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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지처클럽을 비판하며


BY 도루묵 2008-08-06

드라마를 배우고자 하는 입장에서 드라마를 써서 이미 유명세를 얻게 된 분에 대해서 비판을 하는 것이 건방진 것이고 주제 넘는 행동일 수도 있을 것이겠으나, 그 비판이 건전한 것이며 모두가 수용할 수 있을만한 수준의 것이라면, 그것은 나에게 드라마에 대한 인생관을 재정립해 볼 수 있는 매우 좋은 사색의 행위가 될 것이고, 또한 나의 주장을 들어주는 이들에게도 한 번쯤은 아름다운 고민을 해볼 기회를 주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란 믿음으로 이렇게 감히 이곳에 졸필을 남깁니다.

제가 오늘 비판하고자 하는 이는 ‘조강지처클럽’으로 한참 상한가를 올리고 있는 문영남 작가님입니다.

저는, 비판에 앞서서 그분의 미세한 캐치능력에 대해서만큼은 진심으로 고개를 숙이며 존경을 표합니다. 그분이 극에서 주로 다루는 우리들의 일상적인 삶은 어떤 의미에서 지극히 일상적인 것이기에 다소 진부하고 탄력이 없는 이야깃거리가 될 소지가 다분하지만, 그것이 작가 문영남의 펜을 거치면서부터는 흥미진진해지고, 때로는 분노하고 또 때로는 슬퍼집니다. 저는 문 작가님의 그러한 능력 하나만으로도 그분에게 존경을 표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드라마의 전부를 말하기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제게 드라마를 처음으로 가르쳐주신 박찬성 선생님께서 항상 저와 제 동기들에게 주문하시고 주입시켜 주시던 것이 있습니다.

첫째! 이끌어가는 이야기가 주제에서 벗어나지 말 것.
둘째! 극을 그냥 에피소드들의 나열에서 끝내지 말고, 그 하나하나의 에피소드들을 견고하게 응집하여 하나의 일관된 주제를 갖춘 스토리로 승화시킬 것.
셋째! 집필하는 동안 극의 리얼리티(논리적인 면)와 극의 재미(강성적인 면)의 비율이 어느 하나에 치우치게 하지 않도록 평정심을 유지할 것.

대략, 이와 같습니다. 이러한 면에서 요즘 문영남 작가님의 ‘조강지처클럽’을 생각해보자면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제가, 조강지처클럽을 매회 꼬박꼬박 챙겨서 보는 것이 아니라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솔직히 이 작품의 주제가 무엇인지 저는 정말 잘 모르겠습니다. 가족의 중요성을 말하는 듯싶다가도 한원수나 이기적의 행동들을 보자면 꼭 그렇지도 않은 듯싶고, 억압당하는 한국 여성들의 비애를 다루는 듯 하다가도 오현경의 직장에서 오현경을 시기하는 같은 여성의 괴롭힘을 보자면 꼭 그것도 아닌 듯 합니다.

주제가 없습니다. 그냥 매회 특이한 캐릭터가 그냥 특이한 이야기를 만들어갈 뿐입니다. 다시 말하면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이 드라마를 이끌어가고 있는 것인지를 저는 도무지 모르겠다는 말입니다. 얼핏 보면, 이 드라마는 ‘하이킥’과 같은 시트콤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도 듭니다.

불륜과 같은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었기 때문에 이 작품이 잘못됐다는 말이 아닙니다. 불륜... 많이들 다루고 있긴 하지만, 저는 그것을 드라마에서 충분히 다룰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극적인 긴장감의 유지를 위하여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는 것 역시도 저는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조강지처클럽의 불륜과 자극적인 소재는 그 도를 넘어서고 있는 듯합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지금 현재 KBS에서 방영중인 ‘엄마가 뿔났다’라는 작품에도 어김없이 불륜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그 작품을 보게 되면, 최소한 황당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수준에서 극이 연출되기에 더욱 호소력이 짙어집니다.

즉, ‘엄마가 뿔났다’의 신은경과 류진 부부의 주위를 맴도는 류진의 전부인과 얽힌 이야기는 개연성도 충분하고 또한 그럴 만 하다라는 심정적인 이해를 해줄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렇기에 ‘엄마가 뿔났다’의 불륜 이야기는 사실적인 묘사로 인해서 극적인 재미를 더욱 유발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반면, ‘조강지처클럽’은 그 드라마에 등장하는 어느 집안도 도무지 정상적인 집안이 없습니다. 다들 이혼녀, 이혼남, 또 이혼을 준비하는 여자, 그리고 그 이혼을 준비하는 여자 곁에서 애태우는 남자.... 하여튼 그냥 말 그대로 드라마에 등장하는 집안이 모두 하나같이 콩가루 집안 뿐입니다. 벌써, 이것부터가 저는 사실로 느껴지질 않습니다.

즉,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 같지가 않다는 말입니다. 이 드라마에서 사용되는 자극적인 요소는 대책 없이 자극을 위한 자극이요, 또한 이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주된 원동력인 불륜은 그저 말 그대로 억지로 보여주기 위해 불륜을 양산할 뿐입니다. 우리 어머니가 그 시간 때에 그 드라마를 보시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저도 그 드라마를 보기는 하지만, 저에게는 그 화면을 보는 것 자체가 곤욕이고 짜증 그 자체입니다.

청률 때문에 그렇게 연출된 부분도 없지 않아 있을 테지요. 그러나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설렁탕집에서 지극정성으로 하루 밤을 새우며 고아낸 고깃국도 잘 팔리는 음식이고, 페스트푸드점에서 파는 기름덩어리 햄버거도 어차피 현대인들이 매우 선호하고 잘 팔리는 음식입니다. 그러나, 저는 제 주변의 지인들에게 설렁탕을 권하지 햄버거를 권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잘 팔리고 널리 알려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란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드라마를 공부하는 입장이라면, 무작정 돈벌이가 될 법한 ‘문영남 식의 드라마를 배우는 것이 과연 합당한 것인가!’라는 자성적 질문을 제 스스로에게 던지게 됩니다. 적어도, ‘조강지처클럽’과 같은 드라마는 제가 배우고자 하고 또한 제가 만들고자 하는 드라마와는 완전히 틀린 드라마입니다. 

작가를 꿈꾸시는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지 매우 궁금합니다.

- 뜻대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