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 강행하면 촛불은 횃불로 변할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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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1만여 촛불 "고시 철회, 연행자 석방"…정부, 29일 장관 고시 강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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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차 촛불문화제가 진행된 서울 청계광장. 이곳에 모인 1만 여 시민들은 하루 앞으로 다가온 장관 고시 철회를 주장하는 동시, 연행자 석방 촉구와 경찰의 무력 진압을 강하게 성토했다. © 대자보 |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막아낼 수 있는 사실상의 '마지막' 날이었다. '광우병' 장관 고시를 앞두고 열린 결의의 촛불문화제였다. 이때문이었을까. 시민들의 눈에선 단호함 마저 읽혔다. 단상에 오른 여대생의 눈물에서 '미친소'를 반대하는 시민들의 외침이 묻어났다. 그럴만도 했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28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광우병 쇠고기 반대' 21차 촛불문화제는 '초읽기'에 돌입한 장관 고시를 불과 24시간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됐다. 1만여 시민들(주최측 추산)은 강한 의지를 표명하며 고시 철회를 외치고 있었다. 농림부 공무원의 두번째 '양심고백'…"잘못된 것은 잘못됐다 말할 것" 자신 스스로도 광우병 위험과 정부의 졸속협상을 참지 못했던 것일까. '양심선언'을 하지 않으면 잠을 이룰수 없었던 것일까. 세미 정장 차림의 한 남성이 단상위에 올라 자신을 농림수산식품부 공무원이자 전국민주공무원노조 홍성호 수석위원장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오늘 농림부 내부 통신망에 올라온 글"이라며 한 공무원의 짧은 글을 시민들에게 소개했다. 이는 지난 26일 이진 전공노 농식품부 지부장이 내부 홈페이지에 '이번 협상은 졸속적이고 굴욕적인 협상'이라며 재협상을 촉구한데 이은 두번째 '양심고백'이었던 것이다. "대다수 국민들이 반대하는 고시를 강행하면 안됩니다. 고시와 입법예고를 하고 안하고는 장관님에게 부여된 권한입니다. 하지만 장관님이 고시를 중단 하므로써, 신뢰를 잃는 농림부가 되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장관 고시를 중단하면 당장 우리가 힘들지도 모르나, 후배들은 존경받는 공무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홍 씨는 "두 아이의 가장으로서 (현장에 나오는 것을) 많이 고민했으나, 학생들까지 촛불을 매일 밝히고, 많은 사람들이 연행되는 모습을 보고 더이상 침묵하는 것은 역사의 죄를 짓는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말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촛불문화제는 특히 장관 고시가 29일로 예정돼 있어, 어느때보다 시민들의 함성은 결의에 찬 모습이었다. © 대자보
 ▲시민들은 붉은색 유인물 뒷 면의 흰 바탕을 내보이며 미국산 쇠고기 전면 백지화를 촉구했다. © 대자보
경북 상주에서 농사를 짓다 27일 상경했다고 밝힌 최원호 씨 또한 "내일(29일) 장관 고시가 강행되면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는 곧바로 풀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의 뜻을 전했다. 최 씨는 특히 이명박 정부가 추진중인 일련의 정책들에 대해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광우병은 자손 대대로 재앙을 초래하는 가장 무서운 병입니다. 광우병을 막아내지 못하면 FTA를 막을 수 없고, 이는 곧 공기업 민영화와 경부운하 추진 까지 초래하게 됩니다. 촛불을 들고 모이신 여러분들이 끝까지 사수해야 합니다. 우리의 이웃과 가정을 지켜냅시다" 연세대학교 '새내기' 김창민 학생이 화답했다. 그는 "중국에 있는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엔 어떤 큰 문제를 갖고 올지 무섭다"며 "울분을 터뜨리는 농민들께 대학생들이 같이 하지 못한 점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더 큰 함성을 내서 반드시 고시를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어린 학생들을 지켜주신 어른들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이날 촛불문화제는 29일 강행될 장관 고시 이외에도 경찰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 역시 강하게 울려퍼졌다. 앞서 경찰은 27일 부터 28일 새벽까지 이어진 20차 촛불문화제에서 가두시위 참가자 중 총 113명을 연행했다. 이제껏 가장 많은 인원이 호송차에 올라탄 것. 이에 대해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이 마이크를 잡고 어청수 경찰청장과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오 사무국장은 역으로 불법을 자행하고 있는 사람들은 경찰이라며 연행자 전원 석방과 책임자 처벌 등을 강하게 촉구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르면, 시민의 인권을 보호하지 않고 직권을 남용할 경우, 즉 시민들이 집에 가는 것을 체포하거나 학생들을 학교에 가지 못하게 하는 것은 징역 1년 이하의 처벌을 받게 됩니다. 이것은 명백한 현행법 체포 대상인 것입니다"
