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인간 상태의 환자에게 자연스럽게 죽을 권리를 달라는 가처분 신청이 국내 최초로 법원에 접수됐다.
서울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다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김 모(75.여.서울 서초구 양재동) 씨와 그의 자녀 4명은 세브란스병원을 상대로 생명을 연장하는 무의미한 의료행위를 중지하라는 가처분 신청을 9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냈다.
김 씨의 자녀들은 법원에 낸 ‘무의미한 연명행위 중지 가처분 신청’이란 신청서에서 병원 측은 △인공호흡기 적용, 약물 투여 및 영양 수분 공급 등 일체의 연명치료를 해서는 안 되고 △환자 김 씨가 심장이 정지하는 경우에도 응급심폐 소생술을 시행해서는 안 되며 △자녀들의 연명치료 중단 요구를 거절하거나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동네 개인의원에서 2월 16일 폐렴의심 진단을 받고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기관지내시경 검사를 받던 중 조직 내 혈관에서 출혈이 있어 2월 18일부터 의식이 없는 상태로 뇌사판정을 기다리고 있다.
김 씨의 자녀들에 따르면 뇌 CT검사 결과, 김 씨는 현재 뇌손상, 뇌부종 악화, 동공반사 사라짐 등의 증상과 함께 기계호흡 없이 스스로 호흡할 수 없는 상태다.
김 씨 측 소송대리인인 신현호 변호사는 “회복 불가능한 죽음에 상태에 접어든 김 씨에겐 자연스럽게 죽을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그의 자녀와 사위 며느리 손자들도 김 씨의 존엄한 즉음을 맞이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족대표 큰딸 이 모 씨는 “어머니께서 교통사고를 당해 팔에 흉터가 있는데 그조차도 남들에게 보이기 싫어하셔서 여름에도 긴팔을 입고 다니시는 분이었다”며 “어머니가 뇌사나 다름없는 상태로 장기입원하고 계셔 얼굴이 점점 흉측하게 변하면서 그 모습을 본 손자, 손녀들은 할머니가 평소에 보여주셨던 반듯하고 깔끔한 이미지가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3년 전 아버지께서 장기간 입원해 있던 중 병원에서 기관을 절개해 치료를 하자고 했을 때 어머니께서는 곱게 죽을 수 있어야 한다며 반대하셨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의 가족들은 산소 호흡기에 의존한 상태로 죽어가는 과정을 연장하는 것은 김 씨의 평소 생각에 반하는 것이라며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내기로 결심했다.
신 변호사에 따르면 세브란스병원은 김 씨의 치료를 계속 진행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가처분 신청에 대해서 현재 병원측 입장은 정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출처 :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