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과 저는 선으로 만났어요. 남친 35, 저 33
만난지 아직 세달도 안되었지만,
선이 그렇듯 남친은 이미 저에게 결혼하고 싶다는 말을 진지하게 했었고,
아직 프로포즈를 받은건 아니지만, 서로 암묵적으로 결혼상대로 알고 잘 만나고 있었어요.
사실 저는 남친의 아저씨같은 외모가 이성적으로 끌리지 않았지만
한결같이 잘해주고, 검소(짠돌이 --;;)하고 성실하여 결혼준비도 되어있고,
바른생활 사나이 같은 느낌의 진국같은 남자라서 마음을 정해놓고 있는 상태였어요.
(무엇보다 무척 선량하고 착한 사람이거든요.)
마음을 정해놓으니 제 마음도 조금씩 열리고 있었구요.
제가 마음을 열기 시작하니 남친도 싱글벙글 너무 좋아했었구요.
엄청 짠돌이라서 제가 데이트하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었는데,
제가 맘먹고 클스마스 선물 갖고 싶은거 말하니깐 서슴없이 고가의 선물도 사주더라구요.
클리스마스 이브에는 남친 집에서 남친 싱글 친구들, 친구 부부들 다 같이 모여서
파티하기로 계획도 다 세워놨었는데... 사건이 발생했어요.
주말은 약속이나 한 듯 항상 만났었는데, 처음으로 주말에 못 만날거 같다고 하더군요.
* 목요일..."작은 아버지가 내려오라고 하셔서 토욜날 대구같다가 일욜날 올라올 거 같아"
(집안일인가 해서 일부러 부르신 이유가 뭐냐고는 안물어봤어요. 선 아닌가 약간 의심스러웠죠.)
* 금요일 오전..."토욜날 대구 내려가려던 거 취소됐어. 그냥... 안가려고. 무슨일인지 아는데.. 안가두 되서 안가려고."
(앗, 선이었구나. 직감적으로 알았어요. 안간다니 더이상 이유도 묻지 않았구요)
*금요일 밤... "아무래두 낼 내려가봐야 할 거 같아. 안가려고 했는데, 가야할 거 같아서 당일로 다녀오려고"
(전 그냥 모르는척 잘 다녀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토) 저녁 9시쯤 전화가 왔더군요.
스스로 고백할 마지막 기회를 주었는데, 작은 아버지랑 술한잔 하고있다는 말만 하더군요.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나한테 머 미안한거 없냐고 물으니, 약간 당황하면서 어떻게 알았냐고.. 눈치챈거냐고..
걱정하는 일 없으니깐 올라가서 말하겠다고 미안하다 하더군요.
그렇게 그냥 몇마디 주고받고 끊었어요.
문자가 계속 오더군요.
[화내지마. 설마 아니겠지 하는 생각이었어]
[작은아버지께서 아무 언질도 없이 부르신거야]
[음 정말 화났구나. 나 반성할께. 용서해줘]라고요...
자기는 선자리인줄 모르고 내려간거다..라고 변명을 하네요.
물론 전 아무 답장 안했구요...
많은 생각이 들어요.
이 사람만큼 날 좋아해줄 남자 또 만날 수 있을까...
이렇게 착한 사람을 또 어디가서 만날 수 있을까...
그놈의 사랑... 사랑 기다리다 이렇게 나이만 먹었는데...
이정도면 나와 비교해서 괜찮은 신랑감이지... 하는 생각으로 결혼할 마음을 먹은건데,
참나~ 제가 이런일 겪으니 화도 나고 어이도 없고 그러네요.
아무렴 작은 아버지가 차로 4시간 넘게 걸리는 거리의 지방에 부르면서 아무 설명도 없이 무조건 내려오라고 했겠어요?
그리고 제게 분명히 왜 부르시는건지 알 것 같다고 말도 했었구요.
아무리 어른 말씀이라도 35살 남자가 마음이 없으면 없다고 확실히 거절했었겠지요.
갈까말까 하다가... 혹시라도, 1%라도, 저보다 괜찮은 여자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있었으니 갔겠죠.
저는 클스마스 선물 이미 받았구, 내일 오빠 줄 코트사러 가려고 했는데...
선물은 커녕 지금 화가 가라앉질 않네요.
아.. 님들이라면 어떻게 하실건가요?
어떻게 할까요?
너무너무 실망스럽고 화가나서, 판단력이 흐려져있을 것 같아서 님들의 객관적인 조언이 간절히 필요해요.
선배님들... 한마디라도 꼭 조언 부탁합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