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구청에서 실시하는 알뜰장터에 갔었습니다.
자기에게 필요없는 물품을 팔고 필요한건 구입하고 ...뭐 그런 장터인데
구청에서 실시한지 3번째인가 그래요.
한달에 한번 할때도 있고 날씨 너무 더우면 그달은 빼고 담달에 할때도 있고.
울딸이 5학년인데 자기도 한번 가고 싶다고 애걸 복걸 하는 바람에
그럼 너 필요하지 않는 물건들 다 가져 오랬더니
메이플스토리 책들과 만화 몇권을 가져오더군요.
너무 작은것 같아서 동생옷 모은거랑 제옷몇가지를 내주었습니다.
근데 문제는 가격을 얼마를 받아야 하나인데.
울딸에게 알아서 하라고 했더니 책한권당 반값만 받겠다네요.
그러니까 4천원정도를 받겠다더군요.
그리고 옷들은 내옷들은 겨울스웨트인데 별루 입지 않는 새것이라서
한장당 만원을 받으라고 했어요.
아들 한복은 이만원을 받고...등 우리둘은 이야 이거 돈되겠다 하고
아주 신이 났죠.ㅎㅎㅎㅎㅎ지금 글 쓰면서 생각하니 무슨 모녀 사기단같네요 ㅎㅎㅎ
어제밤에 그렇게 준비하고 꿈에 부풀어서 자고 오늘 아침에 일찍 좋은자리
앉으려고 한시간전에 갔었습니다.
자리는 좋았는데 돗자리를 깔고 가져온 물건들을 쭈욱 펴고 있으니깐
엄마들이랑 애들이랑 가족들이 쭈욱 구경오는 거예요.
엄마 두분이 메이플스토리를 서로 사겠다고 싸우시는거예요.
근데 가격이 얼마냐고 해서 울딸이 4천원이라고 하니깐
둘다 놓고 가버리더라구요.ㅎㅎㅎ
다른 사람들은 가격을 어떻게 하나 싶어 돌아다녀보고서야
우리가 얼마나 황당한 생각을 했는지 알겠더군요.
ㅎㅎㅎ만원 이만원이라고 적어둔 우리 가격표가 얼마나 민망한지......
결국 나중에 천원받고 다 팔았어요.(알고보니 다른자리에는 500원받더군요 ;;;)
저는 4살짜리 아들이 자고 있었어 데리러 다시 집으로 가고 딸이랑 딸친구들이랑 팔고 있었어요.
말한마디 못하고 얼어있는 애들을 놓아두고 집으로 오는데
기분이 굉장히 묘한거예요.
그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꼭 앵벌이 시켜놓고 가는것 같았어요.
원래 취지가 어린이 알뜰장터예요 물건 소중한걸 깨닫게 하기 위해서 실시한건데
그래서 저도 허락을 한건데 그런데도 제 기분은 씁쓸한거예요 맘이 아프기도 하고..
집에가서 애 깨워서 밥먹이고 있는데 울딸 전화가 와서는 아주 큰 목소리로
엄마 나 돈 많이 벌었어 ...아주 신이 났더군요.
나중에 끝날때가 되어서 데리러 갔는데 180도 달라져 있는거예요.
저는 좀 민망 하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하고 ..부끄럽다기 보다는 왠지 좀 아니 많이 어색해서
저 뒤에 떨어져서 있는데 울딸이 큰 소리로 외치는 거예요.
겨울 고급 스웨트가 단돈 3천원..남자 애기 한복이 단돈 만원.......헉^^;;;;
순간 온몸에 닭살이 쫘악 퍼지는거예요.
이야...그순간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참... 그 찰나의 시간에 만감이 교차 하는거예요.
눈만 껌벅이고 울상이 다되어 있던 딸아이가 두시간여만에 장사하는 방법을 터득한거예요.
아이들은 적응 능력이 어른들보다 굉장히 빠르다고 하지만 그 당시 그 기분 엄마로서의 제 맘은
뭐라고 설명이 안될 정도더군요.
근데 애들끼리 온 자리가 많더군요.
여기저기서 애들이 울딸 같이 외치고 있더군요.
ㅎㅎ하여간 오늘 많이 쇼킹한 하루였어요
10월달 장터에도 가겠다고 신청을 했다고하니 딸아이에게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좀더 지켜보려 합니다.
정말 생각데로 장터에서 물건의 소중함이라던지 ...여러가지를 배운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고 단지 돈버는 재미로만
생각할까 걱정도 앞씁니다.
나중에 어떤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지를 보고 말을 하려 합니다.
장터가 끝나고나니 점심 시간이 지났더군요.
딸과 딸친구들에게 점심 사주고 집앞까지 태워다 주고
집으로 왔는데 걱정이 막 앞서요....담달에는 또 뭘 팔아야 하나....
혹시라도 이글 읽으시면 조언좀 해주세요.
알뜰장터는 처음이다보니 뭘 어떻게 해야 할지....오늘 엄마들 보니깐 대단하더군요.
보따리 보따리 짊어메고 와서는 풀어놓는데 왠옷들이랑 가방 신발들이 산더미예요..
내 옷이랑 신발가방 4계절것 다 합쳐도 저 무더기 반도 안될거예요.ㅎㅎ
동생바지 천원 받겠다는데 온갖 고투리 다 잡아서 500원만 주고간 그 주부님
얄밉지만 솔직히 그 알뜰함은 배우고 싶어요.
그 강한 생활력 ...정말 본받을만 했어요.
오늘밤 울딸은 과연 어떤생각을 할지 몹시 궁금하네요.
지금은 돈벌었다는 그 흥분감에 친구들이랑 퐁퐁타러가고 없어요.ㅎㅎ
저는 우울할때나 슬플때 재래시장을 가요.
그곳에 가면 사람사는 냄새가나요. 나도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오늘 알뜰 장터의 그 풍경들이 비록 낮설었지만 뭔가 신선하고
굉장히 생동감 넘치는 그런 곳이였어요.
재래시장과는 좀 다르지만 여기서도 사람사는 냄새가 베어 나오더군요.
울딸과 좋은 추억이 될것 같아요.