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바로 아래 '선 본 남친'에 관한 글을 쓴 처자인데요,
그 일은 뭐... 잘 넘어갔어요.
미안하다, 생각이 짧았다, 잘못했다, 용서해달라고 싹싹 빌어서 넘어갔죠.
아래 상황에서 순간적으로는
'내가 사람을 잘못봤나? 호시탐탐 더 좋은 여자 찾는 그런 남자였나?'이런 의심도 했었기에
남친에 대해 실망스런 마음도 컸었는데,
그 후 클스마스에 친구들도 만나보고, 항상 둘이만 있다가 여럿이 어울려보니,
역시.. 착하고 순하고 그래요.
그러나, 저와는 안맞는 부분이 있어서 고민입니다.
1.
일단, 너무 짠돌이에요. 친구들도 인정한 짠돌이더라구요.
제 소비패턴은 쓸데없는 곳(물론 주관적인 기준이긴 하지만)에 돈 안쓰는 대신,
쓸 때는 쓰고, 안 쓸때는 안쓰는 타입이에요.
예를 들면, 저는 비싸고 맛있는 음식이나 술값 같은건 잘 안쓰고,
대신 오래입을 코트나 정장류는 좋은걸 사입고, 명품백도 몇개 갖고 있습니다.
반대로 여름에 편하게 입을 면티같은 건 쇼핑몰에서 2000~3000원짜리도 잘 사입구요.
저는 제가 규모있게 소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친구들도 인정하구요.
물론, 수입에 비해 저축액도 많구요.
그런데 남친은 무조건 안쓰는 타입같아요.
처음엔 데이트비용 아끼는게 넘 티가나고 싫어서 짜증도 많이 났었는데,
(남자가 여잘 만나면서 가장 돈 많이 들어가는 때가 처음 연애 시작할때라고 생각하는데...
어차피 결혼하면 좋은 식당 가자고 해도 제가 아까워서 안갈거에요..--;;;)
어느정도 지나고나니 (이제 만난지 두달 조금 넘었네요)
제 눈치를 살피는건지, 돈은 나름대로 쓰기는 써요.
또 아래에도 썼지만, 제가 고른 선물이 40만원 넘는 거였는데, 두말없이 사주더군요.
그러나, 흔쾌히 알아서 사준건 아니고,
제가 골랐으니 어쩌면.. 할 수없이 사준걸지도 몰라요.ㅎㅎ
결혼하면 경제권을 안 줄지도 모른다며 꼭 확인하고 결혼하라고 주변에서 말하더군요.
경제권을 저에게 준다면, 이런 문제는 해결될까요?
2.
또 하나의 문제는,
저는 매사 빠릿빠릿하고 똑 부러지는 성격이에요.
그런데 얼마전 클스마스때 남친집에 다 모이는데..
신축 브랜드 아파트라서 1층 현관에 도어락이 있는데, 1층에서 벨을 누르면 거실에서 문을 열어주잖아요, 근데 그걸 못열어서 1층까지 내려갔다 왔어요.
친구들이 말하길... 원래 기계에 약하대요. --;;;
아니, 그집 이사한지 몇달이 지났는데 자기집 사용법도 모르다니...
벽에 붙어있는 기계에 [문열림]이라고 한글로 써있는데 왜 그걸 모르는지...
친구라면 그냥 그런가부다 하고 넘어가겠는데, 같이 살 남자가 그런걸 잘 모르고 하면
답답할 것 같아요.
저는 핸드폰이든 뭐든, 기계를 사면 메뉴얼 펴놓고 사용법을 다 익히거든요.
근데 남친은 자기가 알아야 하는것만 알고, 메뉴얼같은건 잘 보지도 않는답니다.
이런 남녀가 같이 살면... 제가 답답하지 않을까요?
아니면 서로 다른 남녀가 만났으니 서로 채워주면서 살까요??
3.
남친의 직업은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이고, 한 직장에서 8년째 일하고 있어요.
내년에는 법무사 시험을 볼 계획이고, 직접적으로 말은 안하지만 자신있어 하는것 같아요.
