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스승의 날이라 선물을 준비했어요.비싼 선물은 아니고 제가 직접 만든 비누를 선물하려구요.
아이들한테 선생님께 편지를 쓰라고 하고 저도 선생님께 편지를 썼습니다.
저희 큰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인데,1,2학년때 선생님한테 자주 혼났어요.두분다 50대 초반의 여자 선생님이셨는데,같은 지적을 하시고 걱정하셨습니다.1학년 담임 선생님은 제가 급식하러 갔을 때 저 보는 앞에서도 저희 아이에게 큰 소리로 호통을 치실 정도였어요.물론 저도 선생님이 지적하시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아는 부분이고요.
하지만 선생님께서 너무 대놓고 말씀하시니까(아이의 좋은 점도 있는데 너무 단점만 말씀하시니까) 아는거라도 별로 듣기 좋지 않더라구요.선생님께 많이 혼나게 되니 많은 부분 개선이 되긴 했습니다.하지만 아이가 자신감을 잃고 좀 의기소침해지니 한편으론 걱정도 되었구요(너무 부정적인 피드백만 받게되서 자존감이 없어지는건 아닌지 해서요).
그러다 3학년에 올라왔습니다.아직 결혼 안 하신 젊은 여자 선생님이 담임이세요.1,2학년때는 선생님도 어렵고 단점만 말씀해주시고 그러니까 별로였는데 이 선생님은 학부모들한테도 예를 갖추고 아이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말씀해주시더라구요.아이도 전보다는 활발해진거 같고 저는 좋고 맘이 놓이더라구요.
그런데,한 1달 전쯤인가 아이가 1학년 담임 선생님을 뵙고 싶다 하네요.그 선생님께서는 전근 가셨거든요.그런데 어느 학교인지 몰라 연락할 길도 없고 해서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겼어요.그 뒤 애가 1학년 선생님 얘기는 안 꺼냈구요.
그러다 오늘 현재 담임 선생님 드리려고 선물 포장을 하는데 아이가 그러네요,000 선생님(2학년때 담임 선생님) 드릴건 없냐구요.미처 준비 못했다고 하니까,난 엄마가 000선생님 것도 준비할 줄 알았는데 하며 아이가 실망한 눈치더라구요.섭섭하니? 하니까 그렇다고 하네요.
전 미처 생각을 못했어요.그래서 편지를 쓰라고 했죠.지금 담임 선생님과 2학년때 담임 선생님 두분께.
그랬더니 지금 담임 선생님께 쓴 편지는 그야말로 형식적이고 글도 몇줄 안되는데,2학년때 담임 선생님께 쓴 글은 정말 제가 읽어봐도 마음에 있는 말을 썼네요.게다가 카네이션까지 색종이로 예쁘게 접어서 편지 봉투에 넣고요.
현재 담임 선생님께 쓴 편지와 2학년 선생님께 쓴 편지가 너무 비교된다 했더니,2학년 선생님하고는 정이 많이 들어서 그렇다네요.현재 담임 선생님은? 하니까 아직 한학기도 안 지나서 아직은...그러네요.그러고보니 언젠가 아이가 현재 담임 선생님은 아이들을 별로 안 예뻐하는거 같아,하는 말이 생각나네요(혹시 혼나서 그런가 싶었는데 그런건 아니라고 합니다.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관심이 별로 없다는 말이네요).
물론 한학기도 안 지난 상태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많이 다르네요.
2학년때 선생님께서 아이의 단점을 지적해주시고 아이를 혼낸 적도 많지만,아이에 대해 세세한 것까지 파악도 잘 하시고 애정어린 걱정도 많이 해주셨구요.
현재의 담임 선생님은 아이에 대해서 긍정적인 말씀은 해주시지만,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냥 뭉뚱그려 말씀하셨지 세세한 말씀은 없으셨던거 같아요.하나하나 걸고 넘어지지 않으셔서 아이는 피곤하지 않겠지만 예전 선생님 같은 관심은 없는거 같아요.
뭐랄까,아이는 자기를 자유롭게 풀어두고 웬만한 잘못은 크게 탓하지 않는 현재의 담임 선생님보다 엄마처럼 혼낼 때는 따끔하더라도 자기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선생님을 더 좋아하는거 같아요.그게 애정이 묻어 있는 꾸중이란걸 아이도 느끼고 있는 것 같구요.
아이가 자기한테 관심을 두는 선생님을 알고 더 친근함을 느끼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