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에 '실명' 고백…"운하는 재앙! 아들, 딸에게 부끄러웠다" [프레시안 강양구/기자]
국토해양부 산하 기관 연구원이 실명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언급한 '4대강 정비 계획'은 "
한반도 대운하"라고 폭로해 큰 파장이 예상된다. 이 연구원은 "(이런 폭로로) 많은 불이익 최악의 경우 실업자가 되겠지만, 국토의 대재앙을 막기 위해서 용기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거짓말을 폭로했다.
정부 연구원 고백 "'4대강 정비 계획'은 한반도 대운하" 국토해양부 산하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첨단환경연구실에 근무하는
김이태 박사(환경수공학·46)는 23일 포털사이트 '다음'의 게시판에 올린 '대운하 참여하는 연구원입니다'라는 글에서 "한반도 물길 잇기 및 4대강 정비 계획의 실체는 운하 계획"이라며 "나는 이 과제를 수행하면서 이른바 '보안 각서'라는 걸 써서 서약했다"고 고백했다(☞).
김이태 박사는 23일 <프레시안>과의 전화 통화에서 "다음 게시판에 쓴 글은 내가 쓴 글이 맞고, 그 글에 나온 내용은 모두 다 사실"이라고 밝혔다. 김 박사는 "저는 지금 낚시를 하러 가는 중"이라며 "더 자세한 인터뷰는 거절하겠다"고 담담하게 덧붙였다.
김 박사의 이런 고백은 학자로서의 고뇌 때문이었다. 김이태 박사는 글에서 "제대로 된 전문가라면 운하 건설로 인한 대재앙은 상식적으로 예상할 수 있다"며 "매일
국토해양부로부터 (운하 사업) 반대 논리에 대한 정답을 내놓으라고 요구를 받지만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반대 논리를 뒤집을 대안이 없다"고 설명했다.
김이태 박사는 이어서 "
이명박 정부는 영혼 없는 과학자가 되라고 몰아치는 것 같다"며 "(반대 논리를 뒤집을) 답변을 주지 못하니 '능력 부족', '성의 없음'이라고 질책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 박사는 "잘못된 국가 정책에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게 바로 (정부에 소속된) 전문가 집단의 역할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이태 박사는 또 "군사 작전도 아닌 한반도 물길 잇기가 왜 특급 비밀이 되어야 하느냐"며 "정정당당하다면 몰래
과천의
한국수자원공사 사무실에서 비밀 집단을 꾸릴 게 아니라, 국토해양부에 정식 조직을 둬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야 할 것"이라고 이명박 정부의 밀실 추진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이태 박사는 마지막으로 "이 글 때문에 불이익이 크겠지만 내 자식 보기 부끄러운 아빠가 되지 않기 위해서 한 마디를 한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한창 입시 준비 중인 고3의 딸과 고1의 아들만 아빠를 믿어준다면 어떤 불이익도 감수할 각오가 돼 있다"며 "(이런 내용을) 기회가 되면 촛불 집회에 나가서도 말하겠다"고 덧붙였다.
누리꾼 "국민이 지켜드리겠습니다" 이 글이 오르자마자 누리꾼 수백 명은 댓글로 김이태 박사를 응원했다. 한 누리꾼(바람돌이)은 "눈물이 난다"며 "고백해 주셔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감사한다"고 김 박사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자제분들이 정말로 아버지를 자랑스러워할 거"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누리꾼(5월24일숭례문1시)도 "정말 이런 분들이 계시니 그나마 우리나라가 다 썩지 않았다는 안도감이 생긴다"며 "희망을 보았다"고 공감을 표시했다. 한 누리꾼(voradori)은 "국민이 지켜주겠다"며 "혹시 문책 파면당하면 아예 기자 회견을 해서 진실을 밝혀 달라"고 당부했다.
다음은 김이태 박사가 남긴 글 전문.
저는 국책연구원에서 환경을 연구하는 사람입니다.(실명은 김이태, 첨단환경연구실에 근무합니다.) 본의 아니게 국토해양부의 연구 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사이비 과학자입니다. 저는 매우 소심하고, 마음이 약한 사람입니다.
한반도 물 길잇기 및 4대강 정비 계획의 실체는 운하 계획입니다. 저는 본 과제를 수행하는 데에 있어서 소위 '보안 각서'라는 것을 써서 서약 했습니다. 제가 이 예기를 올리는 자체로서 보안 각서 위반이기 때문에 많은 불이익과 법적 조치, 국가 연구 개발 사업 자격이 박탈될 것입니다.
하지만 소심한 저도 도저히 용기를 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모둔 불이익을 감수할 준비를 하고요. 최악의 경우 실업자가 되겠지요. 그 이유의 첫째는 국토의 대재앙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제대로 된 전문가 분들이라면 운하 건설로 인한 대재앙은 상식적으로 명확하게 예측되는 상황이라 생각 합니다.
저는 요즘 국토해양부 TF 팀으로부터 매일 매일 반대 논리에 대한 정답을 내놓으라고 요구를 받습니다.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반대 논리를 뒤집을 대안이 없습니다. 수많은 전문가가 10년을 연구 했다는 실체는 하나도 없습니다.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고 답변을 주지 못하다 보니 '능력 부족', '성의 없음'이라고 질책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도대체 이명박 정부는 영혼 없는 과학자가 되라 몰아치는 것 같습니다. 정부출연연구소 구조 조정 및 기관장 사퇴도 그렇습니다. 정정당당하다면 몰래 과천의 수자원공사 수도권사무실에서 비밀집단을 꾸밀게 아니라, 당당히 국토해양부에 정식적인 조직을 두어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마음자세로 검토하여야 되는 것 아닙니까?
왜, 오가는 메일 및 자료가 보완을 요구할 필요가 있습니까? 국가 군사작전도 아닌 한반도 물길 잇기가 왜 특급 비밀이 되어야 합니까? 제가 소속된 조직은 살아남기 위해서 정부에 적극적 협조해야 한다는 것은 인정 합니다. 그러나 잘못된 국가 정책은 국책연구원 같은 전문가 집단이 올바른 방향을 근원적으로 제시하여야 하는 게 연구기관의 진정한 존립이유 아닙니까? 이명박 정부가 경제성장률을 6%로 설정하라 해서 KDI에서 그걸 그대로 반영하여야 제대로 가는 대한민국입니까? 이명박 정부에 참으로 실망스러워서 이 같은 글을 올립니다.
기회가 되면 촛불 집회에 나가 한마디 하고 싶습니다. 이 글 때문에 저에게 불이익이 클 것이지만 내 자식 보기 부끄러운 아빠가 되지 않기 위해서 한마디 합니다.
...
추신 숨어있지 않겠습니다. 떳떳하게 나아가겠습니다. 제가 국가보안법을 위반하였다면 아이피 추적하지 마시고 아래 주소에서 찾으세요.
http://www.kict.re.kr/division/advanced_environment/people.asp
그리고 불이익 감수하겠습니다. 한참 입시준비중인 고3의 딸고 고1의 아들만 아빠를 믿어주면 됩니다.강양구/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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