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나이를 먹는다는 걸 확연히 느끼게 된다.
이같은 느낌의 반향과 행동의 일치는 시도 때도 없이 아침 일찍, 아니
꼭두새벽부터 푼수처럼 기상함에서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오늘은 모기들이 여전히 준동하는 바람에 새벽 3시도 안 되어 눈을 떴다.
이놈의 모기들은 지금이 추석을 앞둔
완연한 가을인지 아님 늦여름인지의 여부조차 모른다.
오로지 인간의 살점에 침을 박고 흡혈할 기회만을 노리는 가증스런 놈들이다.
특히나 요즘의 모기들은 그야말로 죽기 살기로 달려들어
포식을 하는 통에 가렵고 따가워서 미칠 지경이다!
늘상 문을 닫고 자는 데도 하지만 모기들은 어쩜
그리도 틈새를 잘 찾아 기어드는 건지 도통 모를 일이다.
하여간 모기 덕분에 일찍 눈을 뜨고 보니
배가 고픈 것 외는 딱히 할 일이 마땅치 않았다.
밥통을 열어 밥을 약간 태워 숭늉을 만들었다.
근데 그처럼 구수한 숭늉 냄새 때문이었는지
잠을 자던 아내도 코를 벌름거리며 일어났다.
“얼추 다 끓었는데 조금 먹어볼 텨?”
누가 부창부수(夫唱婦隨)의 미덕이 아니랄까봐서
우린 새벽부터 나란히 주방 식탁에 앉아 대충 몇 숟갈의 숭늉을 입에 떠 넣었다.
이어 안방에서 나는 TV에 눈을 박았고 아내는 약을 먹고 다시금 잠자리에 들었다.
마침 TV의 유선방송에서는 단편영화 ‘생산적 활동’을 방영하고 있었다.
하여 시간이나 죽일 요량으로 보았는데 그럭저럭 볼만 하였다.
결혼 3년 차의 가정주부 미유는 남편 재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친구가 운영하는 결혼상담소에 취직한다.
그곳에서 자동차 판매원 동휘를 만나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새로운 연애 감정에 행복해 한다.
어느 날 재성과의 말다툼에서 미유는 이혼을 결심하고
그 길로 집을 나와 동휘와 함께 살기 시작한다.
하지만 ‘불륜’의 거개가 종말이 그러하듯 미유와 동휘의
감정은 점차로 삐걱거리며 서로에게 상처만을 주기 시작한다.
이 영화의 타이틀인 ‘생산적 활동’이란 어쩌면 부부간, 혹은
남녀 간의 건강한 섹스를 상징하는지도 모른다.
이 영화가 끝났음에도 아내는 여전히 코를 골고 있고
나는 여분의 새벽시간이 아까워 이 글을 썼다.
그러면서 내게 있어서의
‘진정한 생산적 활동은 무엇인가?’ 라는 화두에 잠시 고민해 보았다.
영화 ‘생산적 활동’에선 부부 내지는 남녀 간의 섹스를
또한 ‘생산적인 일’로 간주하고 (왜? 이는 항상 땀이 나므로) 있다.
하지만 오늘날의 우리 부부의 초상은 어떠한가?
‘그런 건’ 차치하고라도 과거엔 밤새 술을 마시고도
토막잠만을 자도 금세 술이 깼었거늘 이젠 숙취가 하루 종일이나 간다.
이런 것 하나만을 봐도 흐르는 세월과 거기에 편승한
인체의 노화는 어쩔 수 없는 천리(天理)의 수순이지 싶다.
여하간 오늘도 누구보다 이른 시각에 일어나 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었다.
하여 어서 아침 6시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시 또 일찍 출근하여 충실히 근무하는 따위로써
내 나름대로의 진정한 ‘생산적 활동’을 하려 하기 위함에서 말이다.
이것이 바로 가장인 나의 본분이자 숙명이기에.
“여보, 아무튼 오늘도 나는 생산적 활동을 하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