 ▲시민들은 장관 고시 철회를 촉구하는 동시, 총 210여명이 넘고 있는 연행자들에 대한 석방을 강하게 요구했다. ©대자보
오 사무국장은 이와 관련, "시민들은 힘이 없고 방패가 없어서 경찰을 체포하지 못한다"며 "어청수 머리 속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법질서를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불법으로 시민들을 체포하는 일 부터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민대책회의에 따르면, 이미 석방된 2명의 여중고생을 제외한 111명은 28일 저녁 11시 현재 서울 서부서와 강남서, 관악서, 종암서 등 총 9개 서에 분산 수감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지난 주말 이후 나흘 간 총 210여명 이상이 경찰에 연행된 셈인데, 특히 113명의 대규모 연행사태가 벌어진 날이 검찰과 경찰의 '공안대책회의'가 있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정부가 가두시위에 한해서는 '엄단 조치'를 내려놓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공안당국의 이같은 '탄압'에 분노했던 것일까. 자신을 숙명여대 기악과 재학중이라고 밝힌 이선영 학생(25)이 "너무 슬프고 속상해서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섬기고 싶지 않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학생은 눈물을 보이며 떨리는 목소리로 발언을 이어갔다. "이명박 대통령은 '내가 만든 청계천에서 촛불을 든 학생들을 보고 가슴아프다'고 했지만, 당신이 그렇게 좋아하는 '섬김'은 어디로 갔습니까. 중국 가있는 명박아 제발 그러지 마라, 엄마가 지켜보고 있다. 언론도 '거짓부렁'좀 그만하세요. 국민은 다 알고 있습니다" 벌써 열 네번째 참석해 '촛불소녀'라는 애칭이 붙은 안양예고 2학년 한채민 양도 "국민들 마음에 눈물의 비가 내리고 있다"며 "함께 노래했던 언니, 오빠, 어른들이 연행됐다. 저희들을 지켜주기 위해 희생하는 어른들께 진심어린 사랑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호소했다. "누가 이 분들을 거리로 내몬 것인지, 누가 이 분들을 방패로 때렸는지, 누가 우리를 불법으로 간주하는지 저희들은 모두 알고 있습니다. 경찰서에 있는 시민들께 촛불의 마음으로 약속드립니다. 사랑하는 사람들 곁으로 돌아갈때 까지 함께 할 것입니다" "정작 불법 일삼는 사람들은 다름아닌 조중동 기자들" 조중동. 빠질 수 없었다. 앞서 '국민대책회의'는 이날 정오와 오후 6시 각각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앞에서 왜곡보도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 "촛불문화제와 거리 시위에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한번이라도 들어봤다면 지금과 같은 보도행태를 보일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단상에 오른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유진 사무처장은 "조중동은 미국과 한나라당, 대한민국의 1% 만을 위해 왜곡, 부풀리기, 축소 보도를 일삼아 왔다"며 "여러분들의 힘을 모아 조중동의 이러한 행태를 중단시켜야 한다"고 '안티 조중동'과 관련한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국민대책회의는 촛불문화제에 앞서 이날 오후 6시 동아일보 앞에서 왜곡보도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대자보
 ▲국민대책회의와 시민들은 동아일보 신문게시판에 안티 조중동을 의미하는 스티커를 붙이기도 했다. ©대자보 부산에서 상경한 이윤근 씨 또한 "자꾸만 불법집회를 운운하는데, 진정한 불법은 오사카에간 누군가가 한국인인 척 하는 것"이라며 "이를 묵인하는 정부와 불법을 동조하는 조중동이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거짓들에 대항해 싸워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 7시 25분 부터 시작된 21차 촛불문화제는 1만 여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저녁 9시 40분 께 공식 종료됐다. 하지만 이중 본 행사를 마친 3천여명의 시민들은 청계광장을 나와 거리행진을 시도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 80여 중대 7천여 명을 인근에 배치해 시민들의 가두행진을 원천 봉쇄했다. 이과정에서 크고 작은 몸싸움이 벌어졌고, 28일 자정 현재 시민들은 청계천 밑을 통과해 동대문 까지 이동했다. 향후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이날 21차 집중 촛불문화제에 이어, 31일 '국민무시 이명박 정부 규탄 범국민대행진 및 집중 촛불문화제'를 같은 장소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하지만 29일, 예정대로 장관 고시가 강행될 경우 국민대책회의는 이날 청계광장이 아닌 서울시청 광장에서 집중 투쟁 범국민 촛불집회를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