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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우리 가족에게 아무 도움도 안되는 사람 같아요.


BY 우울맘 2008-04-23

저는 서울에서 중위권 정도의 대학을 나왔지만 사회생활을 짧게 하다 결혼을 했어요.그게 저의 가장 큰 컴플렉스 입니다.

거의 알바식으로 이 일 저 일 했어요.사실은 전공과는 무관한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그 일을 준비하는 동안 집에 손 벌리기도 그렇고해서요.

그런데,그 준비하는 중에 저희 남편 만나서 그 당시 너무 맘적으로 힘들고 그래서 그냥 결혼을 해버렸습니다.그러니 결론적으로 아무것도 이루어진 것이 없고 전업주부라는 타이틀을 갖게 되었습니다.

지금 초등학교 다니는 큰 애가 있고 유치원 다니는 작은 애가 있어요.

물론 제가 아직까지 공부는 봐줄 수 있습니다.하지만 학교 다닐 때 영어를 잘 한 편이었는데도 불구하고(회화는 보통 독해는 잘 했습니다) 대학 졸업 이후(대학 졸업한지 15년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영어를 접하는 일이 없다보니 지금은 쉬운 단어나 알까 좀 수준있는 단어는 가물가물 합니다.그래서 영어도 크게 도움을 줄 수 있는것도 아니고...

제가 학교 다닐 때 피아노를 전공하려고 고1까지 렛슨을 받았습니다.그런데 그건 제 뜻이라기보다는 엄마의 뜻이었구요(피아노 손 놓은지 20년 이상 되니 이제는 쉬운거라도 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그래서 그만두고 그때 공부 시작해서 그나마 서울 중위권 대학 어문계열학과에 들어갔구요.차라리 전공이 영어나 일어,요즘 잘나가는 중국어였다면 아이한테나 도움이나 되었을텐데 그것도 아니니 ㅉㅉ...하는 생각이 요즘 듭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합창부,걸스카웃,방송반 등등을 했었고 대학때도 성당에서 성가대를 했었는데 저나 제 가족에 별로 도움되는 일도 없구요.

차라리 대학 다닐 때 정말 최후로 할거 없으면 한다는 학습지 교사라도 했었으면 아이한테 두고두고 도움이 될텐데...그런 생각도 듭니다.

작은 애 유치원에서 어린이날 즈음해서 엄마들이 공연을 하려고 준비를 하고 있어요.연극을 한다고 합니다.연극했던 엄마,방송국 있었던 엄마,무대장치 관련 일을 했던 엄마,미술 전공한 엄마...다들 자기의 이력이 도움들이 되네요.

저는 방송반을 했지만 결혼 이후에 턱관절을 다쳐서 지금은 발음이 그리 정확하지 않아요(표시가 팍 날 정도는 아니지만).무대를 꾸미고 소품을 담당하는 이런 것에는 영 재주가 없기에 배역을 맡게 되었는데,이게 또 멘트 읽으며 음악방송 하던거랑은(그것도 벌써 20년이 지났으니) 또 다르더라구요.

다른 엄마들은 예전 실력 보여주듯 신나서 하는데,저는 도움 될 것도 없고 발휘할 실력도 없네요.애들한테 도움되지 않는거 같아 미안하기도 하고 기분이 우울하네요.

더구나 전업주부로 있으니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그렇다고 재태크에 능해 재산을 확 불리는 것도 아니고...이래저래 무능한 제가 미워지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