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아고라 스포츠토론방(해외축구)이 시끄럽습니다.
서로 육두문자를 주고받으며 열띤 토론내지는 싸움을 하고 있는데,
주제는 역시 박지성입니다.
토론이라기보다 싸움이라는 편이 더 어울리죠.
박지성을 찬양하는 쪽과 박지성을 비하하는 쪽의 살벌한 대결.
물론 중간자적 입장을 취하는 네티즌들도 꽤 많죠.
흥미진진한 글도 꽤 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끼어들어 한 마디 하고싶어도 남사스러운 것 같아 꾹 참았습니다만,
이제는 입이 근질근질해서~~
더 못참겠네요~!
그렇다고 아고라 해축토게시판에 제 글을 올리기는 좀 그렇죠.
연령차이도 좀 있고, 전문가들의 토론도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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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은 참 특이한 축구선수입니다.
분명 잘 하는데 뭘 잘하는지 콕 찝어서 말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조중동을 위시한 스포츠찌라시들의 표현을 빌리자만 결국 체력만땅이라는 건데....
그건 아니거든요.
한 때 이영무라는 선수가 있었죠.
체력만땅만으로 경기를 하는 대표적인 선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열심히 뛰어다니기만 하던 이영무(대표선수급에서 그렇다는 것이니 오해하지 않기 바람).
모르긴 해도 박지성보다 나을 겁니다.(-각설-)
아마추어나 찌라시 기자들이 TV를 통해 박지성의 플레이를 본다면,
먼저 체력이 보이겠지만,
잘 들여다보면 전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체력은 만땅이며 또 무작정 뛰는 것 같아보입니다만,
바르셀로나와의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저 역시 그렇지 않다면서도 알게모르게 찌라시들에게 쇠뇌당했던 터라,
그런 눈으로 경기를 지켜보았습니다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잘 들여다보니 박지성 그의 관심은 뛰어다니는 게 아니었으니까요.
초점은 경기흐름이었습니다.
녹화필림을 보고 또 보고, 그의 움직임에만 주시하면,
답이 있습니다.
화면으로는 볼 수 없지만,
중요한 장면이 연출될 때마다 박지성 그는 어김없이 현장에 있습니다.
최종수비는 물론 미들필드와 최전방에 이르기까지.
구석구석 곳곳에 나타나는 박지성.
체력만 만땅, 기술 최하, 볼터치 엉망, 개인기 안습.
득점력빈곤, 패싱력 평균이하 등.
소위 박까들이 입을 맞추기라도 하는 듯 한결같이 지적하는 문제입니다만,
한 마디로 아마추어적 발상이라고 할 수 있죠.
경기 종료 후.
맨유의 수비수 리오 퍼디낸드는
흘러내리는 땀을 닦는 한편, 거친 숨을 할딱거리면서,
오늘 경기에서의 승리소감을 묻는 영국의 방송기자를 향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박지성 그가 어떻게 이런 경기를 운영할 수 있었는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퍼디낸드의 놀라움은 분명 박지성이었습니다.
결승골의 주인공 스콜스도 아니었으며.
스타 호날두도 아니었죠.
최후방에서 경기전체를 지휘하며 경기를 끝낸 퍼디낸드가 왜 박지성을 손꼽았을까요?
그 날 바르셀로나에게 호날두의 개인기는 전혀 통하지 않았습니다.
잠브로타는 철저히 그를 마크했죠.
바르셀로나를 위협한 건 바로 박지성이었습니다.
박지성은 비록 문전을 위협하는 크로스 두 개와 결정적인 슈팅 한 번에 불과했지만,
그의 움직임은 내내 바르셀로나를 위협했죠.
잘 알려진 그의 가로채기능력,
계속 요소요소의 공간을 선점하고 있는 박지성.
끊임없이 기회를 엿보면서 가끔 올려대는 크로스와 문전에서의 페인팅
바르셀로나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호날두가 봉쇄되었다고 하지만,
언제 터져나올지 알 수 없는 박지성의 가로채기.
세계 최고의 윙백 중 하나라는 잠브로타도 박지성은 뚫지 못했습니다.
바르셀로나는 공격에 나서면서도 수비에 신경쓸 수밖에 없었죠.
세계축구의 심장이라는 영국.
그 영국축구의 심장 중 하나라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입니다.
축구선수들에게는 꿈의 무대인 챔피언스리그.
바르셀로나 또한 세계축구의 본산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날 경기에서만큼은 힘을 쓸 수 없었습니다.
마라도나의 재림이라는 리오넬 메시도 아스날의 아이콘이었다는 앙리도.
결국 박지성 앞에 무릎을 꿇은 셈이었으니......
퍼디낸드가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어째 이상하다고요?
혹 정신을 잃은 박빠의 넋두리가 아니냐고요?
헐~!
히딩크와 퍼거슨이 누굽니까~!
그들의 선택입니다.
2002 월드컵 이후 아인트호벤으로 이적한 뒤 계속 삽질을 하고 있던 박지성.
그런 박지성을 끝까지 기다리며 경기에 출전시키던 히딩크.
아인트호벤의 핵심전력이 되었을 때.
너처럼 훌륭한 축구선수를 본 적이 없다면서 맨유로 호출하던 퍼거슨의 눈.
270일간의 부상.
경기감각을 잃은 박지성을 다시 출전시키는 퍼거슨의 판단.
그런 것들이 모두 엉터리입니까?
천하의 맨유가 티셔츠 팔아먹으려고 챔피언스리그 4경기를 풀타임출전시킵니까?
아인트호벤에서 삽질하던 시절의 박지성.
그를 왜 데리고 있느냐는 네델란드기자의 질문에 히딩크는 이렇게 답했다더군요.
티비만 보지 말고 경기장에 와서 직접 봐라~!
경기장에서 본 뒤에 말하라~!
제 답도 비슷합니다.
제발 박지성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잘 보십시오.
그리고 그 동선에 주목하십시오.
박지성이 어떻게 해서 그 위치에 서 있는지 잘 생각해 보십시오.
그렇게 하시다보면,
어느 날 님께서도 저와 비슷한 박빠가 되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