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장래희망은 야구선수입니다.
아이는 주구장창 야구만 하고 야구만 봅니다. 엄마는 그런 아이가 정말 보기 싫습니다.
야구와의 악연은 25년전으로 거슬러올라갑니다.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그땐 국민학교였지요. 저는 가요톱텐을 봐야 했고, 용필이 오빠의 노래가 듣고 싶었습니다. 작은 오빠는 OB전을 봐야했고, 박철순을 응원하고 싶어했습니다. 문제의 해결은 할아버지의 손에 달려있었는데, 언제나 할아버지는 야구를 택하셨습니다.
결혼을 하고 야구를 좋아하는 남편. 진작에 야구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결혼했지만, 그래도 참아주기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일년의 반은 바깥잠을 자고, 외박이 되는 주말은 시댁에 가고 하루 노는 일요일엔 야구를 하러 가고 이른 저녁을 먹고 부대에 가고 군생활 당시 우리 가족이 모여 하루를 보낸 날이 몇번이나 될까요.
이유는 있습나다. 남편도 스트레스를 풀 구멍이 있어야한다는 것이었지요. 그래야 또 살아진다고. 부른 배를 하고 큰아이를 따라 하루종일 놀이터를 배회하다보면 동네 아줌마들의 동정어린 시선. 남편은 뭐하고....
그런데 그 웬수같던 야구를 이젠 아들이.... 공을 던져달라 징징. 같이 할 친구가 없다 징징. 아침에 일어나면 어제의 하이라이트를 챙겨보고 저녁이면 생중계를 챙겨보고 남편은 캐치볼, 아들은 방망이 휘두르며.... 정말이지 야구가 지긋지긋합나다.
며칠전엔 방망이를 새로 구입하고 늘씬하게 잘 빠졌다며 끌어안고 삽니다. 애칭 방순이. 욕심이 고개를 드나 봅니다. 야구를 하고 싶다나. 애 셋데리고 일요일마다 어떻게 버티라고. 자꾸 연막을 치는 것이 늦어도 내년엔 기어코 야구단에 압단을 할 것 같습니다. 한번도 저본적이 없는 남편과 한번도 안 넘어가 본적이 없는 저입니다. 치밀하고도 조용하게 장기적으로 자신이 목적하는 바는 꼭 하고 마는 그 집요함이 지겹..... 큰소리만 나고 실속이 없는 저는 바보가 아닌가 합니다. 백전백패를 할 때마다 (그것도 뒤늦게나 깨닫는 미련함) 배신감마저 든다면 엄살일런지. 여름을 참 좋아하는데 야구시즌은 빨리 끝났으면 좋겠네요.
오늘도 아들은 잠실구장 타령을 하다 잠이 들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