 면담 무산이 그랬고, 본인 확인 없이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선대위에 참여한다’고 발표한 것도 그랬다. BBK 수사와 관련, 대변인은 “이후보의 친필서명을 검찰에 낼 수 없다”고 했지만 몇시간 지나지 않아 후보 본인이 “안 낼 이유가 없다”고 뒤집었다.
반면 일사불란한 것도 있다. ‘토론 기피증’이다. 이후보 자신부터 토론 참여에 소극적이다. 참모들은 이후보가 각종 토론회에 20회 가까이 나갔다며 반박한다. 그러나 문제는 토론의 질이다. 이후보는 경쟁 후보들의 맞짱토론 제의는 외면해왔다. 일방통행식이 아닌, 패널리스트가 있는 토론에 나선 경우도 드물다.
어쩌다 참석한다 해도 논점을 흐리는 경우가 적잖다. 지난달 30일 여성정책토론회 때다. “한나라당 내에서 성희롱 논란과 여성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이 있었는데, 대책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후보는 “나는 한나라당에 와서 함께 일한 지 불과 몇 달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한나라당 소속으로 서울시장을 지내고 현재 “정통성 있는 정당의 정통성 있는 대선후보”임을 강조하는 그다. 궁색하지 않은가.
보다 심각한 것은 이같은 ‘토론 기피증’이 ‘언론 기피증’으로 확산될 기미를 보인다는 점이다. 첫 공식 유세일인 지난달 27일, 이후보는 이동 중 한 기자로부터 BBK 의혹과 자녀 위장취업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답은 없었다. 이 기자는 다시 질문을 했지만 경호원들의 제지를 당했다.
한나라당은 한 발 더 나아가 에리카김 인터뷰를 한 MBC에 대해 항의집회와 시청거부 운동 방침을 밝히고 있다. “방송사는 물론 기자, PD에 대해서도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사실 한나라당의 이런 모습은 낯설지 않다. 2002년 8월 한나라당은 KBS, MBC, SBS, YTN에 공문을 보내 ‘신(新) 보도지침’ 논란을 불렀다. “이정연씨 얼굴을 사용함으로써 범법자 취급을 하는가 하면, 정연씨 이름 앞에 ‘이회창 후보의 아들’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해 이후보 흠집내기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자제해주기 바란다.”
한나라당은 두 번의 대선 패배를 거치며 환골탈태했다고 말한다. 당 운영의 민주화 등 인정할 대목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링 밖에서 빙빙 돌며 상대 선수가 아닌 애꿎은 취재기자에게 주먹을 날리는 모습은 달라지지 않았다. 한나라당의 ‘대표선수’는 이회창에서 이명박으로 바뀌었으나, 한나라당의 ‘팀컬러’는 바뀌지 않은 것 같다. 전여옥 의원의 말처럼.
〈김민아 정치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