대기업이 아닌, 한 직장에서 오래 근무하는 경우는 제가 알기로는 두가지인데,
하나는, 딱히 오라는데가 없어서 계속 눌러앉아 일하는 경우와...
또하나는, 현직장에서 업무능력을 인정받아 대우받으며 근무하는 경우...
두번째일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요즘들어서는 혹시 첫번째 이유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남자가 좀, 자기 일에 있어서는 철저하고 치밀하게 준비하고 확실히 하는 사람이어야 하는데,
다른 생활에 비추어보면 업무도 그다지 확실하게 잘 할것 같지도 않고....
요즘들어 자꾸 마음이 심난합니다.
제 나이 33살, 며칠후면 34살이 됩니다. 남친은 저와 두살 차이구요.
이제 만난지 두 달 조금 넘었구요..
남친의 외모.. 안끌려요. 이성적 매력 안느껴져요. 머리도 벗겨지기 시작했구요.
근데 사람좋고 착합니다. 성실하구요, 바람 한번 안필 사람같은 느낌이 들어요.
(물론 살아봐야 아는 거겠지만요...)
그리고 저를 많이 좋아하고 있다는게 느껴집니다.
어른들한테 예의바르고 깍듯하고, 친구들도 다들 순둥이같은 스타일이고..
저희 언니네 집에 같이 간적이 있는데, 형부가 무척 맘에 들어했어요.
착하고, 아주 진국이라고. 저런 사람이 맘고생 안시킨다고... 남잔 저래야 한다고.
저도 그사람의 인간됨됨이는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믿어요.
하지만, 위에서 말한 몇가지.. 저런것들 결혼생활에 문제가 되지는 않을까요?
우선, 그사람을 이성적으로 좋아하지 않아요.
심장이 끌리지 않는데... 어쩔수가 없더군요.
나이는 자꾸만 먹어가고, 선을 한 50번도 넘게 봤는데,
내가 좋다하면 상대가 싫다하고, 상대가 좋다하면 내가 싫고....
어쩜 그렇게 인연이 안되는건지..
34살이 두려워요.
아는 언니들이나 선배들한테 조언을 구하면,
* 늦게라도 인연만나서 사랑하고 결혼한 사람들은 "더 기다려. 찾아봐. 나이에 밀려서 대충 결혼하지마.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날꺼야"라고 말하고,
* 마흔 다되도록 노처녀로 있는 사람들은, "남자가 좋다하면 걍 결혼해. 그렇게 결혼해도 다들 잘 살더라. 나이먹으면 점점 더 이상한 남자들만 남아.."
머 거의 이런식이에요.
제 개인적으로는 친구중에 두명 이혼했는데,
두 커플 다 불같이 사랑했는데, 한 커플은 남자 성격이 너무 이기적이어서 이혼했고,
한 커플은 남자가 사업한다고 돈 다 말아먹고 빚만 늘어서 이혼했구요.
이 이혼한 친구들은 말하죠.
착하고, 성실하게 직장생활하고, 경제적으로 문제 안만들고, 너 좋아해주면...
그게 최고라고 하더군요.
후~ 누구말이 맞는지 모르겠어요.
이제와서 이 남친 보내면 더 좋은 남자 만나리라는 보장도 없고,
그렇다고 사랑이 느껴지지 않는데 정말 결혼해도 되는건가 덜컥 겁이 나고,
내 인생 이렇게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한테 맡겨버려도 되나.. 싶고,
서로 다른 부분들을 맞추어가며 살 수 있을지...
너무너무 걱정입니다.
한동안은 맘잡고 결혼하려고 생각했었는데
자꾸 마음이 이랬다 저랬다.. 하루에도 열두번씩 바뀌네요.
선배님들... 다양한 삶을 살고계신 만큼 다양한 의견이 나오리라 생각하고,
또 결국 결정은 제가 하는거겠지만....
결혼생활을 하시는 여러님들의 경험에 의한 조언이 필요합니다.
꼭 좀 조언해 주세요.
20대에 사랑하는 남자 만나 결혼할껄.... 내가 왜이러고 살았나 괴롭기까지 합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