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당신 검증해 보니 볼 만 하던데...스스로 먼저 퇴진 하시지...
[한겨레]
문화예술계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퇴진 요구 발언을 ‘반문화적 압박’으로 규정하고 반발하고 있다.
일부 보수 언론들이 문화계 인적 청산을 주장하며 벌이는 매카시즘 몰이에 이명박 정부와 유 장관이 동조하며 전임 정부에서 임용된 문화예술 기관장들에게 일방적으로 퇴진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전문성을 토대로 임명돼 임기를 보장받고 일해온 문화계 인사들을 인위적으로 청산하고, 현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물들로 채워넣겠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라는 비판도 거세다.
이명박 정부 쪽이 이른바 노무현 정권의 ‘코드 인사’로 보고 밀어내려는 대표적인 문화부 산하 기관장은 김윤수 국립현대미술관장과 김정헌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옛 문예진흥원) 위원장으로 보인다.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 이사장 출신인 김윤수 관장과 문화연대 상임공동대표를 역임한 김정헌 위원장은 각각 임기를 1년6개월과 2년6개월을 남겨놓고 있다.
유 장관의 발언에 대해 김윤수 관장은 이날 “미술관장의 일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일로, 취임 당시 민중계 대변자라는 일부 지적이 있었지만 전문가로서 이념이나 같은 계열 사람을 위해 일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작품 구입이나 전시에도 편향이 없도록 작품성 위주로 심사를 거쳐 걸러냈고 이념적이라고 할 만한 전시도 없었으니 검증해 보라”고 말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쪽은 업무 구조와 성격상 위원장 성향에 따라 특정 정치적 성향이나 이념 편향적으로 지원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고 말한다.
문화예술위의 한 관계자는 “예산 지원의 투명성을 위해 지원 심사에 문화예술위원들이 관여하지 않고 별도 지원심의위원회에서 지원 대상과 규모를 결정하므로 특정 단체나 개인한테 편파지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오페라나 국악 등 순수예술 쪽 단체들은 ‘정치색채 인사 퇴진론’이 나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기관장 개인의 정치 성향은 없을 수 없겠지만 업무에서 이런 성향이 표출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오페라나 국악 작품 자체에 진보·보수 또는 ‘친노’ ‘친이명박’ 의식이 묻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음악계 인사는 “실용정부라고 하면서 능력 평가도 하지 않고 좌우를 따지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문화예술의 독립성과 다양성 보장, 그리고 전문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법으로 정한 임기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많다.
한 문화계 인사는 “문화단체장의 임기를 정해 놓는 것은 그 임기 안에 어떤 정치적인 변화에 굴하지 말고 책임을 완수하라는 뜻이다. 임기는 법으로 보장하는 것인데 장관이 자기 개인의 의견을 법에 앞세우는 것은 장관이 월권하는 것”이라고 유 장관의 인식에 의문을 표시했다.
한 기관장은 “정상적 절차를 밟아 임명됐고 임기가 보장되어 있는 문화단체장들을 좌파라고 규정하며 물러나라고 하는데, 좌파 예술인이란 근거도 없고 왜 물러나야 하는지 이유도 대지 않고 있다”고 반발했다.
한 문화예술 전공 교수는 “최근 새 정부의 밀어붙이기는 다양성이 중요하면서 동시에 독립성과 자율성이 바탕이 되는 문화예술 분야의 고유 특성을 무시한 것”이라며 “이런 식이라면 좌파 문화권력이라고 내쫓은 뒤 우파 문화권력을 세우려 한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본준 정상영 기자 bon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