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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BY 울아지매 2008-09-21

해마다 추석이 되면 그때 그 사건이 생각 나는군요
사실은 남편 흉이 될까 싶어서 안 밝히려고  했습니다
지금으로 부터 어언 17년전 남편과 저는 서울 에서 신혼살림을 시작 했지요 
지금도 명절 귀성길은 항상 밀리지만 그때는 말 그대로 전쟁 
이었지요      우리는 둘다 맞벌이를 하였기에 며칠씩 줄서가며
차표를 예매한다는건 꿈도 못 꿀 일이었습니다
남편은 두사람 정도는 얼마든지 자리가 날꺼라며 큰소리 쳤고
처음 으로 명절에 시댁에 가게된 저는 당연히 남편을 믿었습니다
그런데!! 출발 당일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에 도착한 저희는
혹시나가 역시나로 바뀌는 당연한 현실에 부딪혔지요
거의 2시간을 출발하는 버스마다 기웃거려보고 매표소에 사정해 보았지만 두사람이 탈 자리는 나지 않았습니다
서서히 짜증도 나고 해서 집으로 되돌아갈까 하는 그 순간에
갑자기 구세주처럼 "진주 가실분"을 찾는 목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남편과 저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달려갔지요(남편 고향이 경남 진주 였거든요)그랬더니 우리 처럼 표도없이 무작정 나와있던 진주사람 대 여섯 명이 순식간에 몰렸습니다
그래서 목소리의 주인공을 따라가 보니 9 인승 승합차가 서있었습니다 차주인 말이 "어차피 자기도 고향가는길인데 빈차로 가느니
서로 누이좋고 매부 좋지 않겠느냐"하는것 아니겠습니까
왜 아니겠어요 우리는 서둘러 차에 올라탔는데 글쎄 남편의 고향친구 여동생도 같이 탔더군요 
그렇게 한차 가득 사람들을 태우고 출발 하려던 그순간 갑자기
이상한 기운에 밖을 보니 험상궂은 얼굴의 남자들이 차를 둘러 싸고
있는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낮은 목소리로 운전사를 협박하더군요
자기들은 돈들여서 버스전세내서 표없는 사람들 태우려고 기다리는데 한마디로 영업 방해라 이거죠.
그러면서 뒤에 앉은 우리들도 쓱 훑어 보더니 빨리 내려서 자기들 버스를 타라는겁니다
그 기세에 눌려서 쭈빗쭈빗 일어서던 우리들은 순식간에 차주인과
의논을 했습니다. 우리도 저런 사람들 차는 타고싶지 않으니 터미널에서 조금 떨어진 건물 옆에서 만나기로 하고 내렸습니다.
그리고는 각자 흩어져서 약속 장소로 갔지요
먼저 도착한 사람들은 차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남편이 화장실을 다녀오겠다고 하더군요  남편이 저만치 가는데 저도 미리 갔다오는게 좋을것 같아서 남편친구 동생에게 말을 해두고 가방도 부탁 하고 화장실을 갔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시작 되었습니다
화장실을 다녀와 보니 그 자리에 아무도 없는것이었습니다!!!
남편까지도!  황당한 순간 이었지요
하지만 저는 차분하게 상황을 되집어보며 추리를 했습니다
아마도 내가 화장실 간 사이에 승합차가왔는데 아까 그 험상궂은 
남자들을 피하려고 제가 나올때까지 근처를 돌고 있겠지 이렇게요
왜냐면 남편이 있으니까 설마 10년 산 마누라도 아니고 1년된
새 신부를 버릴리가 있을까 전 남편을 철썩같이 믿었습니다
그 러 나 믿는도끼에 발등 찍힌다고 그 누가 말했는지 저는
그날 온몸으로 체험을 했지요
아무리 아무리 기다려도 남편과 승합차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의아하게,그다음엔 걱정으로,나중에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더군요 정 상황이 안좋으면 차는 보내더라도 남편은 남아 있어야 되는거 아닙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되더군요
한참을 기다리던 저는 집으로 가기 위해 주머니에 손을 넣어보니
천워짜리 한장과 동전 몇개가 잡히더군요
겨우집에갈 차비는 있었습니다
어이없고 기가막힌 심정으로 지하도를 향해서 걸어가는데
그때 저만치서 얼굴이 하얗게 질린 남편이 뛰어오는것이 보였습니다
사건은 이랬습니다  
화장실을 다녀온 남편은 마침 도착한 승합차에 마지막으로 올라 탔고 서로 얼굴을 잘 모른 운전사는 다탔냐고 물어봤고 다탔다는대답에 출발을 한거지요 제 남편은 당연히 제가 탄줄알았고 친구의 여동생은 순간 제존재를 잊어버렸던 겁니다
한참을 달리던 차안에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제가 없더랍니다
그제서야 친구 동생도 제가 화장실 갔다는 말을 하고......
놀란 남편은 10차선 도로를 어떻게 건넌줄도 모르게 뛰어오는 길이었지요   그일로 서먹하던 차안에 웃음을 주었고 진주라 천리길을 
오면서도 어색하지 않게 올수있었죠
항상 명절이면 시댁으로 향했는데 처음으로 올추석은 친정에 갑니다
다시 명절 이동인구에 속하려고 하니 옛생각이 나서 이렇게 적어 봅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 처럼만...즐겁고 행복하게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